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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무더위도 날린 뮤지컬, 시원하네요

[하부지의 육아일기 ⑦] 아이들을 보면 피로가 확 풀린다니깐요

등록|2013.07.17 16:04 수정|2013.07.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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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뮤직컬1 ⓒ 문운주


"hello, everyone My name is you ha eun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유하은입니다.)"
"nice to meet you, nice to meet you( 만나서 반갑습니다.)"
"I am duck in this musical (저는 오리 역할입니다)"

▲ 하은이 발표회 날입니다. 친구들과 어린이 뮤지컬 발표를 잘 했답니다. ⓒ 문운주


제 손녀 하은이는 밥도 떠먹여야 겨우 몇 숟가락 먹고 마는 아이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또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씩씩하게 노는 것을 보면 어린 아이인 것도 잊은 채, 우리 하은이가 좀 더 똑똑하기를 바랐다. 혹시 다른 아이들보다 좀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살짝 했었다.

주위에서 여자답게 생겼다느니 윤곽이 뚜렷해서 크면 요새 콘셉트에 맞는 미인이 되겠다느니 할 때도, 겨우 다섯 살인 하은이가 앞장서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 있곤 했다.

▲ 우리 하은이 너무 너무 잘 했어요 ⓒ 문운주


그런데 하은이가 혀를 굴리며 유창하게 영어발표를 했다.

지난 15일 오후 7시에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뮤지컬 발표회가 열렸다. 'peter and the wolf (피터와 늑대)'에서 하은이의 역할은 '오리'이다. 이 뮤지컬은 서로 힘을 합하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터와 새, 오리, 고양이, 할아버지, 사냥꾼이 숲의 늑대를 퇴치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하은이는 '여러분 저의 이름은 유하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의 역할은 오리입니다'하고 또박또박 발표했다. 그리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늑대가 나타나자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힘을 합하여 늑대를 물리친다. 장면마다 관중(엄마)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 뮤지컬 발표하는 하은이와 친구들 ⓒ 문운주


사실 자녀 문제에는 조금 늦게 가면 어떠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선행교육에 대해서도 나중에 아이들이 적성에 맞게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엄마들이 너무 극성을 떠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피아노, 골프, 소프라노 또는 사업가 등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는 엄마들의 지극한 정성과 보살핌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도 자신들만이 가진 독특한 교육의 결과라는 한 외국 대통령의 평가도 있었다. 우리와는 달리 다른 나라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에 아이들의 발표회를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우리 아이가 발표한 사실에 의미를 두고 싶다. 아이들의 적성을 파악하고 길러 주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너무 메말라 가는 사람 간의 관계, 특히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삼복의 무더위에 하은이가 출연한 뮤지컬(?) 관람은 내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우리 하은이 많이 컸네."
"하은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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