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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의 '승부수', '무리수'가 될 것인가

[주장] 표절 논란 휩싸인 가수 로이킴, 자작곡 고집해야 했을까?

등록|2013.07.16 11:25 수정|2013.07.16 11:25

▲ <슈퍼스타 K4>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가수로 데뷔한 로이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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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솔로 가수로 데뷔하여 주목받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갖춰야한다.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음색, 혹은 '고음 종결자'라는 별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폭발적인 가창력.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솔로 가수 가운데 현재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허각, 장재인, 이하이, 김예림 등은 모두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갖춘 경우에 해당된다. 어떤 장르든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보컬 능력내지는 기성 가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소한 음색이야 말로 이들에게 있어선 유일한 '경쟁력'인 셈이다.

아마도 Mnet <슈퍼스타K4>의 우승자 로이킴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떼어 놓고 생각한다면, 솔로가수로서 로이킴은 다소 평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우승으로 이끈 감미로운 음색과 무난한 가창력, 그리고 '엄친아' 이미지에 더해진 노력하는 자세는 분명 돋보일만한 요소였지만, 프로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이킴에게는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음색도, 그리고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고음도 없었다.

여기서 로이킴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지난 4월 발표한 싱글앨범 '봄봄봄'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유효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라는 데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 이미지를 벗었을 뿐만 아니라, 음원 열풍까지 동반하며 급기야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음악성과 자작곡 능력을 동일시하는 대중음악 팬들에게 로이킴의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는 그의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이후 로이킴은 올해 6월 발표한 정규앨범 1집의 타이틀곡 'love love love(러브 러브 러브)'를 직접 작사·작곡 하는 등 음악성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이어나갔다. 

표절 논란, 싱어송라이터 이미지에 타격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십 수 년 넘게 음악활동을 이어온 기성 가수에게도 치명적인 표절 논란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리고 그 논란을 가중시킨 것이 바로 로이킴 본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급기야 그를 솔로가수로 성공할 수 있게 해준 그의 음악성 역시 의심받는 처지에 놓임으로써 그는 불과 데뷔 몇 개월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이런 표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정말 표절을 했는지 안했는지 같은 실체적 진실보다는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정서와 감정이다. 유사한 코드진행과 익숙한 멜로디만으로 '표절이다, 아니다'를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쉽게 돌리기가 더 어렵다는 게 문제다.

'봄봄봄'은 발매 당시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Take on me(테이크 온 미)', 어쿠스틱 레인의 'Love is cannon(러브 이즈 캐논)' 등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팬들은 유사코드 반복 진행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표절 논란을 하나의 해프닝쯤으로 넘겼다.

하지만 로이킴이 13일 자신의 콘서트에서 장범준이 만든 곡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축가'를 부르며 "내가 작곡했지만 많은 사람이 불편하다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외치겠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대중의 정서는 다시금 돌아섰다. 때문에 몇 개월 전에 불거졌던 표절 논란이 더 크게 '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로진요(로이킴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공동작곡가와의 입장 정리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공식 해명이 나오겠지만, 이로써 로이킴은 자신의 유일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연예인이 아닌 음악인의 길을 가겠다던 그의 진정성도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자작곡 고집이 아쉬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대중에게 금방 잊힐 수도 있다는 조급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던진 '승부수'는 끝내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곡에 그의 이름만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그의 책임은 훨씬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작사·작곡란에 김상우(로이킴 본명)라는 세 글자가 분명하게 새겨진 만큼 그가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한 가수가 보여줘야 할 것은 자작곡능력이 아닌 바로 음악을 대하는 진심이라는 사실. 이번 로이킴의 표절 논란을 통해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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