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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결백" 전두환 찬양했던 <동아>, 이제 와서...

33년 전 낯뜨거운 찬양... 16일 압수수색 놓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비판

등록|2013.07.17 14:18 수정|2013.07.17 14:18

▲ 1980년 8월 29일치 3면 동아일보 기사 '정직,성실, 평범 속 비범이란 글이 눈에 띈다 ⓒ 동아일보


전 대통령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념과 의지의 인물이라고 부른다. 29년 동안의 군생활을 통해 공사생활을 막론하고 전대통령은 신념과 의지로써 일관해왔다고 한다. 가장 평범한 진리를 가장 철지히 지킴으로써 '평범 속의 비범'을 지켜왔다. 사소한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성품으로 정의와 대국을 판단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전 대통령을 추진력과 용단의 인물이라고도 부른다.

1980년 8월 29일치 <동아일보> 3면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우국충정 30년… 군생활 통해 본 그의 인간상> 기사 중 일부다. 기사를 더 읽어보자.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성품으로 도덕적인 엄격성을 빼놓을 수 없다. 육사 선후배 사이에서 '앞에 가면 떨리는 무서운 분'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직접 대면하면 부드러운 태도와 화술에 되레 놀란다고 한다. 무섭다는 인상은 그의 도덕적인 엄격성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손대 본 포커카드 놀이나 고스톱 화투놀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자신 스스로 안 할 뿐 아니라 부하들이 손대는 것도 용서 않는다고 한다. (중략)

청렴결백의 성품은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특성이다. 공화당 정권 18년 동안 군인으로서는 상당기간 축재를 할 수 있었던 권력의 주변에도 있었으나 그는 물질적으로는 결코 썩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사치를 모르고 물욕을 초월한 그의 성격 때문이다.

참 낯뜨겁다. 기사가 나가기 불과 석 달 전 광주민주화운동을 피로 진압한 주역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찬양한 것이다. 그런데 이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고권력자가 아니다.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조롱의 대상이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군사반란 수괴 등 명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그가 재임 시절 받은 뒷돈에 대해 추징금 2205여억 원을 선고했다. 그가 지금까지 납부한 돈은 532여억 원이고, 미납금은 1672억 원이다. 1672억 원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전두환 재산 찾기에 미적거리던 검찰이 나섰다. 검찰은 16일 1672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 미납금을 집행하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회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재산 압류 절차에 착수했다. 신문들은 17일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유독 <동아일보> 1면에 눈에 띈다.

▲ 17일치 <동아일보> 1면 ⓒ 동아일보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17일치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어 "평소 아끼던 미술품을 비롯한 소장품에 이른바 '빨간딱지'라고 불리는 압류물표목이 하나씩 붙었을 때…. 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다고 한다"면서 "이 빨간딱지는 말 그대로 '레드카드', 퇴장을 의미한다.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남겼지만, 앞선 어느 정부도 사법부도 그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더 읽어보자. "이날 압수수색은 좌파들에 의해 '유신의 딸'로 매도됐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그 어떤 진보성향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민주주의 정통성을 지닌 보수정부'를 자임하는 박근혜정부가 권위주의적 우파 정권이었던 5공화국의 잔재에 대해 철퇴를 내리며 보수주의의 차별성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노무현도 하지 못한 전두환 단죄를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달 11일 "새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라며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사실상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전두환 추징금 환수에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두환 단죄'가 '추징금 환수'를 의미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벤츠 승용차(1억 원), 아들 전재국씨 명의 콘도회원권 1억1194만 원, 연희동 별채와 숨겨둔 서초동 땅에서 각각 16억 원과 1억 원 등 20억 원을 환수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불과 4만7000원을 추징했을 뿐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때인 지난 2004년 '전두환 비자금 사건'이 다시 터졌고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검찰에 출석해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130억 원을 내놓았다. 검찰은 이때 약 200억 원을 추가 징수했다.(17일 <조선일보> <[전두환씨 一家 압수수색] "29만원이 전부"… 全씨 재산 추징 숨바꼭질 16년> 참고)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라는 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아무 일도 안한 것처럼 교묘히 왜곡했고, <동아일보>는 17일 "이날 압수수색은 좌파들에 의해 '유신의 딸'로 매도됐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그 어떤 진보성향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했다.

<동아일보>의 같은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선잠을 자고 일어나 집안 곳곳에 이틀째 꼿꼿이 붙어있는 수많은 레드카드를 봤을 때, 그는 알 것이다. 이 카드를 붙인 것이 검찰 수사관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역사의 심판 앞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동아일보>에게 묻고 싶다. 33년 전 "청렴결백의 성품은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특성"이라며 "사치를 모르고 물욕을 초월한 그의 성격"이라는 낯뜨거운 '전두환 찬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역사의 심판 앞에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야 할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만이 아니라 바로 <동아일보>도 해당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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