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18일 오후 4시 37분]


경찰이 성접대 의혹을 받아 온 건설업자 윤아무개(52)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로 불구속 입건됐다.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에 내놓은 결과다.

허영범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18일 오전 경찰청에서 "성접대 의혹을 받은 건설업자 윤씨를 구속 기소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토대로 (특수강간)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입건하는 등 총 1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일 구속한 윤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마약류관리법 위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경매방해, 입찰방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증재, 사기, 상습강요 등 9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과장 김청수)는 지난 3월 18일부터, 윤씨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16곳을 압수수색, 90여 점의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련자 144명을 조사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 "(성접대) 동영상 촬영, 특정 여성에게 고질적"

경찰은 윤씨의 성접대가 광범위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 여성 다수, 윤씨 측근(별장 출입자, 피고용인 등)의 진술과 성접대 동영상 등을 통해 성접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이 지목한 전·현직 공무원과 기업인, 교수, 병원장 등 10여 명 이상 조사한 결과 일부 남성들은 성접대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부분 인사들은 원주 별장 등지에서 여성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관계는 부인했다. 이 중에는 공직자가 포함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중 김학의 전 차관은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원주 별장에서 여성 2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초기, 관심사였던 1분 50초 분량의 성접대 동영상은 2006년 8~9월 저녁 무렵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강원도 원주의 별장 E동 노래방 시설에서 촬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공통된 진술에 의하면, 동영상 촬영행위는 대상을 달리해 여러 차례 반복됐다"며 "특히 특정 여성에게는 고질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씨, 건설사 사장·병원장·저축은행 간부 등과 공사 수주 로비 혐의

경찰은 윤씨가 갖은 로비를 벌여 이권을 따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에게 금품을 받고 공사 관련 특혜를 제공한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과 전현직 대우건설 직원 3명도 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는 서 전 사장에게 고가의 미술품을 전달하는 등 금품 7000만 원으로 로비를 벌여 2010년 강원도 춘천 골프장 클럽하우스 공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 입찰 담당자는 입찰 과정에서 윤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최저 입찰 가격을 알려줬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윤씨에게 공사 관련 특혜를 제공한 일산 모 병원장 박아무개(64)씨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윤씨는 지난해 초 박씨를 통해 공사 예정가 정보를 미리 알아낸 뒤 가장 입찰업체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이 병원 암센터 공사를 수주했다. 윤씨는 박씨를 원주 별장에 초대해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또 김아무개(58) 전 서울저축은행 전무에게 2억 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하고 2006년 8월부터 2007년 5월까지 320억 원 상당을 불법대출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4개를 설립해 윤씨가 한도를 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