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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구슬 흐르는 계곡에 흐드러진 백일홍

[사진]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명옥헌의 배롱나무꽃

등록|2013.07.18 16:37 수정|2013.07.18 16:37

▲ (2013-07-17 촬영) ⓒ 임무택


도장곡 계곡 물이 흘러 한 연못을 채우고 다시 그 물이 아래의 연못으로 흘러가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것 같다 하여 명옥헌(鳴玉軒)이라고 한다. 조선 중기 명곡(明谷) 오희도(1584~1624)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정자를 짓고, 앞뒤로 네모난 연못을 파서 주변에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어 가꾼 정원이다. 

▲ 명옥헌 전체 풍경 - 1980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 9월 국가지정 명승 제58호로 승격되었다. (2013-07-17 촬영) ⓒ 임무택


소쇄원이 깊숙한 계곡에 자리 잡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면 명옥헌은 산언덕 툭 터진 곳에 터를 잡아 눈맛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유홍준은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연못 주위에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장엄하게 포치하고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야를 끌어들임으로써 더없이 시원한 공간을 창출한 뛰어난 원림"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 (2013-07-17 촬영) ⓒ 임무택


배롱나무에 대한 전설 하나. 평생 바람을 피우던 미운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남편의 묘 옆에 배롱나무를 심었단다. 배롱나무 꽃은 향기가 없고 더운 여름에 백일 동안 질리게 피는 까닭에 바람둥이 남편이 죽어서도 향기 없는 여자와 한여름 뜨거운 백일 동안 묘 옆에서 괴로움을 당해보라는 뜻이 숨어 있단다.

▲ (2013-07-17 촬영) ⓒ 임무택


▲ (2013-07-17 촬영) ⓒ 임무택


▲ 계곡의 흐르는 물 (2013-07-17 촬영) ⓒ 임무택


▲ 명옥헌 앞 연못을 지나가고 있는 연인의 반영 (2013-07-17 촬영) ⓒ 임무택


▲ 연못 속 반영과 떨어진 꽃잎 (2013-07-17 촬영) ⓒ 임무택


▲ 풀잎과 떨어진 꽃잎 (2013-07-17 촬영) ⓒ 임무택


▲ (2013-07-17 촬영) ⓒ 임무택


▲ 마루에서 내다 본 풍경 (2013-07-17 촬영) ⓒ 임무택


▲ 노송과 백일홍꽃 (2013-07-17 촬영) ⓒ 임무택


▲ 명옥헌 현판 우암 송시열이 쓴 글씨 (2013-07-17 촬영) ⓒ 임무택


▲ 삼고 현판 - 능양군(조선16대 인조)이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 반정 동지를 규합하기 위하여 오희도를 세번이나 찾아온 능양군을 기리는 뜻으로 쓴 것이다. (2013-07-17 촬영) ⓒ 임무택


▲ 명옥헌 전경 (2013-07-17 촬영) ⓒ 임무택


물 빠진 연못
황지우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화엄(華嚴) 연못, 물들였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에도 질렸지만
도취하지 않고 이 생을 견딜 수 있으랴

햇빛 받는 상여처럼 자미꽃 만발할 제
공중에 뜬 나의 화엄 연못,
그 따갑게 환한 그곳;
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
돌아와야 편한 정신병원 같은 나의 연못,
나는 어지러워서 연못가에
진로(眞露) 들고 쓰러져 버렸네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연못을 떠나 버렸네
한때는 하늘을 종횡무진 갈고 다녔던 물고기들의
사라진 수면(水面);
물 빠진 연못, 내 비참한 바닥,
금이 쩍쩍 난 진흙 우에
소주병 놓여 있네.

※ 시인 황지우는 명옥헌 전체가 보이는 연못 옆에 통유리를 끼운 작업실을 갖고 있었기에 그의 시 한 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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