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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연기와 한국판 '선군정치'

대미협상력 약화... 정부 내 군부 득세도 심상치 않아

등록|2013.07.18 20:03 수정|2013.07.18 20:03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 전환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2010년 당시 이명박정부가 미국 측에 요구해서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되었던 전작권 반환 시점이 2015년 12월 1일로 연기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국 측이 재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6월 초 샹그릴라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협의체(ARF)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재연기를 요청했으며, 현재 양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국방부가 확인했다.

이번 전작권 재연기 추진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전작권에 대한 논쟁은 해묵은 것이다. 국내 보수 세력 일부와 군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작권 환수 연기를 지속해서 압박해왔다.

세계 유일의 기형적 체제... 미국의 위성국가라 해도 반박할 수 없는 처지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정보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당시 전작권 전환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연기가 아니라 아예 전작권 환수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한다. 전작권 환수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논란자체가 무의미하다.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이며 중견국가라고 선전하면서 자국의 정당한 군사주권을 다른 나라에 의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유일의 기형적 체제이며, 한국을 미국의 위성국가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처지다. 군사주권을 돌려받는 일이 민족적 자존심이나 감성의 차원으로 간주하며, 안보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논리가 오히려 구시대적 발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으로 도발할 능력과 의도는 가지고 있으나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과 의도는 거의 없다는 것은 한미당국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차피 우리 군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전작권을 이양하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둘째, 이번 연기는 한국정부의 신뢰성과 대미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미 한 차례 연기했는데, 또다시 연기한다는 자체가 외교공신력을 잃는 행위다. 차질 없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지난 5월 국정과제에서 재확인했으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사항이었다.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의 화법에 미묘한 차이가 있긴 했었다.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및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합의대로 2015년에 전환하겠다고 일정을 못 박았다. 화법의 차이가 정상회담에서의 이견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대화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나, 박근혜정부가 이 시점에서 전작권 재연기로 노선을 바꾼 것 아닌가 하는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한국정부의 대외공신력 하락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대미협상력의 약화 부분이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력 제공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 예정되어있는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 한미원자력협상 그리고 차세대전투기(FX)사업을 포함한 무기구입 등에서 한국의 대미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이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방어 체제에 투자하고 있으며, 양국 군대의 공동 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국방부는 여전히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한·미·일 MD 합동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나, 3세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포함해 MD 무기체계의 도입계획이 있는 등을 미루어 신뢰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의 필요와 요청의 측면도 있으나, 미국의 세계 전략적 차원도 있다.

한국에 전작권을 넘기고 주한미군의 활용, 즉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 측의 재연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석이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현재 미국 측이 한국의 제안에 대해 호의적이며, 수용하는 분위기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것이 갑작스러운 공개로 인한 국내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서거나 또는 일방적인 희망적 사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미국의 수용적 태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모종의 반대급부를 제공했거나, 앞으로 제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부분은 밀실추진 방식이다. 정부의 공식정책으로 확인과 재확인을 거듭하고, 국민에게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비밀리에 재연기를 추진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것도 미국 측의 공개로 알려졌다. 재연기해야 하는 분명한 명분이나 설명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작년 한일비밀군사협정의 밀실추진을 생각나게 한다. 정부는 공개된 이후에 올해 초 안보위기상황과 북한의 핵위협을 재연기시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핵위협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닐뿐더러,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공론화 작업을 선행했어야 했다.

정부 핵심에 군부 득세, 심상치 않다

▲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2009년 11월 19일 오전 오바마 미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서울시청 앞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가운데 세종로 4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보수단체 회원이 대형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마지막으로 지적되어야 사항은 이번 전작권환수 재연기 시도를 개별 사안으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NLL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이념 갈등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최근 박근혜정부의 거버넌스 전체 맥락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판 선군정치'에 대한 우려인데, 정부 핵심에서의 군부 득세가 심상치 않다.

물론 과거와 같이 군복을 입은 군 장성들이 정부를 전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군 장성 출신들이 외교-안보-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NLL 포함한 국내정책, 개성공단을 포함한 대북정책, 그리고 한미관계까지 통일부와 외교부 등 다른 부처는 배제되고, 이들 군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들에게 실권을 위임한 것인지 아니면 자생적 실세들인지 아직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어느 쪽이든 제도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거버넌스는 아닌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말에서도 확인했듯이 이들은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군이나 정보당국의 입장에서 정국을 판단하고, 정책으로 입안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동북아의 전략적 환경이 강경한 대외정책을 부추기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이념논쟁과 더불어 안보담론이 평화담론을 완전히 제압한 상황이 군부의 득세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이들의 득세에 가장 큰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 정부가 이를 국내정치에 120% 이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전작권 재연기 역시 현재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군 출신 인사들의 강경드라이브로 북한과의 기 싸움에서 이긴 듯한 기분을 주고, 국정원 대선개입 같은 엄청난 부담도 희석시키며 국민지지도까지 상승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정치적 자산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군정치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의 기본인 문민통제를 위협할 수 있다. 국익이나 민주주의는 훼손시키고, 박근혜정부의 거버넌스에도 심각한 부채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김준형 교수는 한동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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