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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원자력 위험성 안고 살 것인가?" 탈핵 선언 구청장의 요즘 고민은 '얼음 선풍기'

[충남 화력발전의 진실⑦] 인터뷰-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등록|2013.07.23 21:01 수정|2013.07.24 11:04
정부가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습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입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됩니다. <br> <br><오마이뉴스>는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제남 의원실과 함께 충남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집중 점검합니다. [편집자말]

▲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그는 전국 45개 자치단체장들과 함께 '탈핵'선언을 한 대전 유일의 자치단체장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도 분권형 정책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면서 유성구에서 에너지 자치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9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올 여름 들어서만 14번째로 전력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원전 비리로 인해 원전 23기 중 9기가 점검 및 고장으로 가동이 중지돼 전력난을 겪고 있다. 공급 중심의 정부 정책, 그리고 관리 부실이 전력난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 유성구청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모퉁이마을어린이도서관이 공동으로 주민절전소와 태양광발전 등 풀뿌리형 에너지운동 '에너지동(洞)립만세 프로젝트'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유성구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은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책을 읽는 '태양지공 3호 도서관'과 주민절전소로 변신했다. 도시가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절전과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모하는 '에너지 자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충남 화력발전의 진실을 다루면서, 풀뿌리 에너지 자치를 시작하고 있는 허태정(민주당) 유성구청장을 만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허 청장은 지난 해 2월 전국 45개 기초단체장과 함께 '탈핵선언'을 한 대전 유일의 단체장이다.

지난 16일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난 허 청장은 모통이어린이도서관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기 현황판과 주민 절전소 현황판 등에 대해서 설명한 뒤 "주민참여형 절전소 운동과 태양 에너지 보급 등을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자는 게 저와 유성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전국 자치단체장들과 함께 탈핵 선언을 한 허 청장은 후쿠시마 사고를 언급하면서 "언제까지 인류가 이처럼 커다란 위험성을 떠안고 가야 하느냐"며 "결국, 인류는 원자력의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원전 14기 증설계획에 대해 "너무 손쉬운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상업적인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것은 아니다, 그런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을 전 국민이 같이 공유해야 하고, 국가는 원전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탈핵'의 의지를 어떻게 생활에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작은 단위의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활용을 통해서 원전을 국가적으로 건설하지 않고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구 내 위치한 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원자로와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사회 내의 치열한 논의와 동시에 원자력연구원의 진일보한 노력, 즉 좀 더 투명하고 상시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이 핵폐기물을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충남화력발전소와 송전탑 문제와 같은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이 불균형이 생기면 그만큼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며 "에너지 문제도 분권형 에너지 정책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오후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서 허태정 유성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이날 인터뷰는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사회국 고지현 부장이 함께 진행했다.

선풍기로 한여름 나는 구청장, 최대 고민은 '얼음 선풍기'

▲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이 모통이어린이도서관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기 현황판을 보면서 현재 전기발전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 유성구 모통이어린이도서관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 해바라기 모양의 태양광 집열판.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요즘 날씨가 참 무덥습니다. 청장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네, 요즘 날씨 견디기 힘들 만큼 참 덥습니다.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랄까요? 우리 직원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높다 보니 관공서인 구청에서 솔선수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 방에서도 일체 에어컨을 틀지 않고,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오후가 되면 실내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어섭니다.

어떤 책자를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기업이 삼성전자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그 삼성은 가장 싼 값의 전력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마어마하게 막대한 이윤을 내는 기업인데, 오히려 국민들이 더 비싼 전기료를 냄으로써 그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달리 말하면 싼 전기료만큼 국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나 할까요?"

- 어떤 자치단체에서는 직원들이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이고서 근무를 하던데요? 유성구는 어떻습니까? 대책이 있나요?
"우선 모든 직원들에게 일체의 넥타이를 못 매게 했습니다. 복장은 최소한의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간편하게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더워서 현재 '얼음 선풍기'를 돌리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에어컨은 다중이 참여하는 행사 때만 잠시 틀고 있습니다. 참 어려운 시간들입니다."

- 청장님, 이곳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인데요?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네, 이곳은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인데요. 이 건물에는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시설은 우리 유성구청과 한국가스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모퉁이마을어린이도서관이 공동으로 '주민절전소'와 '태양광발전' 등 풀뿌리형 에너지운동인 '에너지동립만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설치한 것인데요. 이 건물 입구와 도서관 현관에 현황판을 설치해서 태양광으로 발전되는 전기에너지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자전거발전기를 비치해서 아이들이 직접 자전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요. '주민절전소'는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취지로 각 가정이 지난해에 비해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는 것입니다."

- 아, 그렇다면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실제로 사용되나요?
"물론이죠. 이곳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는 지난 달 26일 설치됐는데, 그 규모는 3kw/h입니다.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가 도서관의 조명과 컴퓨터, 선풍기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적발전량이 많지는 않으나 앞으로 많은 전기를 직접 생산해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실제발전량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전기의 소중함과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사용하는 '교육'이 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구청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을... 큰 돈 들지만 미래지향적 사업"

▲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이 모퉁이어린이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현황판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3kw/h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건물 주차장 입구와 현관 입구에 현황판을 설치해 드나드는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입구에 설치된 현황판은 이 곳 어린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서 만들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이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 설치된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서 믹서로 쥬스를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두 대의 자전기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과 주민들의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믹서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고지현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사회국 부장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에너지동립만세 프로젝트', 용어가 생소한데요?
"에너지동(洞)립만세'는 마을 안에서 에너지 자립을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말입니다. 주민참여형 절전소 운동과 태양 에너지 보급 등을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자는 게 목표인데요. 물론, 실제 100% 에너지독립이라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소규모의 마을별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운동과 대안에너지 활용을 확대해 나가자는 취지고요.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확대하여 전국의 모범사례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유성구에서는 또 다른 다양한 에너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은 에너지를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의존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고갈 문제도 심각하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대안에너지에 대한 고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죠. 이런 고민 속에서 우리 구도 비록 작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유성구는 민선5기 출범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녹색도시 구축'을 구정 목표와 비전으로 삼고, '기후변화 대응 전담부서'를 만들어 '온실가스 줄이기 내가먼저 실천 그린스타트 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이 에너지를 절약하여 감축한 탄소만큼 돈으로 환산해 주는 '탄소포인트제'는 아마 인근 지자체 중에서는 우리구가 가장 열심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총 참여 세대가 1만 세대가 넘고, 그 중 포인트를 기부한 세대만 해도 2000세대가 넘습니다. 이들이 기부한 금액이 지난해에만 1300여만 원 정도 되는데, 이 돈은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도 드리고, 1석2조라서 저희가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그린리더'가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컨설팅해 주는 '그린 홈 닥터' 사업도 큰 호응 속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린리더만 150명이나 되고, 많은 가정에서 신청을 하고 있죠. 이 밖에도 사무실 컴퓨터에서 낭비되는 전력차단을 위한 '그린터치 소프트웨어'도 전 직원 컴퓨터에 설치했고,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형광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도 늘려나가고 있는데요. 그 동안 장애인 복지관과 노인 복지관, 유성도서관 등에 국비를 확보해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고, 내년에는 구청 옥상에 40kw/h 규모의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옥상에 집열판을 설치하면 전기도 생산해서 좋지만, 그늘도 형성되어 아주 좋습니다. 이런 사업을 해서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해 환경부가 주관한 그린스타트 네트워크 경연대회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선정한 환경관리 우수지자체에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경제논리로 보면 사실 실용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초기에 큰돈이 들어가는 이런 사업들을 하려고 잘 안하죠. 그러나 결국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탈핵도 가능합니다. 근시안적 사고가 아니가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 '탈핵'이야기를 꺼내셨는데요. 허 청장님은 전국 지자체장들과 함께 탈핵선언을 하셨죠?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탈핵선언에 참여하셨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하신 겁니까?
"탈핵 선언은 저의 신념입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인 화석연료는 수명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에 다시 의존하고 있는데, 원전에는 안전성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원전에 대해 가장 선진국이라 할 수 있고,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자연재해에 의해 결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고가 다른 나라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죠. 우리 인류가 이토록 커다란 위험성을 떠안고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발굴하고, 그것을 발전시켜서 우리 생활과 연결하지 않으면 결국 지구는 재앙 속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인류는 원자력의 의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고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지열 등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국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원전을 14기나 더 세운다는 계획 아닙니까? 너무 손쉬운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으려 하고 있죠. 그저 상업성, 편리성, 경제논리만 가지고 쉽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 그러한 인식을 전 국민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원전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실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당연히 해야죠."

"쉽지 않은 '탈핵', 구정에서 대안 찾아가야"

▲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탈핵, 쉽지 않은 과제인데요? 이 탈핵을 어떻게 구정과 연결하여 실천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쉽지 않은 문제죠.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철학의 문제입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것이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우리도 작은 단위의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활용을 통해서 원전을 국가적으로 건설하지 않고도 에너지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기본이 되는 것이고요. 또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그린에너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 들, 이것이 결국 나아가서는 원자력 문제에 대한, 그리고 탈핵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유성구 내에는 원자력연구원이 있고, 그 부지 내에는 핵폐기물이 저장되어 있지만, 주민들은 그 위험성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이슈 파이팅이나 정치권력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보다는 모든 주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안전 문제도 같이 인식하게 되어 주민들의 의지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 것도 숙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 말씀하신 것과 같이 원자력연구원 내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시설,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의 핵연료 생산공장증설 문제 등 유성구가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가요?
"참 예민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근본적으로는 연구용인 하나로 원자로와 중저준위 핵폐기물 문제하고 원전연료 문제하고는 약간 본질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문제를 혼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데요. 내용적으로 볼 때도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해결책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원자력연구원 문제는 진일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자력연구원에서도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 그 안에 어느 정도의 폐기물이 있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폐기물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설비상태는 어떻고 일일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폐기물 누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의 그러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역 주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공개되어야 할 정보라고 보고요.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폐기물 처리를 완료할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됩니다. 그래야 될 문제인데 어영부영 그냥 안전하다는 식으로만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매우 편의적인 생각이라고 보고,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원자력연구원도 주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저도 그러한 대책들을 요구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력연료에 관한 문제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것들이 인체에 유해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장증설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공장의 설비는 안전한 시설인지, 인체에 유해한 부분은 없는지, 특히 주민들이 우려하는 방사능 방생여부는 어떠한 지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요. 만일 그러한 모든 부분이 안전하다고 했을 때 지역사회와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 요즘 밀양과 같은 '송전탑'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도 바로 이와 연관이 있는데요. 충남에 밀집해 있는 화력발전소, 결국은 수도권으로 송전탑을 통해 전력을 보내는 시설입니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지역이 다르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중앙집중형 에너지 소비 형태에서 오는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인구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에너지 문제에서도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같은 공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그 지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게 맞습니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이 불균형을 이루면 그만큼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에너지 문제도 분권형 에너지 정책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요. 그러나 집단에너지 생산시설, 즉 화력이나 원자력의 입지조건이라는 것이 있어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도시형 발전소를 세워서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판단이 어렵고요.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정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와 미래형 대체에너지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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