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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일정표에 '전주 완산을' 표기한 까닭은?

[수습기자의 안철수 동행 취재기] 전주 방문한 안철수 "앞으로 정치일정 적극 임할 것"

등록|2013.07.20 13:24 수정|2013.07.20 13:24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공식 페이스북(안철수의 새정치)에 올라온 18일 전주 방문 일정. ⓒ 페이스북 '안철수의 새정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18일 전주 방문 하루 전, 의원실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알려왔습니다. 일정표 중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삼천동(전주 완산을) 복숭아 과수원.

안 의원이 18일 오전 11시 방문한 '삼천동 복숭아 과수원'에 '전주 완산을'이란 지역구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효성 전주 탄소공장, 덕진공원 관람 및 기자간담회, 덕진예술회관, 노점상 거리 등 다른 방문 일정에는 지역구 표시 없이 단순히 주소만 적혀 있었는데 말이죠.

안철수, 10월 재보선 향해 움직이고 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효성 탄소공장을 찾아 직원들과의 간담회 중 발언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전주 완산을', 이 지역구의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오는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요.

안철수 의원실 측은 일정표에 '전주 완산을'이라고 지역구를 표기한 것을 두고 "단순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습니다. 어쩌면 부지불식 중에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 사실에 더 부합되지 않을까요? 아무튼, 실수든 내심이든 전주 완산을이 안 의원 측의 '논의 대상'임을 예상할 수 있는 거죠.

마침 안 의원은 18일 전주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전북 전주시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 구조개혁과 호남권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세미나에서 "앞으로 다가올 정치 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10월 재보선 자리가 하나도 안 났고 현역 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라며 "10월 재보선에 대해 말씀 드릴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목소리가 좀 높아지더군요. 그럼에도 안 의원은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정치일정'의 예로 "10월"과 "내년(6월 지방선거)"을 언급했습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전주 완산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소중한


종합하면 확정된 지역구가 없는 지금은 10월 재보선과 관련된 말을 할 순 없지만, 공석이 생기면 언제든 정치 행보를 보이겠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비해 인재 영입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안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분들을 열심히 만나고 교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도 "10월 재보선 지역구가 확정돼서야 '자, 출발' 하고 인재 영입을 할 수 없지 않나"라며 안 의원의 '사람 찾기'가 진행 중임을 알렸습니다.

안 의원의 전주 방문과 이날 나온 발언, 그리고 일정표에 새겨진 의원실의 '실수'를 통해 10월 재보선을 향한 안 의원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8개월 만의 두 번째 만남, '정치인 안철수'를 보다

사실 '초짜' 수습기자인 저는 이번 전주 일정이 안 의원과의 두 번째 만남입니다. 입사 전인 지난해 11월 전남대학교를 찾은 안 의원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자격으로 만난 적이 있죠. 당시 안 의원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한창 '야권 단일화'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전남대 총장실에서 단독으로 마주한 안 의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돌아온 답은 '웃음'뿐, 그의 멘트 하나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을 텐데요.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찾은 전주시 완산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하지만 18일 만난 안 의원은 첫 번째 만남 때에 비해 정치인에 다가서 있었습니다. 안 의원은 방송카메라 앞에서 복숭아 농장 주인에게 연신 질문을 던지고, 사진기자들 앞에서 수차례 복숭아나무를 '빙빙' 돌았습니다. 복숭아를 사겠다며 바지 주머니에서 뭉쳐진 만 원짜리 다섯 장을 꺼낸 장면은 8개월 만에 안 의원을 만난 제게 신선함을 제공했습니다. 예정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복숭아 두 박스 값은 5만 원이었습니다.

안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도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정영팔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오늘 세미나 참석 전에 몇 사람을 만나 안철수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공통으로 '존재감이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안 의원은 "존재감에 대한 실망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하는데, 저는 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보다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국가, 민족 위해 바람직한 일을 해 그걸로 평가 받아야지 엉뚱한 쪽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답변하더군요.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전주시 완산구의 한 복숭아 농장을 찾아 복숭아를 베어 물고 있다. ⓒ 소중한


돌아보면 안 의원은 무언가 결정한 뒤 곧이어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불출마 발표를 하고는 곧바로 박원순 후보에 힘을 실었고, 지난 대선에선 단일화 발표 다음날 바로 문재인 후보와 단독 회동을 했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정한 후엔 곧바로 서울 노원을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번 안 의원의 전주 일정은 그가 내린 결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자리로 보입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전주에서 밝힌 안 의원의 각오. 앞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를 주목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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