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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까지 병영체험... 제발 이러지 맙시다

생명과는 거리 먼 군대문화... 아이들 '소년병'으로 만들지 말아야

등록|2013.07.22 14:42 수정|2013.07.22 14:42

'사설 해병캠프' 고교생 시신 인양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항포구 해역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 훈련을 받다 실종됐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이모군의 시신이 지난 19일 오전 6시 5분께 수색대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슴이 먹먹하다.'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지자 한 누리꾼이 단 댓글입니다. 한 학생이 어제까지 함께 뛰어놀고, 공부했던 친구가 떠나버린 책상에 엎드려 우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내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부모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사고 직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교관이 무자격자였고, 학생들이 빠졌는데 호루라기만 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대부고 학교장과 교사들은 저녁을 먹고 있었고, 심지어 술까지 마셨다고 합니다. 사고지점에는 '갯골'이 있어 위험하다는 지역주민 경고에도 캠프 측은 "업체에서 하는 일을 왜 개인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너희나 걱정하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사고 사설 해병 캠프를 운영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해양 유스호스텔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그만둔 A(24)씨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언젠가는 이렇게 큰 사고가 날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강한 비바람에 몸이 날아갈 것 같아도 훈련은 계속됐고, 학생들은 갖은 욕설과 폭행에 시달려야 하는 게 2박 3일 간의 캠프 생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점은 왜 학생들이 '군사문화'를 체험해야하는가 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도 병영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육군 병사들이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을 기르기 위해 실시하는 유격체조를 배운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의 구령에 따라 유격체조를 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오후에는 페인트 총탄을 사용하는 소총으로 사격훈련에 나선다. - 2013.05.01 <동아일보> 초중고생 병영체험, 재미 돋네!

경남의 향토부대인 육군 39사단과 창녕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체험학교를 운영한다. 39사단은 6일 오후 창녕군에 있는 예하부대에서 '빛벌' 체험학교를 개교했다. (중략) 입교생들은 1박2일 동안 다양한 나라사랑 체험교육을 받는다. 전투장비 둘러보거나 사격·방독면 착용·군용 천막 설치·야외취사·구급법 등 다양한 병영체험 학습을 한다.-2013.05.06 <연합뉴스>육군 39사단·창녕군 '나라사랑 체험학교' 운영

8월 예정된 병영캠프는 '특공무술 시범, 장비견학, 레펠(하강훈련) 등 공수지상 훈련, 야간행군, 낙하산 끌기, 화생방, 나라사랑 프로그램(태극기 그리기, 애국가 4절 쓰기 등), 은거 훈련' 등 다양한 군사훈련 및 병영체험을 준비했다. - 2013.06.21 <오마이뉴스> 가족관계 회복 위해 '특전사 병영캠프' 가자?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군사문화, 초등학생까지 '병영체험'

<동아일보> 같은 기사는 "육군 17사단이 인천과 경기 부천, 김포 지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나라사랑 한마음 교육'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병영체험 캠프와 콘서트, 안보특강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 교육은 지난해 시작해 85개 초중고생 1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같은 기사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병영캠프는 최근 4~5년 간 국방부의 주도적인 추진으로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방부가 2012년 밝힌 바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에만 육군의 청소년 안보교육 지원이 총 749회로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비록 페인트 총탄이지만 소총으로 사격훈련까지 하는 병영체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나라사랑과 안보교육 그리고 '극기훈련'이란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병영체험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매달려 50대 맞은 나에게도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 병영체험캠프에서 학생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 ⓒ 경기도교육청


저는 1989년 9월 군에서 제대했습니다. 1990년부터 93년까지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이면 주일학교(초등학교)는 성경학교, 중고등부는 수련회를 했습니다. 1990년 당시 부산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있었습니다. 노회 연합수련회를 했는데 학생들이 300명쯤 됐습니다. 프로그램 중 '정신교육' 시간이 있었습니다.

산중턱에 있는 숙소에서 산꼭대기까지 약 2km 거리를 구간별로 '오리걸음', '달리기', '어깨동무'하고 일어서고, 앉기 같은 일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기다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호령했습니다. 그때는 당연한 것을 생각했습니다. 91년도에는 다른 교회 주일학교를 맡았는데 성경학교를 하면서 아이들을 오리걸음을 걷게 했습니다. 아이들 정신교육을 그렇게 시켰습니다.

한 명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 더운 여름에 아이들을 오리걸음을 시켰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죠. 교회에까지 군사문화가 뿌리 깊게 내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폭력을 많이 당했습니다. 심지어 나무에 매달려 50대까지 맞았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 몽둥이가 들려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앞에 두고 말입니다. 91년 그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단박에 잘랐습니다. 91년 이후부터는 정신교육 'ㅈ'도 꺼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교회들은 이런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아동은 평화와 존엄, 자유, 평등 정신에서 양육 받을 권리"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대한민국,1991년 가입) 전문에는 "아동은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되어져야 하며, 국제연합 헌장에서 선언된 이상의 정신과 특히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되어야 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제6조에는 "우리는 타고난 생명을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또 제38조는 "우리는 전쟁지역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15세 미만일 때에는 절대 군대에 들어가거나 전투행위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고 적시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무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초등학생들이 병영체험에서 든 총은 다른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총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탱크에 타고, 기관총을 만지고, 유격훈련을 받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 일입니다.

군사문화는 생명문화가 아닙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공부 때문에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데 병영체험까지 하면 어떻게 생명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까? 요즘 방송까지 군대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짜 사나이>(MBC)와 <푸른거탑>(tvN)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두 프로그램은 군대에 대한 나쁜 인식보단 좋은 인식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군대입니다. 전쟁이 나면,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군대는 '생명문화'와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사람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군대 다녀와서 사람 좀 됐습니다. 그렇다고 생명문화와 군대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태안 사설 해병대 참사는 어른들이 탐욕과 안전불감증 탓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병영체험 문화가 낳은 결과입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소식에 한 번씩 등장하는 총 든 '소년병'을 우리는 비판합니다. 그러나 병영체험에서 총을 든 아이들에 대해 우리는 '안보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참사를 '안전불감증'으로만 몰아가지 말고, 이참에 우리 아이들에게 군대문화를 심어주는 병영체험 자체를 금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소년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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