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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장관 잇따라 밀양행... 주민들 "한전 대변인이냐"

13일 이어 20~21일 밀양 방문 ... 대책위 "TV토론은 중앙언론에서 해야"

등록|2013.07.22 12:03 수정|2013.07.22 12:03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잇따라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만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신감은 여전하다. 심지어 주민들은 "장관이 한국전력공사 대변인이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전문가 협의체' 활동 이후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을 권고한 뒤, 윤 장관은 잇따라 밀양을 방문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13일에 이어 20~21일에도 밀양을 찾았다.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21일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만났다. ⓒ 마창진환경연합


윤 장관은 "올해 여름휴가도 밀양에서 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장관이 밀양을 잇따라 방문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국무회의에서 "8년간 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발언한 데 이어 국회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 장관은 지난 13일과 20~21일 사이 밀양 산외면 박산마을, 상동면 고정마을, 부북면 평밭마을, 청도면 대촌마을을 각각 방문했다. 윤 장관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불신감이 커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정부와 한국전력은 다르다"면서 "주민들의 어려운 입장과 요구사항을 청취하려고 온 정부를 믿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의 지중화와 기존 노선 증설(우회선로)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윤 장관은 기술적으로 검토했으나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장관은 조만간 또 밀양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7월 장마철에서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민들은 정부와 한국전력이 8월에 공사 재개를 위한 명분쌓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왜 주민들이 8년간 목숨 걸고 싸우는지 알아야"

22일 이남우(부북면)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장관이 각 마을을 다니면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장관이 한국전력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기들 이야기만 하고 가버리려고 한다, 우리는 한결같이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장관은 그림판을 가져와서 지중화가 안 된다고 설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21일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만났다. ⓒ 마창진환경연합


이씨는 "정부는 왜 주민들이 8년간 목숨을 걸고 송전탑 반대를 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아야 한다"며 "지금 밀양 송전탑 문제는 사회정의를 짓밟고 인간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도 가슴에 양심의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영민(상동면)씨는 "장관은 한국전력 대변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전력 사장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고, 밀양 주민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정부는 한국전력이 해왔던 그대로 공사를 하겠다는 전제로 주민들한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은 송전탑 공사를 하겠다는 전제를 해놓고 주민과 대화를 하니까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관심인 밀양송전탑 문제 TV토론, 중앙 언론에서 해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국무총리실 중심의 공론화 기구 구성과 텔레비전 토론을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공론화 기구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장관이 지역 방송의 텔레비전 토론을 언급했지만,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유감을 나타냈다. 윤 장관은 지난 19일 <연합뉴스TV>와 한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요구했던 TV토론 제안을 수락할 뜻을 밝히면서 KBS창원방송총국에서 할 것을 제안했다.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21일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만났다. ⓒ 마창진환경연합


이에 대해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주민들이 요청하는 TV토론 제안에 대해 수락할 뜻을 밝혀 우선 환영한다"며 하지만 "공론화 기구는 안 되고 TV토론만 하겠다는 식으로, 향후 대화와 논의의 구도를 확정하여 밀양주민들에게 간접 전달한 것에 대해 우선 유감"이라고 밝혔다.

KBS창원방송총국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방방송국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 심대한 문제가 있다"며 "국회 산업위 권고안(7월 11일) 이후 산업부 장관과 차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직원들은 전문가협의체 논의 결과와 국회 권고안을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거의 모든 중앙 언론에 유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밀양 문제의 대안을 논의하는 TV토론 또한 중앙언론을 통해서 이루어짐이 마땅하다"며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되어 있는 밀양문제에 대해 굳이 산업부가 지방방송국을 먼저 접촉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은 다시 공사가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다시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국회의 권고를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겁박하는 산업부와 한국전력의 형태에 주민들은 깊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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