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희망버스' 고소... 경찰, 수사본부 구성
'폭력 처벌' 발빠른 행보... 22일 불법파견 대법 판결 3주년 "법 잣대 틀려"
▲ 7월 20일 저녁 7시 40분쯤 울산 북구 현대차 명촌 문에서 출입을 요구하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회사측 용역에 막히자 철조장을 뜯어내기 위해 줄을 묶어 당기고 있다. 회사측은 취루액을 섞은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를 발사했다 ⓒ 박석철
지난 20일 저녁부터 21일까지 1박 2일간 있었던 현대차 비정규직을 돕기 위한 희망버스와 관련, 울산지방경찰청이 22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불법·폭력행위 주도자 처벌에 나섰다.
울산경찰청 수사과장과 철탑농성장 관할 중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모두 53명의 인원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불법 폭력시위 등에 대해서는 노사 구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이날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현제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5명, 희망버스 기획단 등 13명을 '폭력행위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울산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현대차는 고소장에서 "이들이 지난 20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밧줄로 공장 철제 펜스를 뜯어낸 뒤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물통과 돌멩이 등을 던져 회사 관리자 82명을 다치게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저녁 현대차 명촌 철탑농성장 현장에서 연행됐다가 1차 조사를 받고 풀려난 7명에 대해 현장에서 수집한 영상자료 등을 통해 폭력행위가 확인되면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20일 저녁 울산중부경찰서에 연행된 사람들은 주로 서울 등에서 온 대학생들로, 이들은 21일 오전 9시쯤 경찰에서 풀려나 철탑농성장에 도착, "우리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들의 연행에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이들 중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와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다 오히려 구속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희망버스 참가자,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
▲ 7월 20일 저녁 8시쯤 회사측과 대치하다 부상을 당한 희망버스 참가자가 철탑농성장 아래 마련된 임시 의무실에서 울산건강연대 소속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 박석철
경찰은 "합동수사본부 수사에서 경찰 자체 촬영을 비롯해 현대차 회사 측이 촬영한 영상과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시위자에 대해 추가로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저녁부터 쏟아져 나온 희망버스에 대한 비판 기사와의 연관성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희망버스와 관련해 현대차 회사 측이 고소하고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한 22일은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을 내린 지 딱 3년이 되는 날이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22일에 이어 2012년 2월에는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금속노조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등이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수차례 고소를 했음에도 그 어떤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한 전국에서 온 학생과 시민 등 희망버스 참가자는 구속될 위기에까지 처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현재 철탑에서 280일 재농성 중인 최병승씨가 낸 대표소송에서 "제조업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경우 사실상 모든 공정이 일체화되어 있어, 특정 업무만 떼어 도급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최병승씨는 이미 현대차가 고용한 노동자로 보아야 한다"고 정규직으로 판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7월 22일 논평을 내고 "법 위에 군림하는 황제,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의 총책임자로서 명명백백한 범죄자며 아들 정의선 기아차 부회장에 법을 어겨가며 천문학적 금액을 대물림해 처벌받은 바 있다"며 ""불법파견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고 대법원 판결대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주말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요구이며, 100만 불법파견 사내하청노동자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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