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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내리는 장맛비,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피해 속출... 이젠 제발 멈추어 주었으면

등록|2013.07.23 11:33 수정|2013.07.23 11:33
기상청은 23일 오늘도 0시 20분을 기해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습니다.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곳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는 어제도 굵은 장대비가 한참을 내렸습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는군요. 근 한달 동안 장마가 계속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햇빛을 구경하지 못한 농작물들은 힘을 받지 못하고 흐물흐물 거립니다.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수박, 오이, 참외, 토마토 등 열매 농작물은 썩거나 물러 터져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다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하니 농부 걱정이 태산입니다.

농작물뿐만 아니라 정원의 잔디도 맥을 못 춥니다. 적당히 햇빛을 받아야 잔디가 골고루 자라나는데 물속에 잠겨 있으니 뿌리가 썩어가는 모양입니다. 거기다가 지붕에서 내려오는 물이 홈통을 타고 잔디밭으로 흘러내려 정원은 더욱 질퍽합니다.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 지붕에서 내리는 물양만 해도 엄청납니다.

▲ 계속되는 장맛비로 물에 잠겨 죽어가는 잔디 ⓒ 최오균


게릴라성 집중 호우는 정말 예측 불허입니다. 집중 폭우가 쏟아져 내리니 지붕의 홈통 물이 넘쳐흘러 방으로 새어들어 옵니다. 물론 지붕마감공사를 촘촘히 했더라면 방으로 물이 새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가 그쳐 홈통이 말라야 실리콘이라도 쏘아 발라 물이 새는 것을 잡을 텐데 장마는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군요.

사다리를 대고 지붕에 올라가 보니, 저런! 홈통에 낙엽이 막혀 있네요. 이것 때문에 물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나 봅니다. 홈통을 쑤셔 낙엽을 아래로 밀어내고 집게로 집어냈더니 일단 지붕에는 물이 새어들지 않는군요.

전에는 지붕에서 홈통으로 내려온 물이 잔디를 적셔 오히려 잔디에 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비가 내리니 홈통에서 물이 흘러가는 곳에는 물바다를 이뤄 물에 잠긴 잔디가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 홈통 물받이 ⓒ 최오균


▲ 배수로 공사 ⓒ 최오균


그대로 두면 잔디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홈통 배수로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곡 철물점에 가서 홈통에 맞는 배관과 부속품을 사왔습니다. 홈통에 딱 맞는 배관이 없어서 물받이, 앵글, 배수 파이프를 특별 주문하여 홈통에 맞추어 보기로 했습니다. 시골 오지에 살다보면 저절로 맥가이버가 됩니다.

어지간한 공사는 수리공을 불러도 오질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수리공사도 보통 두 사람이 오는데 하루 품삯을 받아야 한답니다. 전곡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 가는 시간, 공사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하루 일당을 받는 게 맞지요.

▲ 홈통 수로 공사 ⓒ 최오균


한 번 수리공을 부르게 되면 아무리 작은 공사라도 20만~30만 원이 훌쩍 들어갑니다. 그것도 제 때에 오면 좋겠는데 이 작은 공사를 보고 하루를 소비할 수 없다고 잘 오질 않습니다. 적어도 공사비가 몇 백은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집에 돌아와 비를 철철 맞으며 현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홈통 배수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친구가 집에 와 있어 함께 배수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홈통 높낮이를 조절하여 물받이를 맞추는 공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홈통에 배관을 연결하여 텃밭으로 수로를 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자면 땅을 파서 배관을 묻어야 합니다.

▲ 흙을 파고 배관을 땅에 묻었다. ⓒ 최오균


정원에 깔린 무거운 돌을 들어내고 하는 작업이라 혼자서는 하기가 힘듭니다. 작업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친구와 나는 손발이 잘 맞아 들어갑니다. 친구가 삽질을 하여 땅을 파고 나는 배관이 쏙 맞도록 땅을 골랐습니다.

물받이를 고정시키고, 물받이에 앵글을 끼어 앵글에 다시 배관을 연결하고, 배관에 소켓을 끼어 텃밭으로 4m 정도 뽑아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관을 흙으로 덮고 배관 끝에는 흙이 파이지 않도록 납작한 돌을 놓아두었습니다. 이것으로 작업은 1시간 만에 마감을 했습니다.

다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홈통에서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콸콸 쏟아져 내려옵니다. 물받이에 물이 쏟아지며 배관을 타고 텃밭으로 흘러내려갑니다. 텃밭은 고랑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 정도의 물이 흘러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배관 끝 텃밭으로 흘러내려가는 자리에는 흙이 파이지 않도록 돌을 여러 개 받쳐 놓으니 제법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 홍통 물이 물받이로 콸콸 쏟아지고 있다. ⓒ 최오균


▲ 텃밭으로 흘러내리는 곳에 돌을 받쳐 흙이 파이지않도록 마감공사까지.. ⓒ 최오균


"하하, 물이 졸졸 잘도 흘러내려가는군."
"자네 덕분에 이젠 잔디가 좀 숨을 쉬겠어."
"손발이 척척 맞으면 뭐, 이 정도 일이야 어렵지 않는 일이지. 저기 좀 봐,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네. 이 배관 끝에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으면 멋지겠는데."
"호호, 그러면 제법 운치가 있겠군요. 어린 시절 소꿉장난하던 생각이 나네요."

작업을 하느라 비를 쫄쫄 맞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일도 손발이 척척 맞으면 힘이 훨씬 적게 들어갑니다. 친구는 고구마 밭에 가서 잎이 무성한 고구마 순을 따고, 아내는 당근을 뽑았습니다. 친구는 고구마 순을 무척 좋아합니다. 고구마 순이 너무 무성하여 줄기를 들어주고 순을 따 주어야 밑이 듭니다. 비는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폭우에 잠기고, 물에 갇히고, 산은 무너지고, 하천은 범람하고, 농작물은 엉망이 되고…… 집중 폭우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큽니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리 맥가이버가 되어 수리를 해도 여기 저기 집안에 피해가 속출하여 한계가 있습니다. 하늘이여, 이젠 정말 비를 좀 그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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