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교수' 최준영, 페북 올린 글 책으로 펴내
[서평]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가족들과 소통 얘기 잔잔한 울림
▲ 최준영 에세이집 포스터 ⓒ 최준영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교수'라는 애칭을 달고 다니면서 '인문학 대중강연의 초청 강사 1순위로 손꼽히는 군포시 공무원 최준영(47)씨가 지난 1년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지난 1년 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묶었습니다. 성실하게 썼다는 것 말고는 도시 미덕을 찾을 수 없는 글들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내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개별 글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성실한 삶의 자세와 그의 꾸준한 기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이다. 이는 페이스북 논객인 저자가 그의 글이나 강연에서 자주 활용했던 말로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어 낯설지가 않다.
그는 "글을 올릴 땐 매양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다음날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다. 삭제할 수도 없는 것이 이미 '좋아요'나 "댓글'을 달아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며 "어쩔수 없는 부끄러운 글 때문에 다시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가 에세이집을 펴내기는 '결핍을 즐겨라',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유쾌한 420자 인문학'에 이어 네번째다.
특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아 책으로 내기는 두번째로 이번 책에서는 늘상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을 살아온 스스로의 이야기, 그런 아들을 무던히도 참고 기다렸던 어머니가 이제는 치매에 걸린 가슴 아픈 일상 이야기를 SNS에 올렸던 글들을 담아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 또한 독자들과 소통을 해 왔다.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로 인해 며느리인 부인과 자녀 등 가족들이 겪는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공통된 현실이라는 이라는 점에서 공감과 더불어 잔잔한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딸과의 대화, "강의하다가 울어버렸어, 아빠? 정말?"
▲ 최준영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2013.7.20) ⓒ 최병렬
"가장 큰 위안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게 가족이다. 남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신세한탄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가족이다. 위로와 상처주기를 반복하는 것, 그러니까 남이라면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마음 깊은 곳을 수시로 드나드는 게 가족이다." -페북에 올린 글에서
"강의하다가 울어버렸어, 아빠? 정말?"
"에에에.. 엉어엉~~ 아유 쪽팔려, 아유 챙피해... 바보처럼, 아빠는 정말 바보. 그랬다고 그런 걸 책에 넣으면 어떡해! 으앙~~"
출판된 책을 훑던 딸 다애와 작가간에 오고간 대화로 딸은 (책속에) 자기 얘긴 없냐고, 어디 들어 있냐고 묻다가 지쳤는지 직접 읽기 시작했다며 "제발 흉보지나 않기를..."이라고 지난 20일 페북에 글을 올렸다. 작가와의 실시간 소통은 지금도 계속중인 것이다.
글쓰기의 방식과 기교를 알려주는 책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글쓰기의 자세, 성실한 글쓰기의 미덕을 보여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상과 삶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한 줄의 좋은 문장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삶의 자세라고 말한다. 글쓰기의 기교가 아니라 글쓰기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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