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 보호실은 왜 남녀 구분이 없을까
인권운동연대 대구 5개 대형병원 실태 조사... "탈의실 없고 시설 열악"
▲ 대구인권운동연대와 보건복지연대회의는 24일 오전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역 종합병원 중환자 보호자대기실의 개선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지역 종합병원 중환자실의 환자보호자 대기실 시설이 매우 열악할 뿐 아니라 인권침해 개연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계명대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병원, 파티마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 대해 인권운동연대가 지난 4월부터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남녀 구분이 없거나 좁은 공간을 여러 명의 환자보호자가 사용해야 해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인권운동연대와 보건복지연대는 24일 오전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역 종합병원 중환자보호소 대기실의 실태를 고발하고 시설을 개선해 인권침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환자 보호실의 시설문제에 대해 처음 인권운동연대에 재보한 전형권 전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대구의 대형병원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 갔더니 폭 60cm의 공간에서 누워 자야 했다"며 "보호자들이 환자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시설 개선에 대해 말을 못하는 것을 보고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은정 공공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5개 대형병원 모두가 탈의실이 없어 환자보호자가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고 잠을 잘때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남녀가 같이 자야 되는 불편함도 있다"며 "환자를 보호하는 대기실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백범기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장은 "영대병원에서 노사협의를 하면서 환자보호자 대기실 시설 개선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묵묵부답이었다"며 "병원 내 휴게실의 편의시설이나 커피숍 등 이익이 되는 공간은 넓고 깨끗하게 하면서 보호자의 대기실은 엉망으로 방치하는 게 병원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 영남대의료원 중환자보호실. 마구 어지럽혀진 환자보호실에 보호자들이 아무렇게나 누워 잠을 자고 있다. ⓒ 인권운동연대 제공
▲ 대구가톨릭병원 중환자보호실. 건물 옥상에 옥탑방을 환자보호실로 개조해 놓았다. ⓒ 조정훈
인권운동연대와 복지연대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보건의료서비스는 모든 환자가 쉽게 접근하여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떠한 인권침해와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보호자 대기실이 남녀구분이 전혀 되어 있지 않거나 탈의실조차 제공되지 못하여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뿐 아니라 인권침해, 성추행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환자 보호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남녀가 개별공간의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인권침해를 병원이 구조적으로 야기시키고 있다"며 "중환자 보호실의 인권침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경북대병원 중환자보호실. 환자 보호자가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중환자보호실에 대해 남녀 별도의 공간 마련, 탈의실 설치, 보호자를 위한 충분한 공간 마련과 환자보호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의 경우 하루에 면회가 두 번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 보호자들이 집에 있다가 제 시간에 면회하는 경우가 많고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하지만 보호자대기실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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