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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등 시큰 모자라 눈물이 울컥, 연극 <콜라소녀>

[정지선의 공연樂서] 알면서도 한 번 더 속아주는 가족 이야기

등록|2013.07.24 14:59 수정|2013.07.24 14:59
미운데, 진짜 미워 죽겠는데 돌아서면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거짓말인 게 정말 빤히 보이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그 말에 한 번 더 속아주기로 한다. 머리로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그들 바로, 가족이다.

▲ 연극 <콜라소녀>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면서 빚는 오해, 원망 등이 쌓였다 풀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 코르코르디움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 콤비가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연극 <콜라소녀>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면서 빚는 갈등과 오해, 원망 등이 쌓였다 풀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용훈 연출은 그의 전작 <돐날>에서와 같이, 시금치를 다듬고 팬에 기름을 둘러 전을 부치며 잡채를 만드는 등의 잔칫상을 차리기 위한 음식 준비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관객의 시청각 뿐 아니라 후각까지도 함께 자극시킨다.

덕분에 관객들은 공연시작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마음 한 구석에 늘 그리면서도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시골집과 부모님(할머니)을 떠올리며 극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간다.

▲ 김숙종 작가 역시 탄탄한 구성은 물론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로 관객들의 콧등과 눈물샘을 공격하는데, 극중 손녀와 할머니의 대사 중 유독 아픈 대사들이 많다. ⓒ 코르코르디움


김숙종 작가 역시 탄탄한 구성은 물론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로 관객들의 콧등과 눈물샘을 공격하는데, 극중 손녀와 할머니의 대사 중 유독 아픈 대사들이 많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희미해지는 아픈 기억을 더욱 꽉 움켜쥐려 애쓰는 손녀. "내가 잊으면 안 되는 거잖아, 할머니! 나 괜찮을까봐 겁나"라는 말에 어깨를 토닥이며 "아서, 그럼 심드러"라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한 마디는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도 모자라 남녀노소 관객 다수를 울컥하게 한다. 

▲ 환갑잔치로 모인 가족들이 한바탕 다투고 울다가 웃다보니 시끌벅적한 하루가 지나고 새날이 밝는다. ⓒ 코르코르디움


콜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탄산 탓에 코는 '찡'하고 심할 때는 눈물이 '핑'하게 도는. 그러나 그 맛만큼은 달디 단. 그런 점에서 가족의 존재는 콜라를 닮았다. 부글부글 화나게 할 때도 있는가 하면,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여질 때도 있고,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힘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연극 <콜라소녀>는 8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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