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희곡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연극 속의 노년(39) : <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 50년 여배우의 무대 뒤 이야기>
* 이 기사에는 연극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평생을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온 삶. 설사 그것이 무대 위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또 어떨까?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기에 타고난 운명이니 팔자니, 그런 말들을 하겠지.
여기 50년 동안 연극 무대에 선 70세의 여배우 '김정숙'이 있다.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는 우아한 미소를 짓지만, 연습실 새카만 후배 앞에서는 험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젊은 연출가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짜증과 신경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것이 추하기보다는 귀엽기까지 한 것은, 자기 이야기로 온전히 쥐고 끌어나가는 '손숙'이라는 실제 나이 70세, 50년 연기 공력의 배우 덕이리라.
연극은 김정숙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창작극을 준비하다가 엎어져서 결국 데뷔작이었던 <굿나잇, 마더>를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연습하는 장면, 아들인 연출가 '민영'이 쓰다만 미완성 창작 대본의 내용, 그리고 이들 모자의 갈등 속에 드러나는 가족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무대 밖에는 모르는 엄마를 둔 아들과 딸, 아내와 엄마이면서 여배우이기도 한 여자, 이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에는 그 재능과 열정이 너무 컸나보다. 그러니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거기다가 엄마와 같은 배우의 길에 들어섰으나 엄마의 반대로 좌절하고, 결국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이 있으니 남겨진 엄마와 아들의 아픔과 갈등은 더 깊어지고 오해는 영영 풀 길이 없어 보인다.
공연 연습을 하는 연극 <굿나잇, 마더(잘자요, 엄마)>는 딸이 엄마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가 자살하는 내용이니 김정숙이라는 배우의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물론 딸의 죽음까지 다 합해서 묵직함을 던져준다.
김정숙의 돌아가신 어머니, 김정숙, 죽은 딸로 이어지는 모녀 3대의 삶과 각자 꿈꾸었던 길, 가지 못한 길이 서로 얽혀들면서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중간 중간 김정숙의 입을 통해 듣는 대사는 50주년 창작 연극으로 우리 앞에 선 '손숙'이라는 배우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의 일생이 담긴 말이 아니었을까.
"...무대가 인생의 축소판인 게 아니라 무대가 그냥 인생이었어...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체를 백 퍼센트 보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고통이 어디 있겠어..."
우리는 신 혹은 운명 혹은 팔자라 이름 붙여진,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대로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인생의 희곡을 내가 한 줄씩 쓰고 한 장면씩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5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배우를 보며 그의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멋과 맛을 우리가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 복이다.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 나이 칠십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내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이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왜일까.
평생을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온 삶. 설사 그것이 무대 위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또 어떨까?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기에 타고난 운명이니 팔자니, 그런 말들을 하겠지.
여기 50년 동안 연극 무대에 선 70세의 여배우 '김정숙'이 있다.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는 우아한 미소를 짓지만, 연습실 새카만 후배 앞에서는 험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젊은 연출가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짜증과 신경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것이 추하기보다는 귀엽기까지 한 것은, 자기 이야기로 온전히 쥐고 끌어나가는 '손숙'이라는 실제 나이 70세, 50년 연기 공력의 배우 덕이리라.
▲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포스터 ⓒ (주)플래너코리아
무대 밖에는 모르는 엄마를 둔 아들과 딸, 아내와 엄마이면서 여배우이기도 한 여자, 이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에는 그 재능과 열정이 너무 컸나보다. 그러니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거기다가 엄마와 같은 배우의 길에 들어섰으나 엄마의 반대로 좌절하고, 결국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이 있으니 남겨진 엄마와 아들의 아픔과 갈등은 더 깊어지고 오해는 영영 풀 길이 없어 보인다.
공연 연습을 하는 연극 <굿나잇, 마더(잘자요, 엄마)>는 딸이 엄마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가 자살하는 내용이니 김정숙이라는 배우의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물론 딸의 죽음까지 다 합해서 묵직함을 던져준다.
김정숙의 돌아가신 어머니, 김정숙, 죽은 딸로 이어지는 모녀 3대의 삶과 각자 꿈꾸었던 길, 가지 못한 길이 서로 얽혀들면서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중간 중간 김정숙의 입을 통해 듣는 대사는 50주년 창작 연극으로 우리 앞에 선 '손숙'이라는 배우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의 일생이 담긴 말이 아니었을까.
"...무대가 인생의 축소판인 게 아니라 무대가 그냥 인생이었어...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체를 백 퍼센트 보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고통이 어디 있겠어..."
우리는 신 혹은 운명 혹은 팔자라 이름 붙여진,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대로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인생의 희곡을 내가 한 줄씩 쓰고 한 장면씩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5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배우를 보며 그의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멋과 맛을 우리가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 복이다.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 나이 칠십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내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이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왜일까.
덧붙이는 글
손 숙 연극 50주년 창작 공연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 50년 여배우의 무대 뒤 이야기>(박춘근 작, 윤정환 연충 / 출연 : 손 숙, 김원해, 서은경) ~ 7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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