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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진상 취객이... "넌 주당의 수치다!"

진상 취객 vs 분통 주인... 가는 날이 장날이네요

등록|2013.07.26 10:07 수정|2013.07.26 10:07

▲ 술을 먹더라도 얌전히 먹어야 욕을 안 먹는 법입니다. ⓒ 홍경석


어제 야근을 마치고 아침에 귀가해 부족한 잠을 잠시 잤습니다. 그제가 중복이었지만 그날은 삼계탕 등의 이른바 보양식을 먹지 못 한 터입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단골로 가는 식당에서 민물새우탕을 먹기로 하고 아내와 그 식당을 찾았습니다.

한데 식당으로 들어서자니 한 남자가 안주도 없이 맥주를 두 병째 마시고 있더군요.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으나 그 남자는 술김을 빙자하여 손까지 번쩍 들며 우리 부부를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어서 오십쇼~! 누나, 손님 왔어."

주방에서 일하던 주인아줌마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맞으며 눈짓으로 식당의 안쪽 방으로 가 앉으라는 암묵적 부탁을 하시더군요.

"새우탕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잠시 후 우리의 식탁에 밑반찬을 차리는 와중에도 술이 취한 그 남자는 연신 주인아줌마를 들들 볶기 시작했습니다.

"누나~ 내 나이가 올해 마흔 여섯인데 참한 여자 좀 없수? 일루 와서 1분만 앉아 내 말 좀 들어봐요!"

대낮부터 그렇게 주사를 부리니 당최 입맛이 돌아오지 않더군요.

"오늘 잘못 왔군! 모처럼 왔더니 장날이라고 저렇게 진상 손님이 죽치고 앉아서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오던 손님들도 달아날 판일세."

아내도 동의의 표시로써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손님들은 연신 들이닥쳤고 맥주를 한 병 더 시킨 취객은 연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거망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돈을 내고 밥을 먹으러 온 손님들에게도 무시로 헛소리를 퍼붓는 취객이었으되 식당의 주인아줌마는 어쨌거나 그가 '손님'인지라 어쩔 수 없어 하는 표정으로 역력했고요.

"아줌마~ 여기 계산하세요."
"미안해요! 아침부터 저런 사람이 와서 저도 죽을 맛이네요!"

주인아줌마는 취객은 듣지 못할 정도로 음성을 낮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뭐."

말은 그리 했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지요. 서둘러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손을 잡으며 아내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오늘 맛이 없는지 별로 먹지도 않대? 그 진상 손님 때문이지?"
"맞어~!"

오래전 잠시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만취한 '진상 손님'이 들어와선 주방을 보는 아내더러 와서 술을 따르라고 하더군요. 이에 분기탱천하여 내쫓곤 얼마 안 돼 식당을 접었습니다. 내 돈 내고 술 마시면서 민폐까지 끼치는 건 주당의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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