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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기, 투신 3시간 전 인터뷰 "관심 가져달라는 것"

그는 왜 그런 퍼포먼스를?... "부끄럽지만, 공언한 이상 실천 옮겨야"

등록|2013.07.26 23:57 수정|2013.07.29 15:52

▲ 26일 14시 30분경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 ⓒ 추광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가 26일 오후 3시 23분경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오후 11시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성 대표는 이날 왜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야만 했을까? 기자는 26일 오후 12시 15분경부터 약 3시간 가량 여의도에 있는 남성연대 사무실에서 성재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인터뷰는 남성연대가 입주해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삼계탕 집에서 점심을 같이하며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에 올라와서도 인터뷰는 이어졌다.

그는 이번 일을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이번 퍼포먼스가 끝나면 백 명 중에 열 명이라도 남성연대 활동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알아준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퍼포먼스'를 행한 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돈 얘기가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십시일반 일어나"

- 성재기 대표가 일베에서 활동하는 등 보수우익에 치우쳐 사상적으로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있다.
"남성연대는 좌도 우도 아닌 조국의 균형을 생각하는 시민단체다. 제가 만나는 사람도 우익보다는 이념적으로 좌쪽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베에서 활동한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부분은 오해다."

- 25일 SNS 등에 1억 원이 필요하다면서 투신하겠다고 말했다. 남성연대가 재정이 어려운가?
"남성연대를 시작한 게 밑바닥부터 헤아린다면 5년째다. 현재 유급 봉사자들이 6명이고 각종 경비들을 합한다면 한 달 운영비로 천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후원금이 2백만 원 정도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더 많이 나갔지만 지금은 그래도 나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남성연대를 이끌면서 2억 2천여만 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지만 어제 트위터 등을 통해 1억 원을 내걸고 투신하겠다고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 1억 원을 빌려달라고 호소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가.
"1억이라는 돈이야 필요하면 여기저기 알아보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얘기가 아니면 노이즈가 안된다. 제가 만일 어제 트윗을 날리면서 '군가산점' '아청법' '성매매특별법'을 들어달라고 했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 만큼이나 일어났겠느냐. 돈 얘기가 들어가니까, 어려우니 봐달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십시일반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에 투신을 앞세워 그런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건가?
"5년째 해왔는데 현재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미친 짓을 하고 있는데도 그 속뜻을 알고 정말 이 세상을 바꿀 마음이 있는지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 종편이 내게 출연 요청하는 것은 광대짓을 요구하는 것이다. 안다. 하지만 남성연대가 내세우는 목표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곳은 없다.

남자들이 먼저 인정해주고 맞다고 해줘야 하는데 '남자도 약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이삼 일 전 모 방송을 녹화하는데 대학생들에게 제가 물었다. 방청객들은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남자 대학생에게 '남자도 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었다. 하지만 똑똑한 여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 남자 대학생은 홀 안에 있는 모든 여성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게 현실이다.

작년 10월에 덴마크 대사관에 있는 젠스라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친구에게 북유럽사람들은 남녀평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남녀평등이라는 말은 안쓴다고 답했다. 북유럽은 남녀평등을 넘은 것이다. 남녀평등이라는 단어 자체에 불공평이라는 말이 담겨 있는데, 북유럽의 경우 그런 말 자체가 없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남자도 약자가 될 수 있고 여자도 약자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강자고 여자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이분법 자체가 잘못되었다."

- 앞으로 남성연대는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재정 타개책은 있는가.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서 생각하지 오늘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잠은 네 시간 잤다. 남성연대를 이끌면서 활동과 관련해 원고를 다 썼는데 출판사도 만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서 자원봉사자들한테 알바비를 주고 리서치 회사를 만들어 자급자족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퍼포먼스는 1억 원어치의 관심 가져달라는 것"

- 오늘(26일) 퍼포먼스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것에서 뭐 하나라도 되는 게 없다. 이걸 해가지고 나 혼자 잘살자고 하는 게 아니다. 콩고물 얻어먹자는 것도 아니다. 병역 보상이라든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이루고 싶은데 사회에서는 나한테 기회를 안준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 군가산제 토론회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제가 패널로 참여하는 것을 여성부가 거부한다고 하니까 국방부가 나를 뺐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을 빼고 교수들끼리 뭘 하자는 것이냐. 탁상공론 밖에 더 되지 않겠느냐.

아무리 얘기해봤자 동력이 안생기는 것 같다. TV에 출연해 정치이념을 얘기하면 고급스럽고 남성연대가 얘기하는 것은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활동을 5년째 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다.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종잣돈이 아니라 종자되는 사람들'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퍼포먼스는 1억 원어치의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이번 퍼포먼스가 끝나면 백 명 중에 열 명이라도 남성연대 활동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알아준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열 명 중 한 두 사람이라도 '당신 말이 맞다,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 모든 남녀가 평등하게 같이 실천합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 지금 현재 심경은 어떠한가.
"후회한다. 어제 트위터로 밝힌 내용은 정말 부끄러운 짓이었다.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겠다. 이미 공언한 내용이기에 실천에 옮기지 않을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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