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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을수록 좋은 것은?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 多

등록|2013.09.25 18:19 수정|2013.09.25 18:19

많을 다(多)신에게 바치는 고기가 쌓인 모습이 많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 ?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서면 1003개의 TV 모니터가 탑처럼 쌓인 비디오아트 작품에 압도 되는데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TV 모니터를 화가의 캔버스처럼 활용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漢)나라 고조 유방(劉邦)이 장군의 능력에 대해 한신(韓信)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물었다. "난 얼마만큼의 군사를 통솔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한신은 "10만쯤 거느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답했다. 다시 유방이 "그럼 자네는 어떤가?" 하고 묻자 한신은 "저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요"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자만했던 한신은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유방의 부인 여태후에게 살해되며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세상에 많을수록 좋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흔히 돈, 명예, 능력 등을 떠올리는데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다복(多福), 다수(多壽), 다자(多子)를 삼다(三多)로 여긴다. 새해가 되면 대문에 붙이는 연화(年畵)에 삼다도(三多圖)가 있는데 대부분 부처님의 손 모양을 한 불수(佛手), 복숭아, 석류가 그려져 있다. 불(佛, fó)의 발음이 복(福, fú)자와 비슷해 행복을 의미하고 서왕모가 먹고 불로장생했다는 복숭아는 장수를, 석류는 열매가 많아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것이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던 제주도에 최근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돈, 자동차, 중국인이 많은 삼다도가 되어 간다니 제주도가 자칫 중국인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많다'는 의미의 '다(多, duō)'는 원래 신에게 바치는 고기가 쌓인 모습인 두 조각의 고기(肉, 月)에서 출발한 글자였으나 모양이 저녁 석(夕)으로 바뀌어 밤이 거듭 되어 많다는 의미로 생각되었다.

'많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천 잔의 술도 적은 법이고(酒逢知己千杯少), 뜻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반 마디의 말도 많다(話不投機半句多)고 한 취옹(醉翁) 구양수(歐陽脩)의 시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것이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순기능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양산하는 역기능이 있는 것처럼 꼭 많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多)'에는 '불필요한, 과분한'의 의미도 함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적더라도 정교하고 세련된(少而精) 것이 필요할 때가 많다. 'made in China'가 도처에 넘쳐나지만 그 조악함으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앞으로 국가브랜드 차원에서 해결해 가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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