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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꼬시는 방법', 300만원 내면 가르쳐준다고?

상업적 연애기술 학원, 픽업아티스트 세계를 엿보다

등록|2013.07.29 15:12 수정|2013.07.29 15:42
"저는 나이가 아주 많은 노총각입니다. 회사동료 추천으로 이곳을 알게 되었고,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강사분이 저에게 저 여자에게 가라고 하면 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AA(Approach Anxiety, 접근 공포증)가 있긴 했지만, IOD(Indicator Of Interest, 호감표시) 교육을 받았고, 반격기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여자에게 다가갔습니다."(픽업아티스트 워크숍 참가자 후기)

"애프터에서는 '마이 스토리텔링', '자신의 높은 가치'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감옥화법'을 통해서 여성을 내가 원하는 상태로 만들 수 있게 하는 심리적 기술을 배웠습니다. 또한 클럽이나 나이트에서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야 할지를 강의와 실전 코칭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프리코칭에, 나이트클럽, 클럽강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박 3일 프로그램이 150~200만원인데 타 업체에서 300만원을 훌쩍 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가격도 최고, 프로그램도 최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과거는 지워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픽업아티스트 부트캠프 참가자 후기)

▲ 한 픽업아티스트 학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IMF


픽업아티스트,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픽업아티스트가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어떤 픽업아티스트는 "픽업 아츠(pick up arts)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고도 말한다. 픽업아티스트의 인기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회원 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만 명 이하의 커뮤니티부터 10만여 명의 커뮤니티까지 다양하다.

픽업아티스트라는 분야는 2006년에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픽업아티스트란 이성을 유혹한다는 속어 'Pick Up'에, 한 분야의 기술자라는 뜻도 있는 'Artist'가 합성된 단어이다. 이는 미국에서 온 문화로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 등을 숙지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기도 했던 <나쁜남자지침서>도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다.

픽업아티스트를 만들어내는 학원도 있다. '픽업'의 기술을 돈을 받고 알려주는 것이다. 학원들은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와 연계돼 있는데 커뮤니티에서 강사를 모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픽업아티스트는 남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일까? 한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 대표자 이단 헌트씨(29, 닉네임, 픽업아티스트들은 닉네임으로 활동한다)는 "마음가짐, 여자들의 심리, 관계를 이어나가는 흐름, 대화기법,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 등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교재를 통해 심리를 배우는 것부터 실제 길거리에서 헌팅을 해보는 것까지 모두 수업의 일환이다.

세미나, 워크숍, 부트캠프 등까지... 많게는 300만 원까지 지불

픽업아티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200만 원이 넘어가는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이론을 습득한다. 국내 픽업아티스트 학원은 일반적으로 4가지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픽업아티스트의 세계에서는 이것을 세미나, 워크숍, 일대일 트레이닝, 부트캠프 등으로 부른다.

세미나, 워크숍, 일대일 트레이닝은 하루 과정으로 이뤄지고 부트캠프는 2박 3일 코스다. 교재도 있다. 커뮤니티 회원 수 10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IMF 학원은 <매직불릿>이라는 책으로 공부한다.

세미나에서는 여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 10~4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수강료의 차이는 강사진에서 나타난다. 픽업아티스트 일을 오래했거나 남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강사의 강의는 비싸다. 세미나를 등록하는 남자들은 매주 평균 10~50명 정도다. 수업은 보통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워크숍에서는 '실전'으로 들어간다. 강사 1명당 4명의 수강생이 붙는다. 강의 장소는 여자들이 많은 길거리, 클럽, 나이트 등이다. 워크숍 참가비는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선이다. 이 역시 강사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워크숍을 신청한 사람들은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실전에 투입(?)된다. 보통 30개의 번호를 따오라고 시키기도 하는데 픽업아티스트의 말에 따르면 1명의 번호를 따는데 평균 5~1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일대일 트레이닝도 있다. 이 수강료는 50만원에서 300만원이다.

마지막으로 부트캠프. 부트캠프는 그들 사이에서 '신병훈련'이라고 불린다. 세미나와 워크숍에서 배우는 것을 한 번에 배운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것을 신청하려면 100~3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 픽업아티스트들이 길거리에서 여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 IMF


부인이 있는 유부남도 픽업아티스트를 찾는다

픽업아티스트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 목적도 모두 다르다. 여자들과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마음의 드는 여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연애를 잘하고 싶어서, 자기계발을 위해, 호기심 등으로 이곳을 찾는다. 심지어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도, 부인이 있는 남자도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픽업아티스트가 되고자 한다.

강사들은 수강생의 개인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개선방향을 알려준다. 또 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여자가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관계가 어느 정도 진척이 된 것인지를 스스로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스킨십을 잘 받아들이고 남자의 말을 따르는 정도가 높으면 관심의 정도도 높다고 보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이론들을 개발하는 일명 '능력 있는 강사'는 한 달에 1000만 원까지도 번다. 인기강사가 포진된 IMF에서는 "정석적인 이론"들을 모아 <무심한듯 시크하게 사랑하라>라는 책도 출간했다.

K-close, F-close 등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그들만의 용어

픽업아티스트 학원들은 무료콘텐츠(유투브 동영상, 후기, 인증사진, 웹툰 등)를 제공하며 홍보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이라는 웹툰에서는 픽업아티스트를 남자의 자신감을 찾아주는 멘토로 그리고 있다. 만화는 남자주인공이 픽업아티스트가 되면서 소심하고 '찌질'했던 과거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여자와의 관계를 주도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픽업아티스트 학원들은 여자에게 길거리에서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누가 스킨십을 더 많이 하는지 등을 '배틀' 형식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게시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픽업아티스트가 이성과의 관계형성을 게임으로 인식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픽업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용어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헌팅 후기들에는 게임에서나 쓸법한 용어가 나열돼 있다. 픽업아티스트들의 용어를 간단히 보면 이렇다.

▲HB10(Hot baby10): 1∼10: 여성의 매력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 10에 가까울수록 매력이 많은 여성 ▲IOI(Indicator Of Interest): 호감표시 ▲SOI(Statement Of Interest): 관심선언 ▲DHV(Demonstration High Value): 높은 가치 증명 ▲ASD(Anti Slut Defence): 여성방어본능, 쉽게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여자들의 심리 ▲CT(Compliance Test): 순응도 테스트 ▲N-Close: 연락처 획득 ▲ K-Close: 키스 ▲F-Close: 성관계('홈런'이라고 함)

이렇게 그들만의 용어로 공유하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의 내용들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올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부분의 픽업아티스트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청소년유해음란사이트로 지정하고 19세 이하는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 및 시행령 7조, 9조에 따라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 내용물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 또 "픽업아티스트 네이버 카페에 여성을 유혹하여 성적관계를 맺은 경험담, 기술 등이 성매매를 조장하고 성윤리를 왜곡했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판단했다는 것과 성적관계 인증샷 등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 픽업아티스트 학원 사이트는 성인화상채팅사이트를 광고해 지난 4월 사이트 운영정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 픽업아티스트들의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현재 접근이 불가하다. ⓒ IMF


▲ ⓒ 화면캡처


▲ ⓒ 네이버화면캡처


"연애는 돈 없이 할 수 없어"... 연애도 돈주고 살 수 있다는 사고 조장

네이버 지식인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제가 키 170cm에 얼굴은 조금 못생긴 편인데 가난해서 새 옷을 사 입을 형편도 안 돼요."

이에 픽업아티스트는 이렇게 답변했다.

"연애라는 것은 돈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키와 얼굴은 상관이 없습니다. 질문자님은 아직 학생이신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뒤에 픽업아츠(Pick Up Arts)를 배우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픽업아티스트는 본래 자신감이 없는 남자들의 매력을 개발해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 픽업아티스트들의 활동은 단순히 연애도, 여자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고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당신에게서 유추프라카치아의 향이 나는것 같아요"('PUSE' 픽업아티스트 학원-향수 멘트 중에서)라는 식의 대화기법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신원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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