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진 동네빵집, 빵빵한 인기 비결 알아봤더니
프랜차이즈와 차별화가 생존전략... 순천 '조훈모 과자점'
▲ "빵 맛이 좋고 소화가 잘 되요. 시댁에 올 때 마다 들려요." ⓒ 조찬현
동네빵집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독식으로 동네 빵집들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인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나가는 동네빵집이 순천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대형 프랜차이즈 틈바구니 속에서도 잘 나가는 빵집
자영업자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기세등등하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동네빵집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동네빵집의 생존전략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빵맛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와의 확실한 차별화다.
▲ 권동필 메니저가 고객들이 빵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조찬현
다들 어렵다는데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비결은 뭘까. 순천의 유명한 동네 빵집인 조훈모 과자점은 유기농밀과 우리밀 제품으로 기존 업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무료 시식으로 소비자가 직접 맛을 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한 판매방식도 주효했다.
"빵 맛이 좋고 소화가 잘 되요. 시댁에 올 때 마다 들러요."
서울에서 왔다는 신지혜(34)씨다. 이렇듯 이곳을 찾는 고객은 동네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타지 고객들도 많다. 이곳 빵집의 권동필(42) 매니저는 동네 고객 못지않게 입소문 듣고 찾아온 고객들이 살수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아침에는 식빵 종류와 시리얼 발효 빵, 초코 발효 빵이 좋아요. 자고 일어났을 때는 담백한 게 좋죠. 오후에는 블루베리크림빵이 잘 어울려요. 지친 몸에는 달고 새콤달콤한 빵이 좋지요. 커피 한 잔 곁들이면 더욱 좋아요."
▲ 오후에 잘 어울리는 새콤달콤한 블루베리크림빵이다. ⓒ 조찬현
연령대별 맞춤 빵과 맛깔난 맛보기로 고객확보 주력
매일 만드는 빵 종류만도 50여 가지가 넘는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연령대 별 인기 있는 빵 종류를 알아봤다. 어린이는 쿠키와 카스텔라 종류를, 초등생은 소시지와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을 많이 찾는다. 크루아상은 프랑스빵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헝가리 빵이다.
중고생은 단가가 좀 높은 편인 파이종류를 선호한다. 아름다운 샘이란 뜻을 지닌 쉘브론과 브라우니 등 초코계열이다. 대학생은 시리얼 발효빵과 사과 건포도 등의 과일을 3개월 숙성해 넣은 이태리의 대표적인 빵 파테토네를 선호한다. 어른들은 밤빵과 콘 아몬드다.
이렇게 연령대별 차별화 전략으로 입맛을 맞췄다. 조훈모 과자점이 골목상권인 이 자리에서 20년 넘게 버텨온 비결이다. 큼지막하게 잘라 고객이 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한몫 했다.
"맛보기를 먹어보면 그 다음에 구입을 하게 됩니다."(권 매니저)
"빵맛을 알아야 사지요."(동네 아줌마)
원두커피 무료...발효 빵 파네토네와 우주빵 최고 인기
이뿐만이 아니다. 빵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원두커피는 무료다. 한 고객은 커피전문점 커피보다 오히려 맛이 낫다는 평가다.
"꽁짜라서가 아니라 진짜 맛있어요. 웬만한 커피전문점 커피보다 나은걸요."
인기 빵은 과일과 호두 등을 3개월 숙성해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파네토네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 빵이다. 빵이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과일 향이 좋다. 이거 한 개면 한 끼니 식사대용으로도 가능해보인다.
▲ 우주빵을 고르던 문호봉씨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 조찬현
▲ 우주선을 닮은 우주빵(UFO)도 인기다. ⓒ 조찬현
우주선을 닮은 우주빵(UFO)도 인기다. 이 빵은 어린아이로부터 어른들까지 다 좋아한다. 한 뼘을 넘는 크기다. 겉면은 비스킷이다. 가마에 구운 고구마와 크림치즈가 들어갔다. 우주빵을 고르던 문호봉(43)씨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참 맛있어요. 특히 얘들이 좋아해요."
다양한 빵들, 값도 착하다. 우리밀과 유기농 제품의 빵인데도 가격부담이 덜하다.
이곳 매장에서 근무한다는 한 직원은 사장님이 형제지간에 우애도 깊고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 귀띔 한다. 순천시에서 사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다. 그 아름다운 기부를 드러내지 않은 채 20년째 이어가고 있다. 빵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유는 그런 연유에서 인가 보다.
▲ 원통형 모양의 파네토네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 빵이다. ⓒ 조찬현
▲ 마카롱과 베이비슈다. ⓒ 조찬현
식생활의 변화로 밀가루 발효식품 빵이 요즘 인기다. 밥이 주식이었던 우리나라도 빵 중심의 식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갓 구워내 윤기 흐르는 빵이 입맛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에 최초 빵이 들어온 것은 1890년 무렵이다. 외국 선교사에 의해 정동구락부에서 면포와 설고 카스텔라가 선보였는데 이게 한국 빵의 시초다. 6·25 전쟁 이후부터 소규모 빵집이 하나 둘 생겼으며 1960년대부터 대규모 업체가 생겨 날이 갈수록 세를 불려가고 있다. 이들이 동네빵집들과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