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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콜라 독립전쟁, 815 콜라와 다를까?

10년간 30여 개 지역 콜라 출시... 코카콜라 점유율은 여전

등록|2013.07.30 10:41 수정|2013.07.30 16:45

▲ 1998년 5월 5일자 <경향신문>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올 여름 콜라시장 쟁탈전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범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업체들이 콜라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미국산 코카콜라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선 때문이다.

여기에 해태음료(콤비콜라), 웅진식품(해커스), 일화(카페콜라, RC콜라), 제일제당(볼카) 등 기존 업체들이 가세, 국산과 미국산 콜라 사이의 '고객 입맛 잡기' 전쟁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해지게 됐다.

1998년 5월 5일자 <경향신문> 기사 '국산 콜라 VS 외국산 콜라 음료시장 '패권경쟁' 후끈, 신토불이 '코카·펩시 나와라'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기사는 범양식품에서 내놓은 '콜라독립 815'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지난 2월 코카콜라와 결별한 범양식품은 최근 자체기술로 개발한 '콜라독립 815'를 내놓았다. 73년부터 25년간 콜라를 생산·판매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콜라원액을 자체기술로 만들고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콜라도 이제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제품을 애용하자'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를 '콜라독립 815'로 지었다. 범양은 코카와 펩시의 맛을 집중 분석한 뒤 단맛과 톡 쏘는 맛을 조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815 콜라는 한때 코카콜라와 펩시로 양분됐던 국내 콜라시장에서 점유율 13.7%를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여기에는 IMF 위기 상황에 애국주의 마케팅의 힘이 컸다.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절, '우리 콜라'를 마시는 것은 곧 애국으로 생각됐다. 815 콜라 겉면에는 태극기가 선명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겨냥해 콜라독립전쟁 마케팅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는가 하면, '815 독립군'이라는 판촉사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지역 특산품에 대한 자부심... 치즈, 와인처럼 콜라도

▲ 파리 콜라(Paris Cola). ⓒ Paris Cola


2013년 여름, 프랑스에서도 코카콜라에 맞서는 '콜라독립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두 콜라가 동시에 출시됐다. 파리 콜라(Paris cola)와 파리고 콜라(Parisgo cola)가 그것. 두 콜라 모두 빨간색 뚜껑에, 라벨에는 에펠탑이 그려져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떼루아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파리의 콜라전쟁을 소개했다. '토양'을 뜻하는 프랑스 말인 '떼루아(Terroir)'는 그 지역 땅에서 난 지역 생산물을 의미한다. 파리 콜라의 로돌프 그로셋은 "우리는 진짜 떼루아 제품을 갖고 있다"면서 프랑스 땅에서 난 비트(채소의 하나)에서 콜라에 들어가는 설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파리고 콜라는 주 소비층을 관광객이 아닌 파리지엔느로 삼았다. 파리스고 창립자이자 영화감독인 브루노 바우세낫은 프랑스인들이 코카콜라 때문에 "멍청해졌다"면서, 콜라도 프랑스 와인처럼 맛이 다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고 콜라는 코카콜라보다 덜 공격적인 거품으로 승부한다.

사실 코카콜라는 프랑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 코르시카 지역 출신의 사업가 안젤로 마리아니는 19세기 보르도 와인에 코카나무 잎을 우려내 '뱅 마리아니'라고 불리는 음료를 만들었다. 이 음료는 교황 레오 8세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뱅 마리아니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고, 조지아주 출신의 약사였던 존 펨버튼은 여기에서 코카콜라의 전신이 되는 의약품 '프렌치 와인 코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펨버튼은 1886년 프렌치 와인 코카를 알콜이 없는 코카콜라로 만든다. <코카콜라의 경영비법>의 저자 마크 펜더그라스트는 뱅 마리아니를 '코카콜라의 할아버지'로 불렀다.

프랑스 콜라 회사들은 프랑스 남서부 지방 특산품인 로크포르 치즈, 프랑스 버건디 와인처럼 글로벌한 음료인 콜라에도 프랑스 지역 특산품을 접목시키고 싶어 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브리타니 지역의 브레즈 콜라를 시작으로 지중해 해안 코르시카 콜라, 바스크 지방 에카 콜라, 알자스 지역 동쪽 엘자스 콜라 등 30개가 넘는 지역 콜라가 탄생했다. 프랑스 지역 콜라 연합을 설립한 루이스 앙리 슈안느는 "프랑스에서는 '떼루아 효과'가 매우 강하다"면서 "이것은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에 닻을 내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콜라독립전쟁', 815콜라와 다를까?


▲ 파리고 콜라(Parisgo cola) ⓒ Parisgo cola

'떼루아 콜라'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는 프랑스 콜라 시장의 5분의 4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지역 콜라의 시장 점유율은 0.9% 이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지역 술집,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는 지역 콜라 판매율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 높지는 않다. 2002년에 출시된 브리타니 지역 콜라 '브레즈 콜라'는 이 지역 콜라 시장의 15%를 차지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코카콜라가 이처럼 인기를 유지한 데는 지역 밀착 마케팅이 컸다고 봤다. 프랑스 코카콜라는 주로 이 지역 비트에서 나온 프랑스 설탕을 쓴다. 또한 2개의 생산 공장 모두 파리에서 20마일 이내에 있다. 이는 파리 콜라, 파리고 콜라 공장보다 파리에서 가깝다. 코카콜라 프랑스 마케팅 대표인 마뉴엘 베르케 클리네는 "지역 콜라들의 문제점은 라벨 이상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라벨에 에펠탑이 선명한 파리 콜라와 파리고 콜라를 마셔본 클리네는 말했다. 

"코카콜라가 더 낫네요."

815 콜라의 콜라 독립은 얼마가지 못했다.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은 IMF 탈출과 함께 약발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맛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범양식품이 2003년 연쇄부도를 맞으면서 815 콜라는 2004년 생산이 중단됐고 2005년 파산선고를 받았다. 코카콜라·펩시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코카콜라는 국내 콜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산 콜라는 지난해 출시된 이마트 '반값 콜라'가 유일하다.

파리 콜라와 파리고 콜라. 프랑스의 콜라독립전쟁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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