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콜' 날리는 '대리업체느님'들, 해도 너무 합니다
대리기사들의 하소연... 민주당, 불공정 계약 공정위 약관심사 청구
▲ 대리운전기사 450여 명이 지난 5일 창원시 상남동 군수광장에서 "대리운전업체의 계약 불공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1차 집회는 지난달 26일에 있었다. ⓒ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다들 가장 아입니까. 이거라도 해가 먹고 살라카는데… 싸울 여력도 없는 사람들입니더."
횡령혐의로 대리운전업체 연합과 소속 센터장을 고발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남지부 김태수 지부장(64)의 말이다.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넘친다. 뭘 이것저것 따지냐. 하기 싫음 관둬라."
대리업체들의 부당한 행위에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꼬우면 그만하라"는 식이다. 상시로 기사모집을 하는 터라 업체 측에서는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부장은 기자에게 하소연을 하는 도중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동안 김 지부장은 말이 없었다.
"대리기사들은 도시 최저빈민들이다. 한 달 죽어라 일해도 받는 돈은 70~100만 원 정도다. 하루 12시간 일해야 120만 원 받는다. 이렇게 힘없는 사람들에게 대리업체들은 하느님인양 행동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소모품일 뿐이다. 우리의 소원은 '을'이라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구조상 우리는 을도 될 수 없다. 대리기사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대항할 법률적 지식도 없고 시간도 없다. 그들(대리업체)에게 반항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해약'이다. 다들 버틸 힘이 없다."
해고가 아닌 '해약'인 이유는 계약서에 있다. 창원·김해지역에서 문제가 된 '마·창·김 콜센터 대리운전 서비스' 위탁 계약서 제3조를 보면 "을은 갑에게 면세개인사업자등록사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대리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리운전 기사들은 개인 사업자등록사본을 제출한 적이 없다. 김 지부장은 "회사 측이 대리운전기사를 자영업자로 위장하게 해 노동법을 빠져나가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벌금 부과... 집회참여 이유로 계약해지
#1. 콜을 받았다. 손님의 목적지는 내가 다시 돌아오기 힘든 지역이었다. 돌아오는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해서 배차를 거부했다. 자동으로 500원의 벌금이 빠져나갔다.
#2. 콜이 왔다. 5분 내에 손님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3000원이 빠져나갔다. 손님이 기다리다 다른 콜을 불러 간 것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없다. 4분이 지나기 전에 업체에 연결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벌금을 부과시킨 이후에나 연결이 된다. 어린애들 나무라듯 "네가 못간 것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성질을 부린다.
#3.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기사님은 집회를 통한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오늘부로 저희 센터와는 계약 해지됨을 알려드립니다. 위 사항에 대한 증거가 확보되어 관련자들에 대해 다음 주 고발조치 예정입니다. 선입금 등의 환불금은 즉시 환불대상입니다."
#4. 하루 10시간, 한 달 뼈 빠지게 일해서 166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수수료, 벌금, 보험료 등 이리 떼이고 저리 떼여 내 손에 남은 것은 106만 원이다. 두 아이를 입히고 키워야 하는데 한 달 100만 원 돈으로 어떻게 살 수 있나. 그들은 가정파괴범들이다.
#5. 그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경찰서에 갔다. 경찰은 나에게 말했다. "증거를 가져오라"고. 기사들의 돈을 빼가는 가상계좌는 본인이 내역을 확인할 수가 없다. 보험료횡령 증거를 찾기 위해 보험회사에 찾아가도 '가입자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힘없는 자들에게는 고발도 사치임을 알았다.
'똥콜' 남발... 보험금 횡령
▲ 대리운전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한 대리운전 기사는 지난 3일 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1콜당 만 원이면 3000원이 수수료로 나간다. 하지만 수수료를 입금시킬 때마다 300원이 또 떼인다. 은행입출금을 하는 것도 아닌데 3000원을 넣으면 2700원을 넣은 것으로 처리된다.
▲콜이 들어왔을 때 5초 안에 승인하지 않으면 벌금 500원, 5초 동안 콜을 보지 못하면 500원, 너무 먼 곳이라 가지 못해도 500원.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이 월 10~15만 원이다.
▲단체보험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수령계좌가 회사로 되어 있다. 만약 대리기사가 사고를 당하여 보상금이 나오면 회사통장으로 들어간다.
▲ 회사 측에서 보험금을 미리 입금시켜 2개월분을 할인받고도 매달 기사들은 5~7만 원 사이의 보험금을 납부한다. 게다가 보험금이 100명분이면 60명분만 내고 나머지 40명이 내는 보험금은 회사가 갖는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업체가 기사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오더를 보내서 취소를 유도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똥콜'이 남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사가 오더를 포기할 시에는 건당 500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보험금 횡령도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실제 보험사에 지급하는 금액 이상으로 대리 운전기사에게 보험료를 징수해 차액을 횡령했다. 군산지역 대리운전업체는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도 기사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횡령했다.
대리운전업체 불공정 계약 법적 조치 필요하다
벌금을 유도하고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돼도 대리운전기사들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다. 마·창·김 콜센터 대리운전 서비스' 위탁 계약서 제 6조에는 "1. 을은 갑으로부터 요청받은 운전 대행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요금 중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입금하여야 한다. 2. 수수료 입금액 및 입금방법은 갑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3. 을이 수수료 및 기타 입금 부분을 하지 않을 시 갑은 위탁서비스 제한 및 계약해지할 수 있다. 4. 수수료의 금액과 입금방법은 변경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수수료 변경이 불가하다는 것이 규정 되어 있는 것이다.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은 "대리운전업체들은 이러한 불공정·일방적 계약서도 우리에게 교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은 ▲계약서 미교부, 과도한 보등금 부과, 해고 남발 등 불공정 계약 강요 근절 ▲콜수수료 10%로 인하 ▲합리적 표준 계약서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 대리운전기사 피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 대리운전기사 피해 간담회를 열고 '을의 눈물 제 8차 사례발표'를 통해 불공정 피해실태를 공개했다.
책임 의원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전국대리운전업체들은 기사들과 불평등 계약을 체결하여 과다한 수수료와 합류차 비용, 프로그램 사용료 등 부당한 금전적 부담을 강요한 사실과 계약조항에도 없는 벌금과 보증금 징수, 부당한 보험료 부과를 통한 차액 횡령의혹 등의 피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9일 전국대리운전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요청하고 대리운전업 표준약관 제정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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