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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도 너~무 심한 중국어 과장법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5] 太

등록|2013.07.30 17:51 수정|2013.09.25 18:20

大와 太아들 왕헌지가 쓴 大에 아버지 왕희지가 점을 더해 太가 되었다. ⓒ 西風


언제 중국 샤오싱(紹興) 인근에 있는 <난정집서>(蘭亭集序)로 유명한 란팅(蘭亭)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가이드가 클 태(太)자 비석 앞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아 들을 수가 없었다. 붓글씨로 유명한 왕희지(王羲之·Wáng Xīzhī)가 쓴 것이겠거니 하고 돌아서려는데 가이드가 친절하게도 다가와 개인적으로 설명을 다시 해줬다.

서성(書聖)으로 불리는 왕희지의 일곱 번째 아들 왕헌지(王献之·Wáng Xiànzhī)가 어렸을 때 붓글씨 연습을 하다가 부모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 하루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말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씨 '대'(大·dà)를 가지고 아버지 왕희지에게 보여줬다. 왕희지는 아들이 쓴 글씨를 보고 아무 말 없이 점 하나만 더 해 '태'(太·tài)로 만들어줬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지 못한 왕헌지는 그 글씨를 들고 다시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어머니는 글씨를 자세히 보더니 다른 것은 다 아직 부족한데 여기 이 점은 정말 잘 썼다고 칭찬해줬다.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가 찍어준 것이었다. 왕헌지는 자신의 붓글씨가 부족함을 알고 더욱 노력해 아버지의 대를 잇는 위대한 서예가가 됐다는 이야기다.

태(太)는 '크다'는 의미의 '大'자에 아래에 점을 찍어 더 큼을 나타낸 지사자다. 중국어에서는 '너무'라는 의미의 부사로 사용되는데 약간 과장된 언어습관을 즐기는 중국인들은 습관적으로 '너무' 라는 말을 붙여 쓴다. 그래서 너무 혹은 매우에 해당하는 단어가 매우 많다. 很(hěn),真的(zhēnde),非常(fēicháng),挺(tǐng),特别(tèbié),实在(shízài),十分(shífēn),好(hǎo)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하여 중국인의 화법에서 너무·정말·매우 등이 상투어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말의 의미를 때로는 평가절하해 들어야 할 때가 많다는 의미다. '0'의 개념을 만들어낸 인도인의 풍부한 상상력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허풍과 뻥에 능한 것이 중국인이다. 문학의 세계에서는 그런 과장법이 이미 오래전부터 문학적인 수사법으로 자리 잡았다.

<해하가>(垓下歌)에서 항우의 힘을 표현하며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力拔山兮氣蓋世)"라고 하는데 조금 심한 과장일 테다. 두보(杜甫)는 천재 시인 이백(李白)을 "붓을 들면 비바람이 놀라고 시가 완성되면 귀신이 울고 갔다(笔落惊风雨,诗成泣鬼神)"고 높게 평가한다.

이에 질세라 이백은 유명한 <추포가>(秋浦歌)에서 "백발 삼천 장 / 시름 때문에 이처럼 자랐나니 / 알 수 없구나 / 밝은 거울 속의 몰골은 / 어디서 가을 서리 맞았는지(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라고 삼천 장의 머리카락 운운하며 과장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언어마다 독특한 스타일과 맛이 있다. 중국어는 성조 언어로서 날아다니는 무술영화 같은 다이내믹함과 '뻥'이 내재돼 있으면서 또 기름지고 느끼한 중국요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한 의미를 뒤집어쓰고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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