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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진주시장, 서울시청 앞 1인시위 벌여

서울등축제 중단 촉구... 박원순 시장 면담 이루어지지 않아

등록|2013.07.31 09:09 수정|2013.07.31 12:02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 시장은 31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서울등축제 중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진주사람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청계천에서 시작된 서울등축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모방했다며 중단을 요구해 왔는데, 해결되지 않자 이창희 시장이 1인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 시장은 1인시위 뒤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시측은 박원순 시장의 일정이 바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이창희 진주시장이 31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서울등축제 중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 진주시청


이창희 시장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정무부시장을 대신에 만나라고 해서 거부했다"며 "서울시청 현관 입구에서 한참 기다렸으며, 경비들이 막아서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섰다"고 말했다.

진주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진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진주문화원, 진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 진주지회, 진주YMCA 등의 단체에서 배달증명․내용증명 등을 보냈던 것.

이창희 시장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베낀 서울등축제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박원순 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지난 8개월 동안 여러차례 박 시장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서울까지 올라왔는데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박 시장은 불통이냐"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 등축제 있었다"... 이창희 "진주가 먼저 시작"

서울시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주시의 서울등축제 중단요구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등축제는 불교의 영향으로 시작되어 아시아 전역에서 개최되는 보편적인 축제이고,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중국 등(燈)기술자들이 제작을 지원하며, 한국에서는 임진왜란이 아닌 통일신라시대부터 실시되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조선시대 서울 종로에서 등축제가 매우 유명했고, 물 위에 등을 띄우는 유등도 평양 유등놀이가 유명했으며, 유등을 활용한 축제는 현대에도 진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시는 "서울시는 서울등축제를 한시적으로 개최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고, 2010년에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며 "진주시에서 모방이라고 주장하는 등 중 대부분은 서울에서 먼저 전시되었거나 같은 기관에서 제작하여 두 축제에 전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시가 서울등축제로 인해 지역경제에 위협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등축제 개최 이후 진주남강유등축제 관람객 수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진주시의 서울등축제 중단 주장은 근거와 설득력이 없으나, 서울시는 두 축제의 상생협력을 위해 등축제 담당과장이 4개월간 세 차례나 진주시를 방문하여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며 "그러나 진주시는 서울시의 상생협력방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하고, 서울등축제 비방 홍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 지역민간단체를 지원하면서 공공기관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창희 진주시장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등축제는 불교 영향이든 간에 진주에서 먼저 했고,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하건 말건 우리나라에서는 진주가 6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기술자를 거론한 것에 대해, 이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자동차를 외국 노동자가 와서 만들어도 '한국 상표'를 붙이지 않느냐"면서 "10월에 여는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위해 7~8월부터 준비를 하는데 규모가 큰 등의 경우 용접도 해야 하기에, 인건비가 싼 중국 사람을 쓰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이창희 시장은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등행사를 연다고 하는데, 물 위에 띄우는 등축제는 진주가 제일 먼저 시작됐고, 다른 지역은 진주를 모방한 것"이라며 "평양 유등놀이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이 결단 내려라"

이창희 시장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짝퉁 서울등축제 즉각 중단할 것"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등축제 중단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서울등축제 대응 진주시 비상대책위'는 서울등축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베꼈다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뽀로로와 친구들'을 표현한 등인데, 위는 진주이고 아래는 서울이다. ⓒ 진주시청


이 시장은 "남강유등축제는 42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35만 진주시민들의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선조들의 얼이 담긴 진주정신의 발로이기 때문"이라며 "진주 유등은 420여 년 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당시 군사신호로 혹은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과 연락 수단으로 사용한데서 유래한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고 남강유등축제는 바로 이를 시대 상황에 걸맞게 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시장은 "남강유등축제는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이자 명실상부한 글로벌축제로 성장·발전했다"며 "진주시민들이 1949년부터 64년간 애써 육성·발전시켜온 축제를 이제 와서 서울시가 베껴서 연례화 하겠다는 것은 지방문화의 독창성과 진주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서울시는 한국방문의 해(2010~2012)를 맞이하여 한시적으로 서울등축제를 개최하겠다고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방문의해위원회 3자 간에 협약을 해놓고 서울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니 이제 와서 연례화 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시 답지 않는 부끄러운 처사"라고 밝혔다.

이창희 시장은 "서울등축제는 행사의 프로그램은 물론 등의 모형이나 전시형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베낀 짝퉁 등축제"라며 "서울 청계천에서 또 다른 남강유등축제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면 수도권에서 과연 누가 남강유등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진주로 찾아 오겠느냐"고 따졌다.

이창희 시장은 "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그동안 진주시민들의 릴레이 면담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지만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장답게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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