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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들어있는 숫자 108 보이세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 茶

등록|2013.08.01 17:39 수정|2013.08.01 17:58

중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에는 삶을 관조하는 여유가 깃들어 있다. ⓒ 김대오

중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는 차(茶)다. 더운 여름날에도 뜨거운 차를 우려 후후 불며 마시는 중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나뭇잎을 하나하나 맛보며 처음 차를 구분해 마신 사람은 신농씨(神農氏)라고 하며 당나라 때인 780년 육우(陸羽)는 <다경(茶經)>을 지어 차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하여 '다성(茶聖)'으로 불린다.

차(茶)는 고대로부터 비단, 도자기와 함께 중국의 3대 수출품이었으며 전 세계로 전해졌다. 그런데 육로를 이용해 차가 전해진 지역에서는 차의 발음이 주로 광동(廣東)발음인 'cha'이고 바닷길로 전해진 지역은 푸젠(福建)발음인 영어의 'tea'처럼 읽힌다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茶의 독음으로 '차'와 '다' 모두 사용된다는 점이다. 차집과 다방이 모두 가능한 셈인데 지역적으로 중국과 가깝다보니 두 지역의 말이 모두 유입되어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차(茶) 자를 하나하나 보면 위에 풀 초 十, 十 더하면 20이고, 아래에 있는 八과 나무 木에 있는 十을 합친 80을 더하면 100이 되며, 마지막 두 획인 八을 더하면 108이 된다. 그러니까 차에는 백팔번뇌와 같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고 또 땅, 해, 바람, 이슬 등의 대자연이 함유된 차를 많이 마시면 108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중국어에서 차수(茶壽 cháshòu)라고 하면 108세의 생신을 이르는 말이다.

달마대사가 9년 동안 면벽 수행을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졸음이었다고 한다. 눈꺼풀이 무거워져 졸음이 오는 것을 보고 달마는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버렸다. 그래서 달마상이 눈꺼풀이 없는 동그란 눈이라고 한다. 그런데 버려진 눈꺼풀이 떨어진 곳에서 나무가 자라났는데 그것이 차나무였고 달마는 그 차를 마시며 졸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차에 함유된 비타민 성분이 졸음을 쫓는데 효과가 있고 또 차는 다도로 통할 만큼 동양적인 선(禪)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함의는 느낄 수 있게 한다.

송나라 때의 대문호인 소식(蘇軾)이 관복을 벗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절에 갔더니 주지가 "앉아. 차 좀 드려(坐,茶)!"라고 했다. 그러다 소식이 많은 돈을 공양하자 "앉으시지요. 차 좀 대접해라(請坐, 上茶)!"라고 했다고. 또 그가 바로 천하의 대문호 소식임을 알아보고는 "윗자리로 앉으시지요. 좋은 차 좀 내와라(請上坐, 上好茶)!"라고 했다고 한다. 주지가 소식에게 절에 붙일 좋은 글을 좀 써 달라고 요구하자, 소식은 바로 "坐,請坐,請上坐;茶,上茶,上好茶。"라는 주지의 말을 그대로 대련으로 써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사를 지낼 때 차(茶)를 사용했기 때문에 차례(茶禮)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조선시대 들어서며 억불숭유정책으로 불교 풍습을 없애기 위해 차 대신 술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대자연의 풍파 속에서 삶을 관조하고 자연의 멋과 여유를 즐기려는 중국인의 정신이 스며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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