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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달린 전자책, 읽기는 좋지만 아쉽네

[오마이뷰] 한국형 전자책 '크레마 샤인' 직접 써봤더니

등록|2013.08.03 22:26 수정|2013.08.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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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퍼브가 1일 출시한 크레마 샤인. ⓒ 김동환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화면을 켜는 순간 눈이 먼저 알아챘다. 전작에 비해 또렷해진 활자. 전자잉크 사용기기 특유의 버벅거림도 전작인 '크레마 터치'에 비해 한층 개선됐다. 원래 좋았던 휴대성은 더 발전했다. 성인 남성 손 만한 넓이에 두께는 얇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여성용 핸드백에 넣어도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조건이다.

그러나 장점이 분명한 만큼 단점도 명확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조작성. 아이패드·갤럭시 탭 등 정교한 터치가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라면 불만이 터져나올 수준이다. 한국이퍼브와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인터넷 서점들이 공동 출시한 두 번째 전자책 '크레마 샤인'은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체 조명 '프론트 라이트' 기능 장착... 가독성 ↑

한국이퍼브는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크레마 샤인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1년 전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들과 출판사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크레마 터치'의 후속작이다.

패널 크기는 6인치로 전작과 같지만 화면 앞쪽에서 빛을 비추는 '프론트 라이트(front light)' 기술을 장착해 어두운 곳에서도 조명 없이 독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프론트 라이트 방식은 뒤에서 빛을 쏘는 팬라이트 방식을 쓰는 LCD 패널을 사용한 제품들에 비해 가독성이 뛰어나다. 색상은 16그레이, 해상도는 전자종이 패널 중 최고 수준인 1024×758이다.

중앙처리장치와 시스템 메모리 사양도 전작에 비해 향상됐다. 크레마 터치가 800MHz ARM코어텍스 프로세서와 256MB 메모리를 사용했던 반면 크레마 샤인은 프리스케일사의 1GHz급 프로세서와 512MB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높아진 하드웨어 사양에 맞춰 세계 전자책 단말기 중에서는 최초로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계를 적용했다. 한국이퍼브 측은 "대부분의 전자책 단말기가 웹킷 엔진을 사용하는데, 흔히 쓰이는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래드 운영체계는 웹킷과 호환성 문제가 있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계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내부 저장공간은 8GB다. 전자책 6000권을 넣을 수 있는 용량이고 부족할 경우 별도의 SD 메모리를 장착해 확장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1500mAh로 한 번 완전 충전할 경우 7000페이지 이상 연속 읽기가 가능하다.

▲ 크레마 샤인의 화면 밝기 설정. 이 제품은 광학식 터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터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화면 중단의 밝기 조정은 27단계를 무리없이 손가락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화면 하단의 페이지 이동은 정확한 조절이 어려운 수준이다. ⓒ 김동환


광학식 터치스크린 채택... 조작성은 떨어져

전작인 크레마 터치, 그리고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출시한 '킨들 페이퍼화이트' 등 시장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크레마 샤인의 주목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프론트 라이트 기술, 다른 하나는 광학식 터치스크린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프론트 라이트 기술은 단순히 어두운 곳에서 전자책을 읽게 하기 위한 기술만은 아니다. 프론트 라이트 기능이 있는 전자책 단말기들은 그렇지 못한 단말기들에 비해 뛰어난 가독성을 보인다. 전자잉크 자체가 밝은 곳에서 더욱 가독성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킨들 페이퍼화이트'의 제품명도 이런 특성에 기반해서 지어진 것이다. 이 제품은 프론트 라이트 기능을 끄면 회색 바탕이지만 기능을 켜면 유백색의 바탕으로 변한다. 같은 기능을 탑재한 크레마 샤인도 마찬가지다.

크레마 샤인은 여기서 가독성을 한 단계 더 높였다. 킨들 페이퍼화이트가 채택한 정전식 터치스크린 대신 광학식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정전식 방식은 전자잉크 패널 위에 정전 필름을 붙이게 되는데 이 필름이 활자가 번져보이는 현상이나 불필요한 빛 반사를 유도한다는 게 한국이퍼브 측의 설명이다. 크레마 샤인은 광학식이라 정전 필름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독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학식 터치스크린은 터치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가독성을 얻은 대신 조작성을 희생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 간담회에 나온 시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크레마 샤인은 화면 밝기를 조절하거나 책장을 넘기는 등의 일반적인 조작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몇백 페이지 중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하는 등 세밀한 조작에는 상당한 난점을 보였다.

크레마 샤인으로 포스코·경북대학교·메가스터디 등 제휴를 맺은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경우 전자책 페이지를 읽어내는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약 500쪽 짜리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은 후 특정 페이지로 한 번에 이동할 경우 걸리는 로딩 시간은 약 1.2초. 그러나 전자도서관에서 다운받은 도서의 경우에는 평균 3.5초가량 걸렸다.

전자책 콘텐츠의 부족으로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8월 말 정식 출시 때는 최적화 작업을 거쳐 개선되면 좋겠다는 부분이다. 빠른 터치 조작을 했을 때 기기가 급격히 버벅거리는 부분도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필요해 보인다.

전자잉크 패널은 물리적 특성상 페이지를 넘길수록 희미한 잔상이 남는데 이날 공개된 배송된 시제품에는 이용자가 원할 때 이 잔상을 지워주는 기능이 빠져 있다. 완제품에서는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전자잉크 잔상을 자동으로 지워주는 기능이 탑재된다고 하니 큰 흠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 크레마 샤인에 띄운 만화 '이즈망가 대왕'. 글자크기가 작은 만화 대사도 비교적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 김동환


기능 면에서는 국내 전자책 단말기 중 '최고'

기자는 지난해 크레마 터치가 출시됐을 때 2주간 체험한 후 리뷰 기사를 쓴 경험이 있다(관련기사 : '한국형 킨들'? 읽기는 좋은데 읽을 게 없네). 그 기억을 살려가며 이날 기자간담회장에서 두 시간 가량 크레마 샤인을 조작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좋지만 아쉽다'는 것이었다. 전자책 매니아들은 결국 살 수밖에 없을 제품이지만 조작성 부분은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자아낸다.

분명한 단점이 있지만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크레마 샤인이 가지는 입지는 확고해 보인다. 국내 유일의 프론트 라이트 기능 때문이다. 전자잉크 기반 단말기를 사용해 본 이용자들은 이 기능의 위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시집 한 권 크기의 단말기만 있으면 사실상 어디서든 독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독서량이 대폭 늘어난다.

전자잉크 패널이 아이패드 등 빛 반사가 심한 LCD 패널 태블릿에 비해 80% 정도 눈 피로도가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자 역시 앞서 크레마 터치의 리뷰를 하던 3일 동안 출퇴근 시간만을 이용해 <그리스인 조르바> 등 고전 소설들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며 스스로에게 놀랐던 경험이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한 이용자들의 전자책 소비량은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4배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인터넷 서점들이 구비한 전자책 콘텐츠 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도 지난해에 비해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재 한국이퍼브 측이 밝힌 전체 전자책 콘텐츠는 8만3000여 종. 그중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물량이 2만3000여 종이다. 최근 책 시장에서 전자책을 함께 출시하는 편이 종이책 판매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이 관측되면서 하반기 전자책 출시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크레마 샤인은 베타테스터들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오는 8월 26일 14만9000원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8월 5일부터 예스24·알라딘·반디앤루니스 등 각 인터넷 서점 누리집에서 예약 구입이 가능하며 전작인 크레마 터치의 가격은 10만9000원으로 인하된다.

▲ 크레마 샤인에 출력되는 사진 수준. 16그레이 색상이기 때문에 사진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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