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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이간질' 막말... 윤상현→김태흠 바통터치

민주당 발끈 "말로만 협상, 한쪽에선 언어 폭력"

등록|2013.08.01 20:11 수정|2013.08.01 22:02

▲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7월 31일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등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과 관련 "국정조사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려는 것이고, 민주당 스스로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자폭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왼쪽은 권성동 간사. ⓒ 남소연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해 1일부터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두고, 내부 계파 문제를 건드리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겉으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할 것"(최경환 원내대표)처럼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연일 협상 파트너를 향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발 정계개편" "자폭행위" "소수 친노(무현)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당 지도부" 등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조무용론'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새누리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발끈했다. 국정원 국조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에 앞서 "도의를 저버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부터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을 자극하는 새누리당의 막말 퍼레이드가 국조 정상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등장한 셈이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윤상현당?"... 민주 "윤상현이 박심 대변"

새누리당 막말 공세의 총대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맸다. 윤 수석부대표는 전날(7월 31일)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을 비난하면서 "계파 우선주의를 벗어던지기를 촉구한다"며 "'한지붕 두가족'이 아니라 '두지붕 두가족'이 되는 야당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무엇보다 민주당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민주당이 정상화돼야 국정조사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의 파행 원인을 민주당 내 계파 갈등 탓으로 돌린 것이다.

특히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를 제치고 윤 수석부대표가 주도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국면에서도 검찰 단독 고발을 밀어붙이는 등 당내 강경론을 주도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윤 수석부대표가 원내 전략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대변인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서자 "새누리당이 아니라 윤상현당"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윤 수석부대표의 '오버'는 그가 친박(근혜)계 핵심 실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 민주당은 1일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국정조사 파국의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윤 수석부대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무력화하며 야당을 헐뜯고 파행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윤상현이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윤 수석부대표를 남재준 국정원장·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등과 묶어 '국정 농단 트라이앵글'로 지목했다.

민 본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허화평 허문도 허삼수 등이 '3허'로 불리며 국정을 농단했는데, 지금도 이에 못지않은 세력이 있다"며 윤 수석부대표와 남 원장·이 수석을 직접 거명한 뒤,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정청의 국정농단 세력의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소수 친노 강경파와 단절해야"... 이언주 "예의 상실한 언어폭력"

▲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가 1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한 국민운동본부 천막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정청래 간사의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민주당을 자극하는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는 1일 오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태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당인가,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강성 노동조합인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윤상현 수석부대표에 이어 재차 민주당 내부 계파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이런 결정이 민주당이 입만 열면 주장하는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NLL(북방한계선) 포기발언과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으로 위기에 몰린 친노 세력 위로용 선택인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 내부를 겨냥했다.

그는 또 "소수 친노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쓰럽다"며 "민주당의 지도부는 냉정을 찾고 소수 친노 강경파와 단절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급기야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한 민주당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민주당의 초법적 행태, 생떼는 더위를 먹어도 한참 먹었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친노 강경파 등의 표현은 협상 상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맞는 얘기 아니냐, 민주당 지도부한테 실제 들은 얘기"라며 주장을 꺾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또 "이틀 동안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하면서 새로운 게 없지 않았나" "더 중요한 것은 국정조사를 해봤지만,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등의 국조무용론을 펴기도 했다.

곧장 반박 브리핑에 나선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한 언어폭력"이라며 김태흠 대변인을 힐난했다. 이 대변인은 "'야당발 정계개편' '자폭행위' 운운한 윤상현 수석부대표에 이어 오늘 민주당이 소수 친노 강경파에 의해 끌려 다닌다는 말은 야당 내분을 조장하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수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 며칠 새누리당의 몇몇 입 때문에 여야 관계가 악화되고 국민이 분노했는데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당의 대변인으로는 너무나 부족함을 스스로 알 것"이라고 김태흠 대변인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왜 자꾸 휴가를 가겠다고 했는지 너무나 궁금했는데, 더위 먹은 새누리당에게 여름휴가는 아주 절실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와 만나서도 "말로만 협상을 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언어)폭력을 계속 휘두른다면 위선이고 거짓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주앉아 협상을 하나, 막말에 대한 사과부터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친이·친박 나뉘어서 싸우지만, 그것은 당 내부 문제다. 술자리에서 그냥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대변인이 브리핑하나. 금도를 넘어섰다. 술자리에서 얘기해도 대변인이 한 얘기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만방자하다."

이 대변인은 향후 여야 협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협상의사가 없는 게 명백해 보인다"며 "그럼 누가 협상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협상을 하겠다는 사람이 윤상현·김태흠 발언에 대해 '심히 무례했다'고 사과를 해야 그 다음에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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