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馬말이 도착하면 승전보를 전해온다는 고사 때문인지 중국인들은 유독 말을 좋아한다. ⓒ 漢典
중국인들은 유독 말(馬, mǎ)을 좋아한다. 말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말띠해가 끝나가는 음력 12월 말경 중국 산부인과 병원은 양띠해가 되기 전에 아이를 출산하려는 임산부들로 북적일 정도라고 한다.
말이 도착하면 곧 승전보를 전해온다는 '마도성공(馬到成功, mǎdàochénggōng)'이라는 성어는 어떤 일을 시작하여 곧 성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목민족이던 몽고족은 말의 기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데 헝가리에서 몽골까지 5000km 거리를 7마리의 파발마로 하루 800km씩 달려 승전보를 전했다고 한다.
준수한 외모에 빠른 발로 전쟁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승리의 기쁜 소식까지 전해주니 중국인들이 말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말과 관련된 고사성어가 유난히 많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새옹지마(塞翁之馬), 주마가편(走馬加鞭), 견마지로(犬馬之勞), 마이동풍(馬耳東風)….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 시황제는 지방의 반란을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제일 먼저 말 여덟 마리가 달릴 수 있는 길, 즉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면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파병을 하면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중앙군이 도착하면 반란군은 바로 항복을 하더라도 돌아오는데 또 2∼3개월이 걸려 엄청난 군량미와 재원이 들어간다.
반란에 망하는 것이 아니고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군대를 지원하다가 국고가 바닥나 망하는 나라가 많았다고 한다. 진시황이 황토를 다져 만든 당시의 길은 지금도 보존 상태가 양호한 구간이 남아 있으며 중국어에서는 넓은 대로를 이를 때 지금도 마로(馬路, mǎlù)라고 표현한다.
진(秦)나라 환관 조고(趙高)가 이세(二世) 황제 호해(胡亥)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도 유명하다. 일본어에서 바보를 '빠가(馬鹿, ばか)'라고 하는데 원래는 범어의 우둔하다는 뜻의 막가(莫迦, moha)에서 왔다고 하지만 음차(音借)하여 한자 마록(馬鹿)으로 표기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사슴과 말을 구분 못하는 지록위마를 연상되게 한다.
"천하에 천리마는 늘 있지만 백락(伯樂)은 늘 있는 것은 아니다(千里马常有,伯乐不常有)"라는 말은 인재를 알아보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 쉽지만은 않음을 나타낸다. 목왕이 탔던 여덟 마리의 준마(穆王八駿), 항우가 타던 오추마(烏騅馬), 여포, 조조, 관우가 함께 탄 것으로 유명한 적토마(赤免馬), 당 태종이 이세민의 무덤에 조각된 소릉육준(昭陵六駿) 등이 명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고마비(天高马肥)'는 흔히 가을의 청명함과 풍요를 나타내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을 의미하지만 과거 중국인들에게는 이민족이 겨울 양식을 구하기 위해 살찐 말을 앞세운 강한 전투력으로 중원의 풍요를 넘보는 무시무시한 시절을 이르는 말이었다. 즉 '전쟁하기 좋은, 위험한 계절'이었던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철로의 폭이 143.51cm인 것도 말 두 마리의 엉덩이 넓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 인류사에 끼친 영향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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