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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시계가 멈춘 DMZ 안에는 어떤 동식물들이?

[서평&인터뷰]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

등록|2013.08.03 15:51 수정|2013.08.03 15:51
벌레잡이통으로 곤충을 사냥하는 식물 통발, 소시지를 닮은 천연 모발 세정제 창포, 나뭇가지에 낙지가 붙어있는 것 같은 낙지다리, 잎에 능선이 세 개 있는 흑삼릉, 습한 절개지에 포자가 박힌 잎 한 장으로 나란히 매달린 고란초,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듯 한 두루미천남성, 씩씩한 기상이 느껴지는 돌단풍, 국외밀반출금지종인 염생식물 모새달, 선녀 옷깃을 닮은 노란 꽃잎의 쥐방울덩굴, 엽록소 없이도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부생식물 천마,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신비의 희귀종 히어리,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인 구절초와 국화방망이, 벌개미취, 검붉은 자줏빛 꽃 토현삼 등은 모두 현재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목록에 올라있는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생물자원으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식물입니다.
-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에서


2013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3년째가 되는 해이다. 동시에 DMZ(비무장지대, 이하 DMZ)가 생겨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 ⓒ 자연과 생태

전쟁은 인간들의 삶만 파괴하지 않는다. 동·식물들도 파괴되고, 지형이 달라지는 등 자연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한국전쟁으로 이 땅의 수많은 생명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이 대책 없는 죽음을 정지시킨 것은 1953년 7월 27일의 정전협정. 정전협정과 동시에 생겨난 DMZ에는 반세기 이상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문명의 시계가 멈추면서 전쟁전과 전혀 다른 생태계가 형성된다.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자연과생태 펴냄)는 애초 평화유지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이제는 분단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이 이겨내야 할 시련의 상징이 된 DMZ의 자연생태와 그에 깃들어 사는 동·식물들을 기록한 책이다.

DMZ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군사작전 등의 이유로 키 큰 나무가 수시로 제거되면서 키 작은 나무숲과 초원지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통제되고, 전후 이 땅을 휩쓴 개발의 거센 바람이 비켜가면서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집과 개발로 인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아남는 지역이 되었다. 사람들을 통제한 덕분에 자연만이 마음껏 자유를 누린 땅이 된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의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DMZ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남북교류 확대와 경제 협력에 따른 관련 시설물 건설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때문이다.

최근에는 DMZ생태관광까지 생겨나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분단과 함께 독자적이며 고유한 생태계를 간직했던 DMZ의 자연환경과 그에 깃들어 살던 동·식물들의 사정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경제논리만을 앞세운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개발까지 종종 제시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DMZ의 이와 같은 환경변화는 그간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위기로 몰았으며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제 누구든 하루라도 빨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DMZ의 자연생태계와 동식물들의 현황과 사정을 기록해야만 하는 절박한 일이 된 것이다.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는 이런 필요성에 의해 나온 책이다.

▲ 두루미천남성 ⓒ 김현자


두루미천남성은 산지 숲속 그늘에서 자라는 천남성속 식물 10여종 가운데 강한 햇볕에도 잘 적응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줄기 하나가 50cm쯤 올라와 양쪽으로 갈라지며 작은 잎 13~19개를 펼치는데, 그 줄기 끝에서 잎과 같은 색인 초록빛 꽃이 갈라진 긴 통 모양으로 피어납니다. 모자처럼 앞으로 꼬부라진 꽃 덮개를 밀치고 나온 꽃이삭이 하늘을 향해 삐죽이 올라가며, 그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두루미를 닮았습니다.

두루미천남성은 지방에 따라 호장초, 노인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릴 만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입니다.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지와 산지가 훼손되면서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흔했던 두루미를 닮은 풀꽃을 이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무척 안타깝습니다.
-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에서 

'10여 년 전부터 서부 DMZ 민통선 지역의 생태계와 생물종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책표지 안쪽 프로필에서)는 저자는 DMZ의 형성과 그간의 변화, 서부 DMZ 안의 여러 습지들을 비롯한 자연환경, 건강한 자연환경을 위한 남북한의 지속적인 공동노력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방법 등을 시작으로 그에 깃들어 사는 새들과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식물들은 모두 110여 종. '서부 DMZ의 새들 이야기'편에서는 50여 종의 새들을, '서부 DMZ의 들꽃 이야기'에서는 두루미천남성이나 천마처럼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식물들을 비롯하여,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으나 DMZ에서 독자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돌단풍과 벌개미취 등과 같은 식물 등 60여 종의 식물들을 소개한다.

특징을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있어서 DMZ의 환경 변화를 가늠하기에 좋은 것 같다. 게다가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새들과 들꽃들의 사진도 곁들이고 있어서 DMZ의 동·식물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 2000년 첫 남북정상회의 이후 남북교류확대와 경제 협력에 따른 관련 시설물 건설의 하나인 경의선 철도 기공식 축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침목 서명(2000. 9.18) ⓒ 김현자


▲ 남북의 교류확대와 경제협력에 따라 DMZ에 들어선 도라산 물류센터 일부. ⓒ 김현자


저자 전선희 인터뷰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는 아무래도 어른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은데, 제목을 아이들에게만 눈높이를 한정해 지은 것 같아 참 아쉽다. 그밖에 DMZ 생태관광 등,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들을 전화(8월 2일)로 물어봤다.

- 26~27페이지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단풍이나 벌개미취, 구절초 등이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목록에 올라있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란 표현이 보이더라.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산이나 공원 등의 화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아닌가?
"공원 등에서 쉽게 볼수 있는 것들은 원예품종들이다. 산림청 지정은 자생하는 것 그대로이다. 이들의 자생지가 많이 사라지고 있어 그리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는 것처럼 같은 식물이라도 어디인가에 따라 형태 등이 많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으나 개체수가 많이 발견되거나 자생지가 늘어난 것은 해제하는 등 수시로 바뀐다.

환경부와 산림청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같은 목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이야기가 길어져 줄임)  자생지가 많이 사라져 보호식물로 지정했는데, 좀 지나 자생지가 많이 발견된다거나 개체수가 늘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경우 지정이 해제되기도 하는 등 지정 변화도 많다.

당연히 대중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가장 최근의 지정 현황을 확인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다. '2013년 현재'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종종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글들을 보게 된다. 개인적인 글도 누구에게든 공개되는 글이라면 시점 표기와 확인과정은 꼭 필요할 것 같다. 변화가 채 반영되지 않은 오래전의 목록이 최근의 목록인양 시점이 표기되지 않은 채 올라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 요즘 DMZ 생태관광 상품도 눈에 띄더라. 사람들 발길에 따라 그만큼 많이 훼손될 것이라 한편 아쉽다. '환경감시단?' 그런거 하면서 DMZ 드나들며 약초를 캐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릴 들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DMZ에 천마가 무척 많았다. 민통선 어떤 마을에서 천마로 담근 줄 모르고 얻어 마신 적이 있을 정도로 흔했다. 그런데 마비증상이나 중풍 등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DMZ에서마저 보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약초 채집을 목적으로 드나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봄이면 트렁크나 짐을 조사하기도 한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외부인들에 의해 이처럼 훼손되기도 하고 민통선 마을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곳(해마루촌과 같은 민통선 마을들)에서 사는 사람들의 보호 노력과 자부심이 필요할 것 같다. DMZ나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가기도 하는데 자신만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에 사진을 찍은 후 훼손시켜버리는 등과 같은 몰지각한 행태도 실제로 수없이 봤다. 탐방이나 출입에 앞서 기본적인 교육을 하는 등으로 소양을 갖춘 사람들만 출입하게 한다거나 출입 인원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 DMZ모형도. 나란히 있는 세개의 선 중 가운데가 군사분계선(MDL). 사진 위쪽이 북한 지역이고 아래쪽이 남한지역 GOP및 민통선 등이다. ⓒ 김현자


▲ DMZ중 판문점 인근 모형도. 건물들 가운데로 MDL(군사분계선)이 보인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 | 전선희 (지은이) | 자연과생태 | 2013-07-10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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