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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심기와 동네 웃음거리 1탄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2]

등록|2013.08.05 09:38 수정|2013.08.05 09:38
집이 완성되고 과천에서 내려와 거주할 무렵이 되자 마당은 풀 천지였다. 날은 더워져서 이미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풀 천지가 된 마당 ⓒ 김영희


나는 마당 한 켠, 빈 터에 콩 심을 작정을 했다. 콩을 심어서 그 콩으로 가을에 메주를 쑤겠다는 야무진 꿈까지 꾸었다.

콩을 심기 위해서는 우선 풀을 베고 밭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농촌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나는 용감하게 나섰다.

▲ 흰꽃이 한창인 개망초를 사정없이 베지만 속으로는 미안하고 미안하다. ⓒ 김영희


▲ 삽으로 땅을 파서 밭 만들다 ⓒ 김영희


드디어 밭을 만들어서 콩을 심으려니 '날이 가물어서 싻이 안 난다' '새가 콩을 다 먹어버린다' '시기가 늦었다' 등 여러 가지 설이 왔다갔다 했다.

'어찌하나...'

우왕좌왕하는 참에 용케 콩 모종 200주를 얻었다. 나는 '됐구나'하고 이틀에 걸쳐 모종을 심었다. 한 주씩 한 주씩 정성스레, 누군가가 한마디 훈수해 준 대로 넉넉히 사이를 띄어서.

▲ 콩모종을 하나씩 정성스레 심었다 ⓒ 김영희


"어디 집이 얼마나 좋은가 보자."

아래 밭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집 구경하러 올라오셨다. 아직 도배도 못한 집이라 돗자리 위에 앉아 있다가 내 밭 구경을 나서더니 깜짝 놀라셨다.

"아니 콩 모종을 한 개씩 심었네? 엥?"

깔깔깔. 데굴데굴.

"자 여길 봐봐."

두 분이 나를 아래 밭으로 데리고 갔다.

"여그 봐봐. 세 개씩 심었잖여. 남 허는 대로 해."

▲ 이렇게 세 개씩 심어야 한다 ⓒ 김영희


콩을 세알씩 심는 것은 알았지만 콩 모종도 세 개씩이나?

"선생님들이 미리 가르쳐 주셔야지. 동네에 소문 다 낼거지요 잉?"  
"몰르고 그랬응게 헐 수 없제. 깔깔깔."

내 자랑스러운 콩밭이 동네 웃음거리 1탄이 되고 말았다.   

▲ 그래도 소중한 나의 콩밭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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