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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대화록 없다? 개콘보다 더 웃겨요"

[인터뷰] '시국선언-도보순례' 서정한 산청간디고 학생회 부회장

등록|2013.08.04 15:30 수정|2013.08.04 15:30

▲ 서정한 산청간디고등학교 학생회 부회장. ⓒ 간디학교 학생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심각한 사안 아니냐."
"고삐 풀린 국정원이다."
"학교 식구총회 회의록도 보관하는데,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없으니 이건 뭐 '개콘(개그콘서트)'보다 더 재미있는 코미디다."

고등학교 2학년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서정한(19) 산청간디고등학교 학생회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여야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산청간디고, 금산간디학교, 산마을고 학생회는 지난 6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을 했다. 당시 산청간디고 학생회는 전체 회의(식구총회)를 열어 시국선언을 결정했고, 다른 대안학교에도 이를 제안했다.

학생들은 한 달이 지나 행동에 나섰다. '시국선언이후행동 아소' 회원들은 7월 28일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며 서울 시내 도보순례를 했다. 서정한 부회장 등 10여 명은 서울 헌인릉 입구부터 내곡동 국정원 정문 앞을 지나 광화문까지 걸었다. 시국선언과 도보순례를 이끈 사람이 서정한 부회장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말'로 얻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그는 시국선언과 도보순례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산청간디고 2학년인 그는 지금 여름방학을 맞아 집이 있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서정한 부회장이 <오마이뉴스>와 2일 나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직접 행동하는 것 뿌듯... 민주주의는 '말'로 얻어지지 않았다"


- 6월 29일 시국선언, 7월 28일 국정원 규탄 도보순례를 하고 난 뒤 소감은?
"시국선언과 도보순례를 하면서 뒤에서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민주주의는 결코 '말'로 얻어지지 않았다."

- 시국선언, 도보순례 뒤 학교나 가족, 친구 등 주변의 반응은?
"저희 부모님께서는 말리시지는 못하셨지만,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그렇듯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좀 하셨다.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 국정원 규탄 도보순례는 어떻게 해서 진행하게 되었는지?
"시국선언도 물론 큰 결단이고 행동이었지만 말을 했으니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학생들 사이에서 형성되어서, 이후 행동으로 도보순례와 '빔 프로젝트 시위'를 준비하게 되었다. 학기 중에 구상을 하고 방학 중에 합숙을 하면서 좀 더 구체화 시키고 답사 등의 실질적인 준비들을 해나갔다."

▲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청소년 도보 순례단이 7월 28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10여 명은 이날 국정원을 출발해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 김시연


- 도보순례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도보순례는 즐겁게 했다. 힘들었던 것은 딱히 없었다. 사복 형사들이 도보순례 시작부터 끝까지 경호(?)해주셔서 아주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다."

- 도보순례 참가자가 10명 정도다. 방학이라 더 많이 참석할 수도 있었을 같기도 한데,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유는?
"일단 학교 학생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참여가 좀 어려운 것도 있었다. 20km씩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학생들도 있었던 것 같다. 또 방학 중이라 홍보가 어려운 것도 있었다."

- 도보순례 때 국정원 앞을 지날 때 느낌은 어떠했는지?
"'정보가 국력이다'가 새겨져 있는 바위를 보고 싶었는데 정문에서 본관 건물도 안 보이게 꼭꼭 숨겨두었더라. 저렇게까지 숨겨놓은 국가 정보기관이 한낱 댓글이나 쓰면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희 몇 배나 되는 경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경계하더라. 뭐가 그리 무서운지. 2급 국가 기밀을 누설한 국정원 앞을 지나가면서 '정보가 국력이다'라고 외쳐주고 왔다."

"학교 총회 회의록도 보관하는데... 요즘 정치가 코미디다"


- 7월 28일 저녁 도보순례를 마친 뒤 광화문 일대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놀이'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경찰에 의해 무산되었는데, 그때 느낌은? '놀이'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언론이 국정원 사태를 포함해서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저희가 언론을 대신해서 보도하고자 했다.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보수 언론사 외벽에 속보형식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새겨 넣으려고 했다. 경찰은 그렇게 하면 과태료가 5000만 원이라 했고, 집시법 위반으로 강제 해산시키겠다고 했다. 경찰이 다양한 법률을 들이대면서 저지해서 끝끝내 하지 못했는데, 아쉽다."

- 최근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언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제 부족한 내공으로 정치와 언론에 대해서 무어라 평가하기가 참 그렇다. 그런데 이 한 말은 하고 싶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 아니냐. 수많은 국민들이 공중파 뉴스와 주요 언론사 일간지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정직하게 보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충남 금산 간디학교와 인천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충북 제천 간디학교,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는 지난 6월 29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간디학교 학생회


-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심각한 사안 아니냐.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시국선언과 이후 행동들도 진행을 한 것이다."

- 국정원 사건 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외신들도 조롱한 것과 같이 국가 정보기관이 정보를 누설하고 다니는 것이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고삐 풀린 국정원'이다. 어떤 주인이 고삐를 풀어줬는지 원…."

- NLL 논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NLL 논란에 국정원 사태가 묻히는 일은 없어야겠다. 둘은 별개의 문제다. 정당들이 당리당약을 위해서 저런 사안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 사태도, NLL 논란도 철저히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판단은 국민이 한다. 그런데 말이다. 저희 학교 식구총회 회의록도 보관하는데,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없으니 이건 뭐 '개콘'보다 더 재미있는 코미디다. 요즘 정치가 코미디다."

"박근혜 '국민대통합' 외치더니... 언제까지 가만히 계실 건가"

- '학생들은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고 공부만 하면 된다'고 일부에서 말하는데, 어떤 생각인지?
"20대 투표율 보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느냐. 정치 사회에 관심 없고 오로지 입시공부만 하다가 20살 되어서 투표권 주어지면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서 생겨나느냐. 그리고 어찌 '배움'과 '삶'이 별개일 수 있겠느냐,"

-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 규명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집회와 시위 방식이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저도 촛불집회에 참여함으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긴 하지만 사실 집회가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주최 측 중심의 진행과 비슷한 자유발언, 공연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회에서 중요한 것은 참여한 시민들이 '아, 내가 이렇게 집회에 참여함으로서 나라가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주체적인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앉아서 촛불을 들고 똑같은 자유발언만 듣고 있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대통합 외치면서 당선되시더니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손자 손녀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어버이연합)이 맞불집회를 하면서 서로에게 악을 쓰고 욕을 하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통령께서는 언제까지 나 몰라라 가만히 계실 것인지.

국회 국정조사특위 의원들은 국민들이 광장에 앉아 촛불 들고 있는데 여름휴가 가신다고 한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들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야당은 촛불 들고 있는 국민들을 자기 당의 당리당약을 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면 안 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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