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통영은 '경상도 혈통'이 아니라고?

[서평] 시인 강제윤의 <통영은 맛있다>가 진짜 맛있는 까닭

등록|2013.08.04 16:56 수정|2013.08.04 16:56

▲ 강제윤 시인의 새 책 <통영은 맛있다> ⓒ 생각을담는집

이제 그를 어떻게 부를까. 한때 그는 '보길도 시인'이었으며, 여전히 그는 섬을 유랑하는 '떠돌이 시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절로 든 까닭은 그가 이번에 새로 펴낸 <통영은 맛있다> 때문이다.

통영은 강제윤 시인이 '유랑의 거처'삼아 지내는 곳이다. 통영엔 시인의 벗들이 많다. 책에 사진을 실어 시인의 글에 운치를 보탠 이상희 작가 역시 통영 바닷가 마을에 '휴석재'라는 똬리를 틀고 있다.

또 통영엔 시인이 아린 정서를 보듬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즐비하다. 통영 가시나 '난'을 사랑했던 시인 백석. 그가 쪼그리고 앉았던 돌계단이 그대로다.

50년 동안 고향 통영을 찾지 않은 작가 박경리의 상처 역시 그대로다. 그보다 통영을 잘 담아낸 이 여태 없다는 평을 듣는 천재화가 전혁림의 '통영항'도 그 빛깔 그대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영은 맛있다! 입맛 까칠하기로 유명한 시인은 주저하지 않고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행정구역은 경상도지만 맛의 유전자는 경상도 혈통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행도 추억이고 음식도 추억이다. 좋은 음식은 좋은 추억을 남기고 나쁜 음식은 나쁜 추억을 남긴다. 풍경이 좋아도 음식이 나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지만 풍경이 별로여도 음식이 좋으면 자꾸 가고 싶어진다. 하물며 통영은 풍경이 좋은 데다 음식까지 좋으니 이를 어찌할까!" - <통영은 맛있다> 본문 중에서

봄 향기와 함께 상에 오르는 도다리쑥국이며 새 며느리에게도 안준다는 5월 멍게, '천계의 옥찬, 마계의 기미'라는 복국, 정신줄을 놓게 한다는 볼락의 맛까지. 시인은 맛있는 통영을 제대로 레시피해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이 더욱 '맛있는' 까닭은 통영의 음식을 소개해서가 아니다. 시인은 8년 동안 한국의 섬을 걸으며 '민초의 인문학'을 일궈낸 이다. 마찬가지로 시인은 3년 동안 통영 곳곳에 스민 통영의 역사와 문화, 눈물과 웃음을 우려냈다. 가히 '통영 인문학'의 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새벽에 먹는 시락국은 밤새 시달린 술꾼들이나 어부들의 지친 속을 다스려 준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밤샘 조업을 하고 돌아온 어부들은 새벽 시락국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인다. 새벽 술맛은 세상 모든 고통과 설움을 잊게 해주는 명약이다. 낮의 세상에서는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 자학을 하던 사람들도 새벽시장의 술 한 잔이면 다시 거뜬하게 생의 기운을 되찾을 수 있다. 얼마나 고마운 시장이고 밥이며 술인가!" - <통영은 맛있다> 본문 중에서

유행처럼 인문학을 하는 이들은 결코 접해보지 못했을 '바닥의 인문학'이 맛있다. 통사가 역사의 전부인양 연표만을 줄줄이 외는 이들은 결코 만난 적이 없었을 지역사와 민초사가 절절하게 맛나다. 그래서 이 책 수번 다시 읽어도 참 맛있다.

▲ <통영은 맛있다>에 사진을 보탠 이상희 작가의 <해무 낀 통영바다>. ⓒ 이상희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