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살해하라!"... 영 '트위터 괴물' 주의보
여성운동가 위협 몸살... 트위터, 비방 게시물 신고 기능 개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Don't feed the trolls).'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인터넷 상에서 남들의 화를 부추기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을 의미한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SNS 상에서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반응하지 말고 무시하라는 뜻이다.
지폐모델 여성 교체운동 했다고 강간·살해 협박 받아
여기, '트롤'에 대해 침묵하기 보다는 맞서 싸우기로 한 여성이 있다. 최근 영국 10파운드 모델을 찰스 다윈에서 제인 오스틴으로 교체한 일등공신이었던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즈(29)가 그 주인공.
페레즈는 영국중앙은행이 5파운드 지폐 모델을 사회개혁가인 엘리자베스 프라이에서 윈스턴 처칠로 바꾼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자베스 여왕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폐에 백인 남성의 얼굴이 찍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페레즈는 2010년 제정된 평등법에 따라 영국중앙은행을 고소하겠다고 압박했고 은행 측은 7월 24일(이하 현지시간) '10파운드 지폐 모델로 제인 오스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쁨도 잠시, 이날부터 페레즈는 트위터 상에서 강간과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페레즈와 함께 지폐 모델 교체 운동을 했던 영국 노동당 국회의원 스텔라 크리시도 함께였다. 페레즈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받은 글을 리트윗하면서 "1시간에 50개씩, 12시간 동안 비방 트윗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페레즈는 4일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말했다. '모두 강간 열차에 탑승하라'고. 그리고는 한 남자가 또 다른 남자에게 나를 같이 강간하자고 했다. 이전에도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주방에나 가서 닥치고 꺼져라'는 식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들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페레즈는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보여줬다.
'나는 막 감옥에서 나왔다. 나는 널 강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 짓을 할 것이다.'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 내가 언제 무엇을 할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내가 널 죽이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페레즈는 자신에게 비방 트윗을 보낸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까지 21살, 25살 남성이 체포됐다.
트위터 '비방 신고 버튼' 설치 청원 운동... 10만 명 서명
페레즈는 이와 함께 트위터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트위터에서 비방 글을 신고하려면 일일이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1시간에 50개씩 이러한 메시지를 받고 있는 페레즈가 이를 신고하려면,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한다. 이에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 닷 오알지'를 통해 '비방 신고 버튼'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 운동이 시작된다. 한 번의 클릭으로 편리하게 비방 글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킴 그라함은 청원 글에서 "누군가를 강간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범죄"라면서 "위협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의 대응은 극도로 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라함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비방과 강간 협박, 범죄적 행위를 용인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4일 현재,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서명했다.
강간·살해 협박은 '폭발물 위협'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7월 31일부터 <가디언>, <인디펜던트>, <타임> 등에서 글을 쓰는 여성 언론인들에게 동일한 아이디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의 집 밖에 폭탄이 설치됐다. 이것은 정확히 오후 10시 47분에 폭발할 것이다. 폭탄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페레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글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는 이 일이 일어난 이후, 매일 무너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한테 무엇을 했는지 알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엿이나 먹어. 너는 나한테 아무것도 못해. 너는 이길 수 없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그냥 무시해라'? 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페레즈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고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침묵의 날' 두고 찬반 논쟁도
페레즈가 4일 진행된 '트롤리데이'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롤리데이(Trolliday)는 '트롤(Troll)'과 휴일을 뜻하는 '홀리데이(Holiday)'의 합성으로, 트롤로부터 자유로운 날을 뜻한다. 이날 하루 동안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보이콧했다. 이에 페레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안하지만, 나는 누구에 의해서도 침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는 트위터에 남아서, (트롤에) 맞서 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로리 할스 앤더슨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트위터 침묵'은 소용이 없다"면서 "폭력과 비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크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들은 그들이 체포되고 기소되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롤리데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nonsilence(침묵은 없다), #shoutback(외침)이라는 트위터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날 트위터 영국 대표 토니 왕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왕은 "트위터에서비방을 당한 여성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면서 "그들이 받았던 비방은 현실세계는 물론이고 트위터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트위터 이용자들을 비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비방 게시물 신고 기능 확대와 함께 해당 업무 담당 인력을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왕이 사과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후, 영국 여성 역사학자인 메리 비어드에게 또 다시 폭발물 협박 글이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인터넷 상에서 남들의 화를 부추기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을 의미한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SNS 상에서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반응하지 말고 무시하라는 뜻이다.
지폐모델 여성 교체운동 했다고 강간·살해 협박 받아
▲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즈. ⓒ BBC 화면 캡처
페레즈는 영국중앙은행이 5파운드 지폐 모델을 사회개혁가인 엘리자베스 프라이에서 윈스턴 처칠로 바꾼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자베스 여왕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폐에 백인 남성의 얼굴이 찍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페레즈는 2010년 제정된 평등법에 따라 영국중앙은행을 고소하겠다고 압박했고 은행 측은 7월 24일(이하 현지시간) '10파운드 지폐 모델로 제인 오스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쁨도 잠시, 이날부터 페레즈는 트위터 상에서 강간과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페레즈와 함께 지폐 모델 교체 운동을 했던 영국 노동당 국회의원 스텔라 크리시도 함께였다. 페레즈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받은 글을 리트윗하면서 "1시간에 50개씩, 12시간 동안 비방 트윗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페레즈는 4일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말했다. '모두 강간 열차에 탑승하라'고. 그리고는 한 남자가 또 다른 남자에게 나를 같이 강간하자고 했다. 이전에도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주방에나 가서 닥치고 꺼져라'는 식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들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페레즈는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보여줬다.
'나는 막 감옥에서 나왔다. 나는 널 강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 짓을 할 것이다.'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 내가 언제 무엇을 할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내가 널 죽이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페레즈는 자신에게 비방 트윗을 보낸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까지 21살, 25살 남성이 체포됐다.
트위터 '비방 신고 버튼' 설치 청원 운동... 10만 명 서명
▲ 트위터에 한 번의 클릭으로 편리하게 비방 글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하는 글. ⓒ 체인지닷오알지
페레즈는 이와 함께 트위터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트위터에서 비방 글을 신고하려면 일일이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1시간에 50개씩 이러한 메시지를 받고 있는 페레즈가 이를 신고하려면,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한다. 이에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 닷 오알지'를 통해 '비방 신고 버튼'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 운동이 시작된다. 한 번의 클릭으로 편리하게 비방 글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킴 그라함은 청원 글에서 "누군가를 강간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범죄"라면서 "위협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의 대응은 극도로 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라함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비방과 강간 협박, 범죄적 행위를 용인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4일 현재,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서명했다.
▲ 여성 언론인들에게 도착한 폭발물 협박 메시지. ⓒ 트위터
강간·살해 협박은 '폭발물 위협'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7월 31일부터 <가디언>, <인디펜던트>, <타임> 등에서 글을 쓰는 여성 언론인들에게 동일한 아이디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의 집 밖에 폭탄이 설치됐다. 이것은 정확히 오후 10시 47분에 폭발할 것이다. 폭탄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페레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글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는 이 일이 일어난 이후, 매일 무너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한테 무엇을 했는지 알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엿이나 먹어. 너는 나한테 아무것도 못해. 너는 이길 수 없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그냥 무시해라'? 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페레즈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고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침묵의 날' 두고 찬반 논쟁도
페레즈가 4일 진행된 '트롤리데이'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롤리데이(Trolliday)는 '트롤(Troll)'과 휴일을 뜻하는 '홀리데이(Holiday)'의 합성으로, 트롤로부터 자유로운 날을 뜻한다. 이날 하루 동안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보이콧했다. 이에 페레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안하지만, 나는 누구에 의해서도 침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는 트위터에 남아서, (트롤에) 맞서 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로리 할스 앤더슨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트위터 침묵'은 소용이 없다"면서 "폭력과 비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크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들은 그들이 체포되고 기소되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롤리데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nonsilence(침묵은 없다), #shoutback(외침)이라는 트위터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날 트위터 영국 대표 토니 왕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왕은 "트위터에서비방을 당한 여성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면서 "그들이 받았던 비방은 현실세계는 물론이고 트위터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트위터 이용자들을 비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비방 게시물 신고 기능 확대와 함께 해당 업무 담당 인력을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왕이 사과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후, 영국 여성 역사학자인 메리 비어드에게 또 다시 폭발물 협박 글이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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