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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만난 김한길 "날 만만하게 보지 마라"

청와대-민주당 만남 성과없이 10분여만에 끝나... 영수회담 답변도 없어

등록|2013.08.05 15:36 수정|2013.08.05 18:03
[2신: 5일 오후 6시]
김기춘-김한길 만남, 성과 없이 끝


김한길,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일행에 '레이저' 눈빛5일 임명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박준우 신임 정무수석이 이정현 홍보수석과 함께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당사를 인사차 방문한 가운데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일행을 쳐다보고 있다. ⓒ 권우성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지도부의 만남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여·야·청 3자 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과 정국을 풀 수 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5일 오후 4시 김 비서실장은 박준우 신임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과 함께 김 대표 등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방문했다.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서울광장에 국민운동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를 비롯해 우원식 최고위원, 노웅래 비서실장 등이 김 비서실장 일행을 맞았다.

김한길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인사자리에서 "천막까지 와주셔서 고맙다"며 "이렇게 정국상황이 매우 엄중한 때에 중책을 맡으셨다, 대통령을 잘 보좌해서 잘 정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지금 국회에서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공개되는 한 시간 정도 방청하고 왔다"며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상황이 매우 가파르고 어려운 국면인데 갑작스러운 (인사) 변동이 있었다"며 "그동안에 과거 경력 문제 때문에 많은 걱정들이 있는데, 이를 충분히 고려해서 일을 잘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를 잘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나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비공개 면담 마치고 나오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5일 임명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농성장을 인사차 방문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면담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질문 공세 받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5일 임명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농성장을 인사차 방문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이후 당 대표 천막으로 자리를 옮겨 비공개 회동이 진행됐으나 대화는 4분여 만에 끝났다. 가장 먼저 천막을 나온 김기춘 비서실장은 3자회담과 관련한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늘은 신임 인사만 하러 왔다"며 그대로 차량에 올랐다. 이어 이정현 홍보수석이 1분 가량 더 머물다 나왔으나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없이 천막을 떠났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기자브리핑에서 "신임 비서실장 등이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고 해서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메시지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인사 차라고 해도 대단히 실망스런 예방"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길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청와대가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하며 "내가 과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만만하게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된다. 오늘까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다는 말을 하러 여기까지 왔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기춘 비서실장은 "오늘 저는 신임 인사차 예방을 왔습니다"라고 말했고,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동안 휴가 중이었지 않습니까? 회의 한 번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라며 "대통령께 종합해서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한길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 자체가 아직까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돼 이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1신: 5일 오후 3시 35분]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서울광장 방문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5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춘추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임 수석들이 5일 오후 4시경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국민운동본부 천막당사를 취임 인사차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천막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등이 김한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여·야·청 3자 회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할지 주목된다. 이번 방문에는 이정현 홍보수석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담을 제안했고, 이정현 수석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 단행... 야당 "경악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장과 4명의 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청와대 비서실 인선을 단행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인선 발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황우여 대표 등과 면담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온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개편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특히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유신 관련 이력과 초원복집 사건 등을 문제 삼으며 강력 반발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임명 6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비서실장을 경질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우선됐어야 했다"며 "개인비리 때문인지 엄중한 정국상황을 초래한 부분에 관한 책임 추궁인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특히 김 비서실장에 대해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 그룹인 7인회에 소속돼 왔던 구시대 인물"이라며 "MB정권 때의 6인회 멤버들의 비극적 종말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사 시절 1972년 유신헌법을 초안한 인물이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며 "또한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다. 과거에 많은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실망스럽고 암울하다"며 "그토록 유신과 단절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다. 국민통합의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수백 번 강조하셨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김기춘 실장은 유신헌법을 초안하고 유신의 잔재위에 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누가 보아도 경질성 인사가 분명한 이번 개편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안 그래도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공석이었던 정무수석 자리에 쏠렸던 관심은 느닷없는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으로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날 정부에서, 또 국회에서 경험한 국정 경험과 의전 경험을 되살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통령님의 국정구상과 국정철학이 차질 없이 구현되도록 성심성의껏 보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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