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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구속... 노조 "사필귀정"

3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언론사주로는 12년 만에

등록|2013.08.06 12:47 수정|2013.08.06 19:22

구치소로 향하는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회사에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에 약 300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계열사인 서울경제신문 자금 13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장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중앙 일간지인 <한국일보>의 장재구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3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때문이다. 장 회장 구속은 지난 2001년 탈세 혐의로 언론사 사주 3명이 구속된 이후 12년 만이다. 여기에 언론사 사주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장 회장을 상대로 싸워왔던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구속 소식에 "사필귀정"이라며 즉각 반응을 내놨다.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일보> 정상화를 촉구했다.

법원 "구속 사유·필요성 인정"... 130억 횡령 혐의도 추가로 영장에 포함

서울중앙지법은 5일 오후 늦게 장 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장 회장 쪽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장 회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 5부(권순범 부장검사)는 <한국일보> 등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달 30일 장 회장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계열사인 <서울경제> 자금 약 13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해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건 비대위다. "장 회장의 부실 경영 탓에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영 부진을 겪던 <한국일보>는 2002년 장 회장이 대주주가 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서울 중학동 사옥 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뒤 2008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다시 경영 상태가 악화됐고 부채도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부채 700억 원과 자본금 200억 원이 수년째 잠식돼 임금 체불 등 경영 위기를 겪었다.

비대위는 고발 당시 "장 회장이 2006년 중학동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신사옥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 회사에 200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당시 <한국일보>는 신사옥 건축을 맡은 한일건설에 중학동 사옥을 넘겼고, 이 과정에서 신사옥을 시세보다 200억 원 정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얻었다. 하지만 장 회장이 한일건설로부터 개인 돈을 빌리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 회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었다.

비대위의 고발은 이후 장 회장 등 경영진의 일방적 인사 조치와 편집국 봉쇄로 이어졌지만, 결국 장 회장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앞서 장 회장은 지난 1일 법원이 <한국일보>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동시에 보전관리인을 선임해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잃기도 했다.

"법 심판에 따라 <한국일보> 정상화 조속히 이뤄져야"

▲ 25일 만에 편집국 출입이 가능해진 <한국일보> 기자들이 지난 9일 오후 출근하는 모습 ⓒ 박소희



장 회장과 지난한 싸움을 벌여온 비대위는 그의 구속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일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장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는 사필귀정입니다"라고 짧게 밝혔다.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기회로 <한국일보>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한국일보>는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해 5일자 신문부터 정상적으로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노사 갈등 당시 임명된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 등 일부 편집국 간부들이 보전관리인의 인사권을 따르지 않아 정상 발행이 지연되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도 신문 정상 발행이 미뤄지고 있는 사태의 총체적 원인은 결국 장 회장 때문이었다"며 "법의 심판에 따라 <한국일보> 내부도 하루 빨리 정상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 사주의 구속은 12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01년 언론사 탈세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등 3명을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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