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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나이인데 벤치에서... 일 한번 해봅시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출범한 울산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등록|2013.08.07 16:11 수정|2013.08.07 16:11

▲ 울산 동구 대송동 대송시장 입구에 있는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입구. 이 조합 조규대 감사가 'ㄴㅂ'이라고 된 마크를 가리키며 자신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전직 울산시의원이다 ⓒ 박석철


울산 동구 대송동 대송시장 입구 건물 3층 사무실. 이곳 입구에는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낮 최고기온이 36.9℃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던 지난 6일 오후 2시, 한 중년 남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의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적어 있었다. 그는 이내 털털 거리는 선풍기에 몸을 맡기며 열기를 식혔다. 그는 바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울산 동구청장이었던 정천석(61)씨였다.

지난 5월 16일 창립총회를 치른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은 7월 중순 정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조합의 이사장은 정천석 전 동구청장이, 감사는 조규대 전 울산시의원(65)이 각각 맡았다. 정치를 할 때는 여야로 구분됐던 그들이지만, 조합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다.

조합원들은 울산 지역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회원 참가에는 나이나 신분 등에 따른 제약은 없다고.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에는 현대중공업 퇴직자 70여 명 이외에 울산 지역 고령자·저소득층·장애인·일용직 등 조합원이 30여 명이 된다. 이로써 전체 조합원은 모두 100여 명. 이곳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과 퇴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일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기치로 세워진 협동조합이다.

"우리 목표는 퇴직자에게 삶의 의욕 불어넣는 것"

▲ 지난 5월 16일 열린 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정천석 이사장. 그는 전직 구청장이다. ⓒ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정천석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에서는 매년 1000명 안팎의 퇴직자가 나오고 있지만 막상 이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퇴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 삶의 의욕을 찾아주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게 협동조합의 진정한 목표"라고 말했다.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은 지자체로부터의 위탁사업을 비롯해 고물 수집업·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판매·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땀을 어느 정도 말린 정천석 이사장은 또 가볼 곳이 있다며 사무실을 떠났다. 그가 지금 가는 곳은 동구 방어동에 준비중인 고물수집업터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작업장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을 간다고.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옆모습에서는 과거 구청장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흥분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조규대 감사는 "나도 그렇지만, 아직 한참 일할 나이인 데다가 의욕과 자질도 있지만, 이 사회는 일정 나이가 되면 무조건 일손을 놓게 한다"며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고 고약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원 벤치에 가보니 우리 또래인데 하릴없이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며 "늘봄 협동조합은 이런 사람들을 규합해 함께 의욕을 갖고 일을 한번 해보자고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퇴직자 협동조합은 지난 3월 26일 서울에서 처음 출범한 후 5월 대구에서도 출범했고 울산이 전국에서 세 번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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