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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의 상징, 현대차 철탑농성 295일

최병승·천의봉 철탑 내려오면 강제이행금, 체포영장 기다려

등록|2013.08.07 18:56 수정|2013.08.07 19:10

▲ 7월 21일 오전,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철탑위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이 지켜보고 있다 ⓒ 박석철


현대자동차 송전철탑 농성 295일만인 8일 철탑을 내려오는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노조) 최병승·천의봉 조합원은 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건강은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25m 높이의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씻지도 못한 채 10개월을 버텨온 몸이 성할 리가 만무하다. 특히 울산은 8월 6일 기온이 36.9도, 7일은 36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폭염이 내리쬐고 있어 하루종일 달구어진 철탑에서 전해지는 고온이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한 것이다.

두 조합원은 울산건강연대 의사들로부터 매월 한 차례 철탑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왔다. 박영규 울산건강연대 상임대표(의사)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두 노동자의 전반적 건강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며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모두 건강한 체질이라 치명적 증상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철탑 위에서의 장기적 고립과 이에 따른 사회적 소통 불가, 그리고 운동을 할 수 없는 조건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가 심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철탑에서 내려온 뒤에도 후유증이 심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특히 이들은 법원이 판정한 철탑농성에 대한 간접강제집행금에도 심한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철탑농성이 시작된 지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울산지방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제기한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그날부터 한 사람 당 30만 원, 매일 60만 원의 강제집행금을 매겨왔다. 8일까지 금액을 계산하면 205일 1억2300만 원에 이른다.

또한 법원은 현대차가 제기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 신청도 수용해 두 조합원에게는 일찌감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따라서 최병승·천의봉 두 조합원은 8일 오후 1시 극적으로 철탑을 내려오더라도 경찰이 체포영장을 들고 이들을 체포할 것이 유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진 출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295일만에 철탑을 내려오는 것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울산인권연대 최민식 대표는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엄동설한과 사상 최고의 폭염을 이겨내며 자신들과 비정규직의 억울함을 이 사회에 호소했다"며 "극한 속에서 10개월 간 농성을 이어온 데 대해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조합원의 농성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이 사회에 비정규직 어젠다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며 "비록 농성을 해제하지만 두 사람이 앞으로 비정규직노조에 합류해 당당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8일 가질 기자회견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 이들은 "300여일 간의 농성은 노동자, 시민의 눈과 발걸음을 불법파견 범죄에 저항하며 처절하게 농성을 벌이던 현대차 철탑농성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며 "철탑농성으로 우리 사회에서 '불법파견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평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고, 중노위가 '해고자, 정직자를 정규직으로 복직하라'고 한 판정도 지키지 않았다"며 "
검찰과 경찰은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불법파견 고소고발을 3년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회사측은 정규직 전환을 외면하고 신규채용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탑농성은 이 사회에 불법파견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인지 각인시킨 반면,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기업의 파렴치한 면모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며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천의봉, 최병승 동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며 심신상태가 극한 상황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회사의 신규채용을 막지 못했고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지 못했지만 296일 농성으로 지회 조합원은 소중한 동지애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했다.

비정규직노조는 또한 "천의봉, 최병승 동지는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하루 60만 원 과태료를 물어야 했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상태로 분노의 눈물을 삼키며 농성장을 내려와 경찰에 출두할 것"이라며 "하지만, 두 동지가 물꼬를 튼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전환의 거센 물결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의봉, 최병승 동지의 헌신적인 투쟁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오늘 농성투쟁 중단을 새로운 투쟁을 위한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하여 불법파견 철폐투쟁 10년의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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