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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중국 도로 달렸더니... 이 꼴 났어요

['장준하의 구국장정육천리' 자전거 순례③] 쉬저우에서 린취안까지

등록|2013.08.08 11:09 수정|2013.08.08 14:37

▲ 빗속에 아스팔트 포장 중인 도로를 달리다 엉망이 된 얼굴 ⓒ 이규봉


쉬저우 공정병학원을 출발해서 한 70여km 갔을 때 화이베이 입구에 도달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 하니 식당주인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도 우리와 같이 자전거 복장을 한 외국인을, 그것도 한국인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원래는 화이베이에서 하루 묵을 계획이었으나 너무 일찍 도착했고 다음 목적지인 궈양(渦陽)이 한 60여 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궈양까지 가기로 했다. 202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니 길을 포장하는 공사를 한창 하고 있다. 대형트럭들이 괴성을 울리고 지나가며 먼지를 일으킨다.

곧 나타날 것 같았던 궈양은 5시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벌써 110km임을 알린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비포장도로를 오래 달려 모두들 심신이 지쳐 있었다. 이정표는 다시 나타나지 않고 궈양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신도 서지 않았다. 더 가다가는 숙소도 구하지 못하고 화를 자초할 것 같았다.

결국 궈양까지 가지 못하고 우리가 가진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인 임환(臨涣)에서 묵어야 했다. 이 작은 마을에 제대로 된 숙소가 있을까 하며 찾아 다녔더니 아래층에는 슈퍼가 있고 이층에 객실이 있는 한 이층집이 눈이 띄였다. 마을이 작아 더 찾아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이곳에 묵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여인숙 같은 이곳은 예전에는 관리들이 묵었던 초대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숙박비는 쌌으나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샤워는 물론 빨래도 해야 하는데 참으로 갑갑했다. 손수건 같은 작고 얇은 수건, 엄지손톱만 한 비누 그리고 한 번 쓰면 없어지고 망가질 치약과 칫솔을 준다.

당연히 숙박비에 포함되었을 세면도구의 값을 다음 날 여관 주인은 보증금으로 받은 우리 돈을 돌려주지 않고 대신했다. 비록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숙박할 때 보증금을 준 것이나 당연히 숙박비에 포함되어 주는 세면도구를 따로 값을 치른 경우는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주행 첫날부터 좀 황당했다.

빗속을 달리다 엉망이 되다

다음 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도 없고 해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밖을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빤 옷도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축축한 느낌을 온 몸으로 받으며 출발 준비를 했다. 6시도 아직 안 된 이른 시간임에도 아래층에 있는 가게 앞 노점상에서 먹을 것을 팔고 있었다. 각자 왕만두 2개로 요기를 했다. 어제 못다 간 거리를 오늘 더 가야 했기 때문에 이른 시각인 6시에 출발했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비옷을 걸쳐 입고 도로로 나섰다.

도로는 포장하기 위해서 파헤쳐졌는데 구간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긴 거리를 모두 다 함께 파헤쳤다. 어제는 공사 중인 도로를 달리며 오는 트럭에서 만들어지는 먼지를 그대로 마시며 왔으나, 오늘은 그나마 비가 오는 바람에 먼지는 날리지 않았다. 대신 비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를 피하며 질퍽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했다. 일반 자전거와 달리 고급 산악자전거에는 타이어 위에 달린 물받이가 선택사항이어서 앞과 뒷바퀴에서 튀는 물을 앞뒤로 모두 받아 얼굴과 옷이 엉망이 됐다.

40여km 정도 더 가니 비로소 궈양 초입이 나온다. 이때까지 숙소는 나오지 않았다. 만일 어제 계속 갔더라면 이 먼 거리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느라 완전히 녹초가 되어 아주 밤늦게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계획과 달리 어제 5시에 그나마 주행을  멈춘 것은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길가에 식당이 보인다. 큰 솥에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허연 연기를 내뿜는다. 그 속에서 국수가 익고 있었다. 꼭 칼국수 같았다. 허기지고 추위를 좀 느낀 우리는 볼 것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국물이 뱃속을 따뜻하게 해주며 기분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국수 위에 개고기를 담뿍 얹어 먹었다.

이 세상에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뿐이라고 한다. 중국도 이제는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고기 먹는 게 무슨 자랑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개고기는 안 먹는다고 하면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흔히 개고기를 보신용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보신탕이었다. 이름이 혐오스럽다고 해서 바뀐 것이 사철탕이다. 보신탕이든 사철탕이든 식용으로 쓰는 개가 어떻게 먹고 자라는지 그 광경을 제대로 본다면 결코 개고기는 몸에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를 잔인하게 그리고 비위생적으로 도축하는 것이다. 개는 가축으로 지정되지 않아 모두 다 불법이다. 그럼에도 묵인되고 있다.

꿀맛 같은 국수와 개고기

▲ 국수가게 앞 전기자전거용 양산 겸 우산 ⓒ 이규봉


개고기를 먹든 안 먹든 한 편에서는 개고기 먹는 것이 우리 고유의 문화라 지켜야 한다고 너스레 떨지만 문화도 시대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호주제도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였으나 이제는 사라졌고, 노예제도도 한때 미국의 문화였으나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국의 여우 사냥은 귀족의 고급문화였다. 그러나 없어졌다.

더욱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결코 우리의 고유문화는 아니다. 오히려 개가 악귀를 물리친다는 벽화도 있고 동학이나 불교에서는 개고기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기 위해 일제가 우리의 전통 문화인 것처럼 알렸다는 말도 있으니 개고기를 먹는 것은 재고할 일이다.

아무튼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는 국수는 아주 꿀맛이었다. 허기진 이유도 있었고 비가 와서 몸이 추워진 이유도 있지만 참 맛있게 먹었다. 특히 면발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것과 달리 쫄깃하고 맛있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면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다. 색깔도 약간 누런 우리밀과 달리 하얗다.

그 먼 거리를 오려면 밀에 어떠한 화학물질을 첨가해야 할까. 미국에서 밀을 수입하는 바람에 우리밀은 완전히 초토화됐다. 우리밀을 키운다는 것은 전혀 경쟁력이 없었다. 여기에는 정부정책이 상당히 일조했다. 그러나 비록 우리밀의 단가가 비싸지만 요즘 우리밀이 점점 많이 생산되고 이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국수가게 앞에 앙증맞은 전기자전거가 우산을 쓰고 세워져 있다. 예전 중국에 그렇게 많던 일반적인 자전거는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전기자전거 아니면 전기오토바이다. 따라서 꽤 무겁다. 하지만 한 가족 나들이용으로는 아주 적합해 보인다. 가끔 한 가족 서너 명이 모두 한 차에 타고 가는 것을 본다.

이것은 이곳이 평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충칭이나 장준하 일행이 군함을 타고 떠났던 바둥같이 산이 많은 도시에서는 전기자전거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태양이 강해서인지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양산 겸 우산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지리적 위치가 비슷한 세 나라가 완전히 다르다.
덧붙이는 글 한국문화신문 얼레빗 투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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