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와 인간의 원죄 탐구하는 감독들 뉴욕 오다
정지영·전수일·이지승 감독 영화학도와의 대화
지금 한국은 세계 영화의 지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영화강국 중 하나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에 초청되어 상업주의 장르 영화를 만들고, 김기덕·홍상수 감독이 작가주의 작품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아 왔다. 또, 뉴욕아시아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상업영화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사라졌을까? 한국의 인디 영화는 살아 있을가?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와 뉴욕현대미술관(MoMA)가 8월 5일부터 11일까지 여는 한국영화 시리즈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는 미니 인권영화제라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제도권 밖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병폐에 메스를 가하는 감독들이 건재함을 입증하는 시리즈다.
지난 3년간 MoMA에선 '영화: 한국영화의 오늘(Yeonghwa: Korean Film Today)'가 열렸지만, 올해부터 아시아 영화 시리즈 '컨템포라시안(ContemporAsian)' 안으로 흡수됐다.
'포커스 온 코리아'에선 '공정사회' '남영동 1985' '콘돌은 날아간다' '백야' '잠 못드는 밤' 등 5편이 7일간 11회에 걸쳐 상영된다.
'포커스 온 코리아'를 기해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공정사회'의 이지승 감독, '콘돌은 날아간다'의 전수일 감독이 뉴욕을 방문했다.
세 감독은 MoMA 상영회에서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8일 뉴욕필름아카데미(New York Film Academy)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학도와 토론회를 시간을 열었다.
'남영동 1985'는 경찰의 고문, '공정사회'는 아동 성폭행, '콘돌은 날아간다'는 카톨릭 신부의 성관계를 다룬 작품. '포커스 온 코리아' 시리즈가 한국의 인권영화, 독립영화에 포커스를 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세 감독들과의 사회는 데이빗 클라인(David Klein) 뉴욕필름아카데미 시니어디렉터가 맡았다.
-세 영화가 모두 보기에 힘든 작품이었다. 고문(남영동 1985), 아동 성폭행(공정사회), 신부의 성관계(콘돌은 날아간다) 등 불편한 주제인데, 어떻게 이 영화들을 만들게 됐나.
정지영: 1985년 남영동에서 고문당한 김근태(민주당 상임고문)가 후유증인 파킨스씨병으로 사망한 후 만들게 됐다. 관객이 고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촬영 중 가장 힘든 건 나였다. 30년간 감독을 했지만,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많은 관객이 보지 못했다. 보기에 힘이 든 영화다. 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충격이 컸지만, 관객이 35만명 밖에 들지 않았다.
이지승: 10여 년 전 딸의 성폭행범을 40일간 찾아낸 후 복수한 어머니의 실화를 듣고 픽션을 가미해 영화화했다. 한국에서 성범죄자들이 너무 쉽게 풀려 나오더라. 피해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전수일: 실제 신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난 여행을 좋아하며, 영화를 만들 때도 공간 이동을 통해 자연을 성찰한다. 그러면서 내용도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바뀌게 된다. 카톨릭 신부가 외로움과 원죄 의식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 무거운 주제라 배우들도 연기하기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에게 특별한 연출 방식이 있었나. 캐스팅 과정은.
정지영: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주인공은 촬영 기간에 힘들었고, 고문 기술자 역을 한 배우는 영화가 끝난 후 힘들어했다. 물 고문 장면을 찍을 때는 내가 아니라 배우가 '컷'을 외쳤다. 다행히 두 연기자들의 호흡이 잘 맞아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
이지승: 난 리얼리즘을 싫어한다. '공정사회'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판타지성이 들어가 있다. 소녀와 폭행범을 따로 찍은 후 편집에서 붙였다. 나중에 소녀에게 "촬영 중 누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범인'을 지목하더라. 아줌마 역을 한 배우는 전작에서 출연한 장면이 삭제되어 아쉬워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통쾌해했다.
전수일: 캐스팅이 어렵지 않았다. 나와 영화를 한 배우들은 모두 스타가 됐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배우 조재현을 염두에 두고 썼다. 나에게 배우와의 만남은 인연이며, 영화는 배우들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 필름과 디지털 중 무엇을 썼나.
정지영: 지금 한국에선 거의 필름으로 안 찍는다. 필름으로 찍다가 디지털로 찍으니, 촬영 현장에 긴장감이 없다. 다시 찍으면 되니깐. 필름으로 보는 영화를 선호하지만, 고집할 수 없어서 디지털로 찍었다.
이지승: 난 소니 디지털 HD카메라 2S3 두대로 9회 촬영했다.
전수일: 이제까지 9편을 만들었는데, 7편까지는 필름, 그 후로는 디지털을 썼다. 필름은 화면의 콘트라스트와 심도 면에서 좋지만, 제작 환경과 금전적인 문제로 디지털을 쓰게 됐다.
- 다음 작품은.
정지영: 미군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지승: 1980년대 후반 제비족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를 만들 계획이다.
전수일: 내 10번째 영화는 프랑스 올 로케이션의 로드 무비다. 무위도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여인의 이야기다. 내게 영화는 그림과도 같다. 찍기 전까지 새로운 느낌으로 계속 바뀐다. 그래서 마지막엔 의도하지 않은 영화가 나오게 된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에 초청되어 상업주의 장르 영화를 만들고, 김기덕·홍상수 감독이 작가주의 작품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아 왔다. 또, 뉴욕아시아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상업영화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사라졌을까? 한국의 인디 영화는 살아 있을가?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와 뉴욕현대미술관(MoMA)가 8월 5일부터 11일까지 여는 한국영화 시리즈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는 미니 인권영화제라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제도권 밖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병폐에 메스를 가하는 감독들이 건재함을 입증하는 시리즈다.
지난 3년간 MoMA에선 '영화: 한국영화의 오늘(Yeonghwa: Korean Film Today)'가 열렸지만, 올해부터 아시아 영화 시리즈 '컨템포라시안(ContemporAsian)' 안으로 흡수됐다.
'포커스 온 코리아'에선 '공정사회' '남영동 1985' '콘돌은 날아간다' '백야' '잠 못드는 밤' 등 5편이 7일간 11회에 걸쳐 상영된다.
▲ 기자회견 및 토론회8일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지영 감독이 '남영동 1985'를 연출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 박숙희/뉴욕컬처비트
'포커스 온 코리아'를 기해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공정사회'의 이지승 감독, '콘돌은 날아간다'의 전수일 감독이 뉴욕을 방문했다.
세 감독은 MoMA 상영회에서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8일 뉴욕필름아카데미(New York Film Academy)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학도와 토론회를 시간을 열었다.
'남영동 1985'는 경찰의 고문, '공정사회'는 아동 성폭행, '콘돌은 날아간다'는 카톨릭 신부의 성관계를 다룬 작품. '포커스 온 코리아' 시리즈가 한국의 인권영화, 독립영화에 포커스를 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세 감독들과의 사회는 데이빗 클라인(David Klein) 뉴욕필름아카데미 시니어디렉터가 맡았다.
-세 영화가 모두 보기에 힘든 작품이었다. 고문(남영동 1985), 아동 성폭행(공정사회), 신부의 성관계(콘돌은 날아간다) 등 불편한 주제인데, 어떻게 이 영화들을 만들게 됐나.
정지영: 1985년 남영동에서 고문당한 김근태(민주당 상임고문)가 후유증인 파킨스씨병으로 사망한 후 만들게 됐다. 관객이 고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촬영 중 가장 힘든 건 나였다. 30년간 감독을 했지만,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많은 관객이 보지 못했다. 보기에 힘이 든 영화다. 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충격이 컸지만, 관객이 35만명 밖에 들지 않았다.
이지승: 10여 년 전 딸의 성폭행범을 40일간 찾아낸 후 복수한 어머니의 실화를 듣고 픽션을 가미해 영화화했다. 한국에서 성범죄자들이 너무 쉽게 풀려 나오더라. 피해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전수일: 실제 신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난 여행을 좋아하며, 영화를 만들 때도 공간 이동을 통해 자연을 성찰한다. 그러면서 내용도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바뀌게 된다. 카톨릭 신부가 외로움과 원죄 의식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 무거운 주제라 배우들도 연기하기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에게 특별한 연출 방식이 있었나. 캐스팅 과정은.
정지영: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주인공은 촬영 기간에 힘들었고, 고문 기술자 역을 한 배우는 영화가 끝난 후 힘들어했다. 물 고문 장면을 찍을 때는 내가 아니라 배우가 '컷'을 외쳤다. 다행히 두 연기자들의 호흡이 잘 맞아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
이지승: 난 리얼리즘을 싫어한다. '공정사회'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판타지성이 들어가 있다. 소녀와 폭행범을 따로 찍은 후 편집에서 붙였다. 나중에 소녀에게 "촬영 중 누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범인'을 지목하더라. 아줌마 역을 한 배우는 전작에서 출연한 장면이 삭제되어 아쉬워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통쾌해했다.
전수일: 캐스팅이 어렵지 않았다. 나와 영화를 한 배우들은 모두 스타가 됐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배우 조재현을 염두에 두고 썼다. 나에게 배우와의 만남은 인연이며, 영화는 배우들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 필름과 디지털 중 무엇을 썼나.
정지영: 지금 한국에선 거의 필름으로 안 찍는다. 필름으로 찍다가 디지털로 찍으니, 촬영 현장에 긴장감이 없다. 다시 찍으면 되니깐. 필름으로 보는 영화를 선호하지만, 고집할 수 없어서 디지털로 찍었다.
이지승: 난 소니 디지털 HD카메라 2S3 두대로 9회 촬영했다.
전수일: 이제까지 9편을 만들었는데, 7편까지는 필름, 그 후로는 디지털을 썼다. 필름은 화면의 콘트라스트와 심도 면에서 좋지만, 제작 환경과 금전적인 문제로 디지털을 쓰게 됐다.
- 다음 작품은.
정지영: 미군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지승: 1980년대 후반 제비족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를 만들 계획이다.
전수일: 내 10번째 영화는 프랑스 올 로케이션의 로드 무비다. 무위도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여인의 이야기다. 내게 영화는 그림과도 같다. 찍기 전까지 새로운 느낌으로 계속 바뀐다. 그래서 마지막엔 의도하지 않은 영화가 나오게 된다!
덧붙이는 글
www.NYCultureBeat.com 게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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