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방송으로 '사람세탁', 강용석은 정말 변했을까

[서평] <강용석의 직설>

등록|2013.08.12 18:17 수정|2013.08.12 18:17

▲ 강용석의 직설 ⓒ 미래지향

'돈세탁'. 누가 이 단어를 만들었을까? 세탁은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말이다. 하지만 돈세탁은 뒷돈이나, 비자금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깨끗함이 아니라 더러움을 상징한다. 돈세탁만 아니라 '사람세탁'도 있는 모양이다. 더러움을 제거하고, 표백 단계에 이르렀다.

'아나운서 성희롱' 한 강용석

지난 2010년 7월 16일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 따위로 '성나라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이 터졌다.

강용석 당시 의원이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너만 쳐다봐. 남자는 똑같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는 말한 것이 4일이 지난 같은 달 20일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된 것이다.

강 의원은 끝까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성나라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한나라당은 그를 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충격에 빠졌는지 제명은 반나절만에 결정됐다. 하지만 의원직 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 8월 31일 '강용석 제명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 무효 8명이었다. 의원 제명안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의 3분의 2(198명) 찬성에는 한참을 못미쳤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표결 직전 요한복음 8장 "저희가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가라사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의원직 제명 부결은 사실상 강용석에게 '면죄부'를 준 거나 다름 없었다.

김형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강 전 의원은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작은 아들 병역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안철수 의원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박 시장 아들 병역 문제는 결국 '사과'하면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안 의원 저격도 '헛방'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유권자 심판을 받았다.

이런 사안으로 낙마했다면, 대부분 정치인은 생명이 끝난다. 아니 부끄러워서라도 몇 년 간은 언론을 피한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종편과 케이블 방송에서 출연해 '아나운서 성희롱'과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그리고 안철수 저격수 이미지를 거의 '세탁'을 넘어 '표백' 단계에 이르렀다. 만약 강용석 전 의원이 2011년 8월 제명당했다면, '당당하게'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용석 전 의원 아니, 강용석 변호사는 <썰전>(JTBC), <강용석의 고소한19>(tvN), <유자식 상팔자>(JTBC) 따위에 출연을 통해 몇 마디 툭툭 던져 강용석이 '변'했다는 시청자들과 누리꾼들 '인정'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포기'했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인 지난 7월 4일 <썰전>에서 그는 "정문헌, 서상기는 사퇴해야 한다. 이 정도 얘기해 놓고 착오라고 하면 안 된다. NLL 대화록 전문을 보면 포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상기, 정문헌 의원이 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정원 명예를 위해" 2007년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는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군인 출신이다. 단독 결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도 했다.

"정문헌과 서상기 사퇴하라"로 이미지 세탁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unheim)에서 "강용석은 분위기를 파악한 겁니다"는 글을 남겼다. 누리꾼들도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오히려 우익세력은 그를 성토했다. 변희재는 "강용석이 애국우파 진영에 빚진 것은 없어요. 자기 길을 가더라도 배신자 운운할 것 없다"고 했고, 정미홍 <더 코칭그룹> 대표도 "강용석은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노렸었는지 모르지만 그게 뭐든 앞으로 이루기 어렵겠습니다"고 했다.

3년 전 성나라당 아이콘이었던 강용석은 온데간데 없고, 친정인 새누리당과 "국정원 셀프개혁" 운운한 박근혜 대통령까지 에둘러 비판하는 강용석으로 부활한 셈이다.

그럼 강용석은 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강용석의 직설>(도서출판 미래지향>이 증명하고 있다.

그는 변희재 대표와 고 성재기 남성연대대표가 NLL발언에 대해 비판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있다. 국가 안보에 관련된 일에 보수논객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고 변절자로 몰아가는 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강용석 성향이 어딜 가겠나.(웃음) 성재기와는 전화로 오해를 풀었다. 조만간 변희재와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신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강용석 "'아나운서 성희롱' 아직도 기억 안나"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만일 박근혜를 당선시키려 마음 먹었으면 댓글만 달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문재인 3개, 박근혜 3개, 안철수 3개다. 이정희가 26개, 민주당이 28개, 범죄일람표를 보니 안철수 지지 댓글 3개에 국정원 직원이 추천을 누르기도 했더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새누리당과 <조중동> 주장과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특히 강용석을 상징하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은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당시 술에 취해 실수했던 것이었다면 곧바로 인정했을 것이다. 그날 학생 30여명이 함께 있었고, 취할 정도로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솔직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262쪽)

물론 정말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강용석 말처럼 "그날만 총 11개의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수많은 아나운서들이 받은 '상처'는 푸념이 된다. 아니, 잘 난 아나운서들이 죄없는 강용석을 성희롱한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그리고 강용석 방송을 통해 옛것들을 깔끔하게 씻어내고 정치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정계에 복귀하기 전에 시청률 15%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봤으면 좋겠다. 반짝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이랄까? 15%의 시청률은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중략) 지금 나는 '정치 방학' 중이다. 길고 긴 방학의 끝이 언제쯤일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 열심히 해둬야 나중에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7쪽)

방송으로 '이미지 세탁'한 후...

특히 그는 "내가 이 길로 가면서 뭔가를 이루면 내 방식도 하나의 모델이 될 거로 생각한다"는 말에는 말문이 막힌다. 지난 3년 동안 강용석이란 이름 석 자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 어떤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한 자신의 길이 모델이라고 한다. 강용석은 이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강용석 본질을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승만의 국부로서 역할은 토지개혁 때문에 가능했다. 토지개혁 때문에 6.25를 겪고도 민중 항쟁이 일어나지 않았다(중략) 경제발전이 가장 큰 업적이다.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으로 이끌어 나간 것은 박정희 아니고서는 추진할 수 없던 것이었다. 중화학공업, 제철, 조선, 건설, 전자, 중공업 등을 제대로 세운다는 것을 박정희 말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93-95)

그리고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도 "쿠데타를 정당화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면서 "그런 식으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들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편이다"고 한다. 그는 이어 "다른 유사한 나라들의 유사한 독재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좋았다. 이를테면 페론를 뒤집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정권이나 미얀마, 제3의 세계 군부독재 정권들과 비교해보면 괜찮은 편이었다"고도 했다.

강용석 논리는 수구세력 주장과 별 다르지 않다.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한 두 마디가 강용석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 세탁을 통한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 정치는 박근혜 대통령도 빠지지 않는다. 언론은  박 대통령이 국외 방문을 할 때, 정상회담 내용보다는 무슨 옷을 입었는지에 더 관심이 많을 정도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괜찮은 대통령"

그는 대통령이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예언자로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언뿐만 아니라 그걸 성취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또 조직하고 활동해서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뒷감당하고 정리해서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 그걸 다 갖춰야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 그런데 이걸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성공한 대통령이다."(본문 222쪽)

대통령 자격은 예언자 자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예언자란 무엇일까? 예언자란 앞날을 미리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예언자는 인민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아파하는 자이며, 인민을 탄압한 자들에게 저항하는 사람이다. 인민을 생각하는 않는 자는 예언자가 될 수 없다, 독재자 이승만과 군사반란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는가? 없었다.

강용석은 박정희를 높이 평가한 것이 "경제발전"이다. 수구세력 주장과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그는 김영삼과 노무현 평가를 박하게 했는 데 둘 다 "정권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이유로 낮게 평가받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는 데도 경제발전을 했다는 이유로 높게 평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지난 8일 <썰전>에서 방송사들이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이미 국정원 국정조사에 검찰 기소까지 된 상황인데 이슈가 인화성이 없는 이슈일 수 있다. 뭘 어쩌자는 거냐"라고 했다. 한 마디로 촛불집회는 '뉴스거리'가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그는 "동원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이라며  "내가 이런 집회 한 두 번 해봤나. 장외 집회라는 게 동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거다. 다 동원하는 것이다. 70~80%는 동원된 인력이다. 노무현 정권 때 매일 촛불집회 했다. 그때 다 동원해서 나갔다"고 했다.

촛불집회는 다 동원된 것?

노무현 정부때 자신들이 장외집회를 동원해봤다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도 "동원"이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억지'다. 몇 백명까지는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수 만 명을 어떻게 동원하는가. 한나라당식 동원 정치를 촛불집회에 적용하는 강용석을 보니, "나는 국정원에 아무 도움을 받지 않았다"며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청와대 계신 분과 어떻게 그렇게 닮았는지. 하기야 같은 편 아니던가.

박상도 SBS 아나운서는 지난 6월 14일 전·현직 언론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칼럼사이트 <자유칼럼그룹>에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 글에서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강용석씨를 보며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것을 예견했지만 이 정도로 (강 전 의원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할 줄은 몰랐다"고 탄식했다.

박 아나운서 말을 새겨야 한다. 속지 말자, 강용석은 변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강용석의 직설 (좌에서 묻고 우에서 답하다) > 강용석 지음 ㅣ 박봉팔 엮음 ㅣ 미래지향 펴냄 | 14500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