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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철탑농성' 최병승·천의봉 석방

경찰 불구속 입건, 10일 오후 1시 30분 중부서에서 풀려나

등록|2013.08.10 18:19 수정|2013.08.10 18:19

▲ 다정히 앉아 석방된 기쁨을 나누는 천의봉,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 변창기


"오늘 오후 1시 30분경 최병승 동지가 풀려납니다."

10일(토) 오전 10시 30분경 문자가 왔습니다. 구속될 줄 알았는데 풀려난답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철탑농성 296일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두사람인데 구속되면 어쩌나 하고 은근히 걱정 되기도 했었습니다. 풀려난다니 다행입니다. 가보아야죠. 천의봉 사무장은 병원에 입원하는 걸 지켜보아 허리 통증이 심하다는 것과 예전에 다친 다리에 핀 박아 놓은 것과 눈에 염증 생긴 것을 알고 있지만 최병승 조합원은 건강상태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오후 1시. 집을 나섰습니다. 작열한 태양. 바람마저 뜨거운 울산 날씨.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거리를 걸었는데 숨이 턱턱 막혀 왔습니다. 이런 날 건설 노동자 같이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날이 얼마나 뜨거운지 머리가 다 지끈 거리는 거 같았습니다. 최병승 조합원이 풀려나는 곳은 중부경찰서. 그곳에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길이 어긋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천의봉 사무장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실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잠시후, 최병승 조합원이 도착했습니다. 먼저 모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철탑에서 지내던 이야기와 경찰에 자진 출두해서 보낸 이야기로 즐거운 짬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병승 조합원은 중부경찰서에서 보낸 이야기를 짧게 해주었습니다.

"중부경찰서에서 잘 보냈어요. 배고프다니까 먹고 싶은 거 시켜주고 담배도 주고 하더라구요. 희망버스 조직을 주동한 거 아니냐, 현대차 내 비정규직 노동자 배후조정해서 파업 주동한 거 아니냐는 황당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하루 60만 원 짜리 30미터 공중 철탑 호텔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사람에게 지금 뭔 소리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두 사람은 철탑위에서 296일간 같이 보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서로의 안부를 먼저 물어보고 걱정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경 공권력의 힘이 해제되었는지 병실 밖에서 감시하던 경찰들도 그시각에 가버렸다고 했습니다. 천의봉 사무장은 허리 디스크 치료 주사 맞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허리에 뼈주사 맞아 봤어요. 저는 생전 처음 맞아 봤는데 와~ 이거 장난 아니데요. 꼭, 전기에 감전된 거 같이 다리 전체가 지릿지릿 했어요."

거기 모인 조합원과 민주노총 간부, 해고자 모두는 예상했던 구속이 불구속 입건으로 바뀌고 허리 통증도 완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천의봉 사무장은 한달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해서 시간나는대로 보러 갈 수 있겠지만 최병승 조합원은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병원 종합진료 받아보라 권했지만 아직은 건강하다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우선 고향 할머니를 가뵈야 겠습니다. 가족과 회포를 좀 풀고 개인 볼일 좀 보려구요."

최병승 조합원은 병원에서 인사를 하고 어디로 갔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두 사람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입건 한다면서 석방시켰습니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가 잘 풀리려는 것일까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소송에 참여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현대차가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에서 판결난 이후까지 싸우다 구속되거나 해고되거나 손배가압류 당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각납니다. 현대차에서 불법파견으로 부당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소식이 들려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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