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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목마른 예수'의 삶을 좇아야

[서평] 이정배 교수의 <기독교 이야기>

등록|2013.08.11 15:22 수정|2013.08.11 15:22

책겉그림〈기독교 이야기〉 ⓒ 동연

"함석헌은 한국 민족의 고난사를 직시하며 이를 세계사의 오물들을 나르는 하수구로서의 삶이었다고 표현한다. 온갖 놈들의 정액이 모여진 창녀의 자궁이란 표현도 있다. 우리 민족의 고난을 통해 기꺼이 세계의 악과 폭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실현시키는 것이 종교의 과제이다."

이는 이정배 교수의 <기독교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른바 기독교의 과제를 그렇게 밝힌 것이다. 세계의 악과 폭력이 사라질 수 있도록 '고난의 자리'를 자처하는데 어찌 기독교와 이웃 종교들 간에 갈등과 대립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기독교는 종교 유지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하다. 아울러 같은 기독교 내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대적하는 관계에 있다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다른 종교도 예외이지 않다. 쌓을 것이 없이 더 쌓아두고 있는 종교도 있고, 사회적인 선을 이야기하지만 내부적으로 부패한 종교도 없지 않다. 겉으로는 친화적인 종교인 척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투적인 선교정책을 펼치는 종교도 많다.

이런 뜻에서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한 지침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참으로 사려가 깊다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기독교의 근간을 다루고 있다. 이른바 개화기 때나, 독립운동 때, 그리고 민주화와 통일, 더 나아가 생명평화를 위한 여러 생각들이 타종교와의 대화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일들은 그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기독교적 사상가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밝힌다. 이른바 유영모 선생, 함석헌 선생, 김교신 선생, 이용도 목사, 그리고 김재준 박사가 그들이라고 한다.

"그의 종교적 체험은 단순한 감정적 뜨거움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고난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려는 소위 고난의 신비주의 차원이었다. 성서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신의 몸을 통해서 온전히 채워 나가고자 했던 것이다."(78쪽)

이는 이용도 목사에 관한 삶의 신학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고난과 일치된 삶을 통해서만 민족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성경 속의 교리가 아닌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용도 목사의 영적 기독교에 대해 이정배 교수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정배 교수는 이용도 목사의 고난사관에서 비롯된 영적 기독교를 '동양적 기독교'로 환치시키기도 한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서양적 기독교는 물적, 현세적 기독교인데 반해, 동양적 기독교는 예수의 고난을 자신의 삶 속에 내면화시키는 기독교라는 측면에서다. 이른바 헐벗은 예수, 굶주린 예수, 목마른 예수, 버려진 예수 같은 그런 예수와 하나되는 삶을 강조한 것 말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현재 기독교 내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종교 간 대화'에 대한 내용도 밝혀주고 있고, 기독교와 과학의 대화에 관해서, 그리고 기후 붕괴 시대에 대해 성서는 어떻게 가르치는 지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관심거리가 등장한다.

기독교가 세상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염려하는 세태다. 제왕적인 종교의 수장으로 군림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자기 제자를 양산하려는 기독교에 대해 자각을 하도록 요청하는 이 책은 그래서 뜻이 깊다 할 수 있다. 다른 종교에서 추구하는 귀한 모습도 돌아보면서, 스스로 더 깊이 성찰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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