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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 습지가 있다니...

[한국의 섬④]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된 생태계의 보고 장도

등록|2013.08.16 16:57 수정|2013.08.16 16:57

흑산도 비리 마을 쪽에서 바라다 보이는 장도 장도 앞바다에 가두리 양식장이 즐비하다. ⓒ 이재언


장도는 목포로부터 약 110㎞ 떨어져 있으며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은 모양이 길어서 긴 섬, 장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흑산도의 예리항에서 홍도로 가는 뱃길은 여객선으로 30분 정도 걸리고, 그 뱃길의 시작에 위치한 장도까지는 일반 어선으로 15분이 걸리지만 정기 여객선은 없다. 

20년 전에 장도를 찾은 적이 있었다. 새마을호가 장도에 도착했는데도 종선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객선에서 마이크로 배을 불러내어 섬 장도에 겨우 닿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장도 주민들은 개인배를 흑산도 예리항에 정박시키고 여객선으로 목포를 다녀오곤 했다.

흑산도 예리항에서 장도 가는 배를 이용하기 원활하지 않은 경우, 예리항에서 버스로 비리 마을까지 가서 배를 빌리면 5분 만에 장도로 갈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 신안군에서 기증한 9톤짜리 대장도호가 하루에 한 번 흑산도 예리항을 다녀온다. 오전 8시 10분에 출발하여 10시반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필자는 오후에 예리항에서 버스를 타고 비리에 갔다가 때마침 장도에서 톳을 싣고 온 배를 만났다. 톳을 차에 실는 작업을 거들고는 그 배를 타고 장도로 건너갈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장도 마을 박행님 부녀회장의 도움으로 장도 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섬에 처음 사람이 들어온 시기는 조선 인종 원년(1520) 경으로 한양 조씨인 조국현이 해조류를 채취하기 위해 잠시 거주하다가 풍부한 수산자원 때문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장도는 전형적인 어촌으로 대부분의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고, 특히 해녀가 많아 해녀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변에 낚시터가 형성되어 있어 많은 낚시꾼이 찾고 있다.

20년 전쯤 필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가두리 양식장이 없었다. 지정학상 외해 중 외해이고 태풍의 길목이라서 가두리 양식이 어려운 곳이지만, 장도와 흑산도 사이를 천연 방파제 삼아 지금은 가두리 양식을 하고 있다. 더불어, 10여 년 전부터는 전복양식도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장도 마을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을 앞 바다 멀리 보이는 섬은 흑산도 그 사이에 가두리 양식장이 즐비하다. ⓒ 이재언


소장도 모습 물이 빠지면 장도와 소장도가 연결된다. ⓒ 이재언


25가구가 가두리 양식에 종사하고, 12가구가 난장망 어업을 통하여 멸치를 잡는다. 이 멸치를 먹이로 해 가두리 양식하기 때문에 사료값이 절약된다. 교통이 불편해도 청정해역이라 적조가 없으므로 가두리 양식업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풍에는 취약해 2000년대 프라피룬, 2010년 곤파스 태풍이 이곳을 휩쓸었을 때는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섬에는 아직 젊은이들이 있고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아직은 학교가 폐쇄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이곳은 멸치어장으로서 최적이라, 잡은 멸치를 양식장 사료로 쓰거나 멸치액젓으로 가공하여 소득을 올린다. 가두리 양식과 통발업에 종사하는 배들이 총 30여 척 있다. 섬에 사는 노인층은 미역을 채취하거나 높은 산에서 약초와 나물을 캐면서 살아간다.

장마와 태풍이 오기 전 약 2달 동안 채취하는 미역은 1인당 1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안겨준다. 그러나 양식업이 확대되면서 미역을 그냥 방치하는 편이다. 특산물로는 돔, 우럭, 장어, 전복, 성게 등이 많이 나며, 돔과 우럭은 양식을 통해 많은 양을 공급하고 있다.  청정해역에서 나는 돌김, 미역, 톳 등 각종 해조류가 유명하다.

장도 습지 마을 뒤편에 특이하게 조성된 습지 모습 ⓒ 이재언


마을 뒤쪽에서 바로 보이는 산 너머에 습지가 있다. 그런데 길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임야 한가운데에 해안에서 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온갖 잡초에 묻혀 헤쳐가야 했다. 습지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마을 북쪽으로 가는 길과 이곳 장도분교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다랭이밭 사이를 지나간다. 이 길을 이용하여 고개를 넘으면 습지의 물이 모이는 하부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물을 모으는 시설이 있고, 여기에 모인 청정수는 마을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흑산초등학교 장도분교장 옆으로 난 길은 경사가 심하고 봉우리를 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헤매다 우거진 숲속에서 안경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도 찾을 수가 없어 난감하고 아찔했던 시간이었다. 헤매던 끝에, 다행스럽게도 박행님 부녀회장이 산 정상까지 찾아와서 안내해 주어서 그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습지를 다녀올 수 있었다.

박행님 이장과 그 아들들 마을 앞 전복 양식장에서 미역을 넣어주고 있는 모습 ⓒ 이재언


산에서 내려 오면서 부녀회장에게 궁금한 사항을 몇가지 물어 보았다. 교통 사정이 최악인데 어떠냐고 물으니 박행님 부녀회장은 "예전에 도선이 없을 때와 달리 하루에 한번만 흑산도를 다녀와도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하였다. 장도에서 살면서 관광지인 홍도나 가거도를 가 본 적이 있는가 물었다. 그는 "홍도는 배로 근처만 가 보았고 가거도나 그 외 흑산면 지역 섬들은 아직 가보지 못하였습니다"라며 "관광객들이 와서 어느 섬이 좋은가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합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같은 섬에 살아도 전혀 교류가 없으니 마을 발전이 더디고 생각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이 섬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장도에서 가두리를 하다가 2010년 곤파스 태풍으로 파손을 당하여 속병을 얻어 목포로 나가고 자기가 대신 부녀회장을 하면서 1.43톤 선외기를 직접 몰고 다니며 미역과 다시마도 따면서 전복 양식을 한다고 하였다. 지금은 이 분은 이장이 되어 여자 어촌계장인 김매자(61)씨와 호흡하면서 마을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장도와 소장도 사이로 넘어가는 해 두 섬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 전경 ⓒ 이재언


장도와 소장도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 해가 넘어기기를 기다렸다가 촬영하다. ⓒ 이재언


장도의 자랑은 단연 습지이다. 장도습지의 면적은 약 3만 평으로, 2004년 8월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EBS의 TV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 중 장도 이야기 편에 장도 습지가 상세히 소개된 적도 있다.

습지는 동쪽은 낮고 서쪽이 높은 형태를 이루는데, 천 길 절벽이 펼쳐진 높은 서쪽 부위에는 조릿대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철새가 머물렀다 가는 철새 정거장으로도 유명한 장도습지는 우리나라 소규모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산지 습지이다.

2003년 7월에 한국조류보호협회 목포지회에서 처음 발견하였고, 2004년 8월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육지에서 100km 떨어진 낙도에 물이 흐르고 고·중·저 식물대층이 고루 분포한 이 습지는 매우 가치 있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밝혔다. 2005년 3월에 우리나라에서는 대암산용늪, 우포늪에 이어 3번째, 세계적으로는 1423번째로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되었다.

배에서 바라다보는 장도 마을은 가파른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집들의 풍경은 전형적인 섬마을이었다. 이곳에서 50여 세대, 11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경사제가 있는 방파제는 북방파제이고 반대쪽 남방파제와의 사이 가운데쯤에 돌로 만든 짧은 방파제가 하나 더 있다. 방파제 끝으로 넓은 물양장이 있고 갈림길이 있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든 만나게 되어 있는 길이다. 옹벽 윗길에는 장도 습지에 대한 안내판과 영문으로 표기된 유네스코 지정 람사르협약 표지석이 있다. 장도 습지로 가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북쪽으로 가거나 학교 옆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잘 알 수 없다.

창고 옆으로 난 오르막길을 오르다 잠시 멈췄다. 이곳에서 바라본 계류장은 매우 좁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어선들은 선착장 밖에 정박해 있었다. 오른쪽으로 소장도 가는 길이 나 있다. 길 중간 갯바위가 있는 곳에서 대장도와 소장도는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나누어진 섬이다가 물이 빠질 때 하루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소장도는 최고높이 155m로 섬 전역에 걸쳐 산지가 발달하였다.

소장도 중머리쯤에 큰 바위섬이 있는데 그곳까지는 다리로 연결되었다. 다리 왼편으로 경사진 포장도로가 있다. 그 옆으로 길게 경사진 옹벽은 발전소의 담이다. 발전소에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더 가면,  보건소와 교회가 있다. 1986년부터 있던 교회이다. 이 길로 계속 남쪽 방향으로 가면 높은 지대로 오르게 된다.

장도의 길은 단순하다. 남북으로, 동서로 각각 두세 개씩 있고 마을이 한 곳에 몰려 있다. 집에 딸린 텃밭이 없고 골목길이 정연히 나뉘어 있어 찾기 쉬운 길이다. 안쪽으로 갈수록 폐가가 많아지고 마을을 벗어난 곳에 밭이 나타난다.

장도 분교장 아직도 폐쇄되지 않고 유지되는 장도분교장 ⓒ 이재언


장도라는 섬을 흑산도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붉은 지붕들이 가득해 가구수가 많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마을을 둘러보니 폐가가 제법 많다. 그래도 젊은이들이 좀 있어서 학교가 폐교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었다. 장도에는 아담한 학교가 있다. 학교는 급경사진 마을 집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도 작은 운동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도 여러 동의 교사며 교사 앞에 있는 두 개의 조형물, 갖출 것은 다 갖춰 있는 학교이다.

이곳은 1955년 장도분교로 설립되어 지금은 6명의 학생이 2명의 선생님 아래 재학중이다. 카메라를 대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며 귀여운 포즈를 취할 줄 아는 천진한 아이들이 어여쁘다. 학교 좌우로 있는 계단은 마을 골목길로 연결된다. 마을 뒤쪽으로 성당이 있지만 성직자가 근무하지 않는 공소이다. 교회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진, 40년이 넘은 역사가 천주교인 주민이 더 많은 섬임을 알려준다. 바로 옆에 있는 흑산도의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

지리적 개요 : 장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5°22′, 북위 34°40′에 위치하며 면적 1.57㎢, 해안선 길이 11㎞, 산높이 273m이고, 연 평균기온14.1, 강수량 1,172mm. 목포와의 거리는 110km 떨어져 있다. 인구는 59가구 119명이다. 흑산도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하며 부근에 쥐머리섬․내외망덕도 등이 있다. 본래 대장도와 소장도 2개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하나가 되었다.

장도 가는 길 :  남해스타호, 목포―흑산도, 1일 2회 운항, 1시간 50분 소요. 장도에서 오전 8시 10분 출발하여, 흑산도에서 10시반 돌아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16일자 금요일 전남일보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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