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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위기는 없었다... 정부-언론 호들갑 덕분?

[현장] 전력수급 비상 첫날 예상보다 3단계 낮아... '블랙아웃' 공포 조장 논란도

등록|2013.08.12 18:43 수정|2013.08.12 18:43

▲ 12일 전력거래소 긴급전력수급대책상황실에서 언론사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 황혜린


"12일부터 사흘간 올 여름 최대 전력위기가 닥칠 것이다. 발전기 1대만 불시에 고장 나도 2011년 9·15 같은 순환 단전 사태가 날 수 있다."(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전력수급 비상 첫날 우려했던 '블랙아웃(광역정전)'이나 '순환 정전' 사태는 없었다. 정부는 12일 예비 전력이 심하면 100만kW대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4단계에 해당하는 '경계'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400만kW를 웃돌며 1단계인 '준비' 단계에 그쳤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공급능력 7743만kW, 수요는 7303만kW로 예비력 440만kW, 예비율 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전력예비율', '블랙아웃' 등이 계속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국민들은 하루 종일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정부와 언론 호들갑에도 예상보다 3단계 낮은 '준비' 그쳐

전력거래소는 전날(11일) 예비력이 크게 떨어져 4단계인 '경계'까지 갈 것으로 발표했다가 이날 오전에는 예비력 241~255만kW로 오후 2~3시경 3단계인 주의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 수준을 한 단계 낮췄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발표한 수급 전망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예상 공급전력은 7764만kW, 전력수요 7509만kW로 예상 예비력은 255만kW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경 전력예비력이 500만kW 미만으로 떨어져 1단계 준비 단계가 발령된 이후 전력은 당초 예상과 달리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오전 11시에서 낮 12시 사이 한때 400kW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그 상태가 20분 이상 계속되지 않아 2단계인 관심 경보는 발령하지 않았다. 이후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는 700만kW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피크 시간대인 오후 2시 이후에도 400만kW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전력 수급경보는 준비(400만kW 이상 500만kW 미만), 관심(300만kW 이상 400만kW 미만), 주의(200만kW 이상 300만kW 미만), 경계(100만kW 이상 200만kW 미만), 심각(100만kW 미만) 등 5단계로 구분되며, 예비력이 계속 떨어져 심각 단계에 이르면 블랙아웃에 대비한 순환 정전에 들어가게 된다.

오후 2시가 되어도 예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자 전력거래소 현장에서는 "오늘은 심각한 단계까지 가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대부분 언론은 '전력 바닥났다', '블랙아웃 우려 계속된다' 등의 보도를 계속 쏟아냈다. 이에 트위터 사용자 @eins**은 "전력 문제로 가장 의아한 건, 왜 정부와 언론은 이 상황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는가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산업 전력 낭비가 문제인데"... 정부 전력조정 실패에 국민들만 '희생'

전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고했던 순환 정전 사태까지 이르지 않자 전력거래소는 국민들의 절전 참여 덕으로 돌렸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이날 오후 4시 "국민들이 오늘 원자력 2대 분량 정도의 전력을 감축해 주었다"며 "14일까지 계속해서 절전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데 대해 "국민의 절전 참여와 언론의 홍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윤 장관도 1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14일 3일간 산업체·공공기관·가정·상가 구분 없이 전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며 절전을 호소했다.

한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날 한 술 더 떠 "내일은 오늘보다 전력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kazz*****은 "한국의 주택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더 줄입니까. 정작 낭비는 가정이 아닌 산업용 전기가 다 하고 있는데"라며 국민들만 희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하이에서 폭염을 겪었다는 트위터리안 @_Lotu****은 "(중국) 정부 주도하에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은 '조명은 과감하게 끄고, 산업 전력은 나누되, 가정 전력 공급은 차질없게 하라'였다"며 우리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기도 했다.

폭염 속 발전소 잇단 고장...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예비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11일부터 발생한 발전기 고장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공급능력 50만kW인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 20만kW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가 고장나 최대 공급 전력은 오후 3시 7743만kW 정도였다.

당진 3호기는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경 가동이 멈췄다. 당진 3호기를 관리하는 한국동서발전은 "터빈 진동이 갑자기 심해지며 멈춰섰다"고 밝혔다. 서천 2호기도 12일 오전 7시 해수순환펌프(CWP) 고장으로 정지됐다가 오전 8시에 재가동됐지만 현재 최대 출력을 내지 못하고 10만kW 정도 출력만 내고 있다. 8만7000kW인 대산열병합발전소 4호기도 보호 계전기 고장으로 이날 오전 8시 가동에 실패했다가 오전 11시경 재가동됐다.

이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 @minj******은 "발전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부실해서 이런 상황이 온다는 게 기가 막히다,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 갔니?"라고 따졌고 @tomy***은 "발전소가 죄다 고장나고 있는 것도 국민이 안 아껴서 그런 거냐"라고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황혜린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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