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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담 기준선 5500만 원으로 상향조정... 세수 4400억 원 줄어도 급한 불만 끄자?

지하경제 양성화 등 원론적 대책에 그쳐... 새누리 '공감' - 민주 "졸속대책"

등록|2013.08.13 20:43 수정|2013.08.13 20:43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현오석 부총리로부터 세제개편 수정안 보고를 받기 앞서 최경환 원내대표,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 27시간 만에 마련된 세제개편 수정안은 철저히 '중산층 달래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세(稅) 부담 기준선을 연소득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연간 16만 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했던 연소득 6000만 원 근로소득자와 7000만 원의 근로소득자는 각각 연간 2만 원과 3만 원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연간 4400억 원 대의 세수감소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중산층 짜내기'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졸속적인 긴급처방임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이날 정부의 수정안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췄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보고 받고 공감을 표했다. 당 일각에서 자진사퇴 요구를 받았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라인에 대한 불만도 일절 나오지 않았다. 세제개편 수정안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은 수정안이 다시 국회로 제출된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여당 모두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곧 구멍 날 나라살림을 외면한 것이다.

세수감소 대책 없이 수정안에 공감한 새누리... '문책론'도 선긋기

'사퇴압박' 현오석, 급한 불 껐나현오석 부총리가 세제개편 수정안 보고를 위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날 수정안을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책의총에서 보고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소득세 세액과 관련해 정부수정안에 대체로 공감했다"며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시간 스케줄상 정부안이 국회로 제출된 이후 상임위에서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인한 것과 같았다. 김 원내대변인은 "세 부담 기준선을 연소득 5500만 원 기준으로 한 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중산층 최상위 기준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중산층에게는 부담을 안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소득 6000만 원, 7000만 원 근로소득자에 대해 연간 2만 원, 3만 원으로 세 부담을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 "월로 하면 2000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 부담 기준 상향조정에 따른 세수 결손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인 언급에만 그쳤다. 앞서 야당 측에서 제기했던 ▲ 고소득층 과세구간 재조정  ▲ 일감몰아주기 과세완화 방침철회 ▲ 대기업·고소득 자영업자 등 부자감세 정상화 등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봉급쟁이들에 대한 과세만 강화했다는 당초의 비판에 대해 '세 부담 기준선 상향조정'만 대책으로 내놓은 채 유야무야 넘어간 것이다.

김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기재부의 세제개편 수정안 중 연소득 7000만 원 이상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율 변동은 없었다. 감소가 예상되는 세수 4400억 원에 대해서는 ▲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탈루 추징 ▲ 지하경제 양성화 ▲ 경기활성화 등으로 메울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김 원내대변인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나"는 질문에 "(기재부 쪽에서) 그런 부분을 논의해서 내놓겠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의원 중 기재부의 세제개편 수정안에 대해 의견을 낸 의원들은 모두 8명이었다. 이 중 정병국·이이재·홍일표 의원 등은 "세제개편 수정안에 대해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신중론'을 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며 "새로 개정된 수정안에 공감하지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홍보 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시간 스케줄상 정부안이 제출된 이후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하자"는 당 입장에 따라 자연스레 묻혀버렸다.

수정안에 따른 세수감소로 복지재원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책의총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보다 복지공약 재원 마련 때문에 SOC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줄어서는 안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전체적인 세출 문제에 대해 (경제팀이) 안일한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만들어 갖고 와라"며 복지예산을 위해 SOC 및 농어촌 예산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현 부총리 등 정부의 경제라인에 대한 문책론은 일축됐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후 현 부총리의 보고를 받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제팀이) 한창 일할 때인데,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책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현 부총리 등에 대한 비판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하나도 안 나왔다"고 답했다.

민주 "월급쟁이에만 부담 지우는 세금차별 그대로... 졸속 대책"

▲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제68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독도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은 수정안에 대해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졸속대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의 수정안은 부자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수치조정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보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미봉책"이라며 "한마디로 세금차별 원안에 이어 조삼모사식 국민우롱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비판은 '왜 증세하느냐'가 아니라 '왜 월급쟁이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지우는 세금차별 정책을 앞세우느냐'는 것"이라며 "대기업 수퍼부자들은 솜털도 못 건드리면서 중산층의 깃털은 잡아 뜯으려는 정부의 태도와 인식 자체가 재검토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산층·서민 세금폭탄저지 특위' 위원장인 장병완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기조의 철회만이 소위 말하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장 정책위의장은 "(세 부담 기준선 상향조정으로) 그만큼 세수확보 규모가 줄어들게 되는데 어디에서 이를 충당하고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며 "상반기에만 10조 원에 이르는 세수결손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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