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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등 진주지역 교수 66인 시국선언

경남지역 첫 교수 시국선언... "박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과하라"

등록|2013.08.14 10:39 수정|2013.08.14 11:06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 의해 행해진 불법적인 선거 개입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격으로 사과하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과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상대 53명, 진주교대 5명, 한국국제대 8명 등 경남 진주지역 교수 66명이 시국선언했다.

▲ 경상대, 진주교대, 한국국제대의 진주지역 교수 66인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상대 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장시광 교수 등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14일 오전 경상대 교육문화센터에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는 진주지역 교수'라는 명의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황갑진, 장시광, 이전, 김준형, 남궁술, 권오현, 이재술 교수 등이 참석했다.

교수들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포함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선거 개입에 연루된 사람들을 발본색원하여 최고위 책임자부터 최하위 실행자까지 전원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경남지역에서 교수들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하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 경상대 총학생회, 경남대·창원대·마산대 민주동문회 등에서 시국선언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과 참여 교수 명단이다.

▲ 경상대, 진주교대, 한국국제대의 진주지역 교수 66인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상대 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경상대, 진주교대, 한국국제대의 진주지역 교수 66인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상대 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과 작금의 상황에 대한 진주지역 교수 시국선언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국가정보원에 의해 이루어진 공작은 헌정 질서를 이탈·파훼하고 민주주의를 교란시킨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적법하게 시작된 선거 과정에 국가 기관이 불법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선거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훼손하였다. 온 나라가 환호하는 축제로 마무리되었어야 할 선거에서 패자는 그 결과에 납득할 수 없게 하고, 승자는 당당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국민에게는 커다란 혼란을 야기하였다.

우리는 현 정권이 이처럼 적법성과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당한 선거에 의해 탄생했다는 한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국정을 운영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현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그리 투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과 우려를 품고서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시국의 동향을 신중히 살피며 지금까지 인내해 왔다. 그러나 며칠 전 대통령은 일찍이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것을 비롯해서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으로서 비열한 음모를 기획·실행하는 등 독재와 공작정치의 상징이 될 만한 이력을 지닌 인물을 보란 듯이 비서실장으로 발탁함으로써 우리의 기대를 결정적으로 저버리고 우리 인내의 한계를 최종적으로 넘어버렸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현 정권의 지금까지의 대응·처리 방식도 그 담당자들이 독재와 공작정치의 관성과 그에 대한 향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며 우리로 하여금 인내를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여론의 시선을 이른바 'NLL 포기 논란'으로 돌리려 하면서 국회 국정조사에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여당과 정부 및 그 수장인 대통령에게서 보이는 것은 헌정 질서에 대한 엄숙한 존중과 민주적 국정 운영을 향한 겸손하고 진지한 의지가 아니라 독선, 무책임, 오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선 몰염치이다.

지금 서울 광장과 청계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자발적으로 모인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전 정권에 의해 훼손되고 현 정권에 의해 팽개쳐진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기원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의 한 길로 도도히 흐르는 거대한 민심과 역사의 표면일 뿐이다. 여기에 남녀노소나 직업의 차이, 이른바 '좌와 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경찰이나 언론에서 집계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수가 국민이나 유권자의 과반수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심을 호도할 핑계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과 여당이 다수 국민의 민심을 호도하거나 무시할수록, 조삼모사식 술수로 역사의 도저한 흐름을 막거나 되돌리려  할수록, 촛불은 더욱 많이 타오르고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의 흐름은 우리 사회에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갈등을 낳고 우리가 이미 합의해서 엄정한 규범으로 확립해 두고 있는 민주 법치 헌정 질서를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으로 몰아넣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많은 지식인들이 이런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간절히 표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무책임한 회피와 호도,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진주지역 교수들은 다수 국민들과 지식인들의 헌정 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기관과 정치권에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

-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 의해 행해진 불법적인 선거 개입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격으로 사과하라.
-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선거 개입에 연루된 사람들을 발본색원하여 최고위 책임자부터 최하위 실행자까지 전원 엄중 처벌하라.
- 국회, 특히 여당은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과 관련한 국정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엄정히 조사하여 국민들에게 국가 기관과 개인들이 행한 불법의 행태를 소상히 밝히라.
- 대통령, 정부, 국회는 국가정보원이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그 조직과 기능을 혁신하라.
- 대통령과 정부를 비롯한 여러 국가 기관과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보여 온 반민주적이고 독재회귀적인 행태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당파적 이익을 위하여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배반‧유린하는 행위를 절대 되풀이하지 말며, 민주주의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라.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는 진주지역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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