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 이뤄놓은 남북교류 이명박이 파탄 내"
민생평화광장,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행사 개최
▲ 김대중 생가 추모관에서 분향하는 참가자들 ⓒ 조종안
민생 개혁과 평화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지난 6월 출범한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이사장 최영태·상임대표 최경환) 회원 230여 명은 지난 10일(토)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추도식을 가졌다.
광주·전남지역 여러 민간단체와 시민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새벽 5시 광주를 출발, 목포 여객선부두에서 조양 페리호를 타고 오전 9시 20분 하의도 옹곡항에 도착하여 하의 3도 농민운동기념관을 돌아봤다. 오전 10시 30분 생가에 도착한 회원들은 추도식에 앞서 추모관에 들러 분향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해외 언론은 김대중을 '아시아의 만델라'로 평가"
최영태 이사장(전남대 사학과 교수)은 추모사에 앞서 "중학교 3학년 때(1969) 삼선개헌 반대 시국 강연장에 우연히 들렀다가 김대중 선생님 연설을 듣고 감동하여 오늘까지 존경하고 흠모해오고 있다"며 "대통령님 서거 4주기를 맞아 와보고 싶었던 생가를 돌아보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 추모사를 낭독하는 최영태 이사장 ⓒ 조종안
"글로벌 리더는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 즉 자유, 인권, 평화사상의 소유자이며 그런 가치의 실현에 앞장선 사람이다. 노벨평화상이 말해주듯 김대중이야말로 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한국의 범위를 넘어서 아시아 지도자 중에 김대중만큼 글로벌 리더로서 훌륭한 자격을 갖춘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어 최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통상적 기준에 따르면 김대중은 집안, 학력, 지역, 정당 그 어느 하나도 주류로 해석될 만한 게 없는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김대중의 성공은 호남과 운명적 결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데, 지역이 같아서가 아니라 뜻이 같기 때문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특정 세력이 헐뜯어도 우리는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최 이사장은 "대학에서 세계사를 공부하는 저는 납치, 사형선고,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에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온 김대중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아니 압도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국내 언론은 인색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거인, 혹은 '아시아의 만델라'로 평가했으며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만델라보다 더 높게 평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선거 잘못 치른 국민, 분노와 고통 감내하고 있다"
▲ 현 시국을 비판하는 임추섭 고문 ⓒ 조종안
임추섭 고문은 "우리 국민은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한 번 잘못 치르고 37~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 엄청난 시련과 고통,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감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국 전반이 위기인 이때 쓸모도 없는 사람들이 TV 화면을 차지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신문 지면을 덮고 있다"며 늘어가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일부 방송과 신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임 고문은 호남 차별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대중은 권력으로부터 수십 년 박해를 받았고, 호남은 경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그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차별을 예로 들었다. 대구 대회는 예산을 합법적으로 집행했으면서 광주 대회는 꼬투리를 잡아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국정원규탄 민주주의수호 광주시민회의 상임대표를 겸하고 있는 임 고문은 "1960년 4·19 혁명의 위대한 정신과 이를 9개월 만에 뒤집어버린 5·16 박정희 군사쿠데타 정신이 대를 이어 싸우고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4·19정신에 충실했던 사람이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 반대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4·19가 민주면 5·16은 반민주이고, 4·19가 정의면 5·16은 불의라는 것.
목포에서 모텔을 운영한다는 60대 아주머니는 "친척 결혼식 때 공업도시 울산이나 대구에 가서 끝없는 아파트 단지를 보면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해볼 수가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똑똑하고 날고 기어도 못해봐. 우리 머릿수가 부족항께라. 대통령이 여그서 나오든 거그(경상도)서 나오든 국민 잘살게 해주믄 더 바랄게 없는디, 살기 힘등께 그게 문제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작년 대선에서 패했다고 김대중 꿈이 좌절된 것은 아냐"
▲ 최경환 비서관 특강이 열리는 하의초등학교 강당 ⓒ 조종안
추도식을 마친 회원들은 김대중 대통령 모교인 하의초등학교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최경환 상임대표(김대중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의 추모 특강을 들었다. 최 상임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 경험담과 <김대중 자서전> 내용을 중심으로 15분 정도 미니 강의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고 몇 년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서들을 부르더니 '후처로 들어온 어머니 명예를 생각해서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는데, 이제 내 생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해서 말을 하겠다'며 받아 적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자서전 첫머리도 '아버지는 부인이 두 사람이었고, 내 어머니는 둘째 부인이다'로 시작합니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2000)으로 남북한 화해와 협력 시대를 활짝 열었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상봉, 철도, 도로 연결 등 남북교류 협력이 활성화됐고, 국민은 평화통일의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어요.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고, 남북관계는 파탄 났습니다. 서민 경제도 무너졌습니다.
김 대통령은 생애 마지막 시간에 총체적 위기를 지켜보면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며 국민이 들고일어나 무너진 민주주의와 파탄 난 남북관계를 바로잡을 것을 호소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김대중의 유언이었죠. 그러나 진보개혁 진영은 작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 섬 소년 김대중의 꿈과 도전에 대해 설명하는 최경환 상임대표. ⓒ 조종안
최 상임대표는 작년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하의도 섬 소년 김대중의 꿈이 좌절된 것은 아니며 이미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을 돌아보는 것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김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현재 처해 있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 하의도 탐방 참가자들은 강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은 후 하의면 서부일주도로를 따라 큰바위얼굴(사자 바위), 모래구미 해수욕장 등에서 더위를 식히고, 오후 4시 30분 목포로 돌아와 지난 6월 개관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관람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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