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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마을에서 고래 고기를 먹다니?

[규슈 기행 8] 규슈 산지 시이바 마을

등록|2013.08.14 17:35 수정|2013.08.14 17:35

▲   산촌 민박집에서 먹는 저녁식사입니다. 고래고기와 메밀 국, 산나물 먹거리가 인상적입니다. ⓒ 박현국


10일과 11일 규슈 가운데 있는 규슈 산지 시이바(椎葉)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800년 전 헤이케(平家)와 겐지(原氏)의 싸움에서 진 헤이케 일족이 산 속으로 도망을 와서 피해 살던 곳입니다. 비록 산은 2천 미터가 되지 않지만 지대가 낮기 때문에 산이 높고 골이 깊습니다.

10일 오후 시이바를 찾아가는 길도 좁고, 험했습니다. 군데군데 비나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아서 몇 군데를 돌아서 가거나 민박집 주인의 차를 따라서 겨우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산은 높고 길은 좁고, 천 길 낭떠러지를 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저녁 식사 시간을 훨씬 늦어서 도착하자 바로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입니까? 산속 마을 민박집 저녁 식사에서 고래고기가 나왔습니다. 이곳 산골 마을에서는 예로부터 고래 고기를 귀하게 여기고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했다고 합니다.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시이바 지역에서는 옛날 고기 장사가 고래고기를 가져다 팔았다고 합니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 산골 마을에서 맛보는 고래고기는 고래 껍질과 껍질에 붙어있는 기름이 전부였습니다.

▲   시이바 민박 집 할머니께서 화전농법이나 풀이름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야생차나무 위로 뻗은 잡초를 제거하시는 모습, 차를 덕을 때 사용하는 솥, 구약나물 아래에서, 쑥차를 만들기 위해서 쑥을 말리는 모습들입니다. ⓒ 박현국


시이바 마을 사람들은 고래 껍질을 처마에 매달아놓고 검게 변한 고래 고기를 칼로 잘라서 먹었습니다. 지금은 냉동 고래 고기를 손님들에게 대접합니다. 고래가 포유류이기 때문인지 고래 고기는 검붉은 색으로 질긴 힘줄이 씹히기도 했습니다.

시이바 지역에서는 옛날 화전 농업이 성했던 곳입니다. 한국에서도 한 때 화전 농업이 성행했지만 산림 황폐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화전 농업을 금하고, 산속에 사는 사람들을 도회지로 내보냈습니다.

시이바 지역에서는 지금도 화전 농업이 관광 행사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화전 농업은 오히려 숲을 보전하고 산지 이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화전은 산의 일정 시역에 불을 놓아 잡목을 없애고 농작물을 심어서 가꾸는 것입니다.

최근 시이바 지역에서는 화전 농업을 하면서 처음부터 농작물과 삼나무나 편백나무들을 심고 나무 사이에 농작물 씨를 뿌려서 산지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화전을 하기 위해서 먼저 산 일정 지역을 정해서 나무를 없애고 불이 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산 위쪽에서부터 불을 놓습니다.

▲   일본 산에는 삼나무나 편백나무가 주로 많습니다. 나무는 심은 뒤에도 간벌이나 가지치기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나무를 심은 지 40년부터 상품성이 있지만 60년 이상 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합니다. ⓒ 박현국


화전은 주로 8월 초순에 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 숲을 없애고 첫 해에는 생육 기간이 짧은 메밀 씨를 뿌립니다. 메밀은 보통 75일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해 째에는 수수나 조 씨를 뿌려서 거둡니다.

이곳 시이바 지역에서는 산에 화전을 일구면 반드시 야생 차나무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야생차를 한 군데 모아 자라게 한 다음 차를 만듭니다. 차는 찌거나 덕어서 만드는데 이곳에서는 덕어서 만듭니다.

시이바 마을에서는 한때 6천 명까지 산 적이 있지만 지금은 3천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사람 가운데에도 도시에서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유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마을 토목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한때 화전이 성행했지만 없어졌다가 이제 겨우 화전 농법이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화전을 일굴 사람이 없어서 그것이 문제입니다. 

▲   시이바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들꽃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시이바무라 관광협회, http://www.shiibakanko.jp/, 2013. 8. 14.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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