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원작자 "봉준호 영화, 눈물날 정도"
부천국제만화축제, <설국열차> 작가 벤자맹 르그랑·장 마르크 로세트 참석해
▲ 지난 15일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 1층 상영관에서 열린 스페셜 대담'<설국열차>, 이야기의 비밀'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 <설국열차>를 봤습니다. 영화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설국열차>를 맨 처음 만든, 고인이 된 자크 로브의 마음에도 들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부천국제만화축제(Bucheon International Comic Festival)의 국제 콘퍼런스 '이야기의 비밀' 행사로 진행된 스폐셜 대담 '<설국열차>, 이야기의 비밀'에서 원작 만화의 스토리를 맡은 벤자맹 르그랑이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담 자리에는 사전 예약을 마친 300여 명의 시민과 3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대담은 목원대 김병수 교수의 사회로 봉준호 감독과 원작의 스토리를 맡은 르그랑, 그림을 맡은 장 마르크 로세트가 이야기는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르그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현장에서 관객들과 영화 <설국열차>를 함께 보기 위해 기다렸다"고 밝혔다.
"제한된 설정 많았는데...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 만화 <설국열차>의 그림을 맡은 장 마르크 로세트(왼쪽)과 스토리를 맡은 벤자맹 르그랑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영화를 본 소감으로 두 원작자는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그리고 "상상한 것 이상을 영상으로 옮겼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로세트는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스토리 보드도 같이 보고, 영화 촬영 현장에도 있었지만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멋진 영화가 완성됐다"며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 창 밖은 온통 흰 눈이라는 점 등 제약이 많은 설정이었는데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대담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원작의 그런 설정이 내게는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힘들긴 했지만, 그것이 나를 흥분시키는 요소기도 했다"고 밝혔다.
▲ 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두 작가에게 이 만화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로세트는 자크 로브가 처음 원작 스토리를 주고 함께하자고 제안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워서 포기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 시작했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로세트는 "만화를 출판할 때까지 주어진 시간도 별로 없어서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많이 힘들었지만 결국 끝을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르그랑은 자크 로브가 세상을 떠난 뒤 로세트의 제안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르그랑은 "사실 정말 힘들었다, <설국열차> 원작 1권에서 모두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1권의 틀 속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거짓과 진실에 대한 내용을 푸는 쪽으로 실마리를 잡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국열차> 원작자가 말하는 '좋은 만화의 조건'
▲ 행사가 열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 1층 상영관 모습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 만화에 대해 묻자 두 작가는 "한국 만화는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두 작가는 "한국 만화는 일본의 '망가'에 비해서 그림에 있어서 훨씬 자유롭다"며 "그리고 특히 일상에서 이야기를 잡아내서 풀어가는 것에 강점을 가진 작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대한 인상으로 두 작가는 "이렇게 많은 팬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로세트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프랑스의 만화축제 앙굴렘과 비교할 수 있다, 앙굴렘은 도시 전체에 퍼져 있어 돌아다니면서 봐야 하는데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한 곳에 집중돼 있다"며 "이렇게 많은 팬을 한 자리서 만나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르그랑은 "앙굴렘은 사인회가 많은데 여기는 사인회가 별로 없다"며 "거기는 작가들이 앉아서 사인만 하는 느낌인데, 여기는 사인회보다 볼거리에 집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로세트와 르그랑은 '끊임없는 노력'과 '확신'을 강조했다. 그들은 "만화의 성공 조건은 좋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두 작가는 "그림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좋은 이야기를 가진 만화가 중요하다"며 "좋은 만화의 조건은 첫째도 좋은 이야기, 둘째도 좋은 이야기, 셋째도 좋은 이야기'다, 이점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도 마무리로 "<설국열차> 원작을 보면 로세트가 그린 그림이 1권과 2·3권에서 아주 많이 다르다"며 "그 속에서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전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 그런 중단없는 전진과 노력이 무척 귀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정뉴스 부천'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필자는 현재 부천시청 언론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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